[삶과 커뮤니케이션] ’괴물의 말’이 어떻게 우리 아이들의 말이 되었나? 카카오톡(SNS)으로 말을 배우는 요즘 아이들

024괴물의말

 

”’전효성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으면, 몇 년 후 내 아이 입에서 나오지 말란 법이 없지 않나’ 생각하니 ‘멘붕’이 시작되었고, 심지어 윤창중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졌다. ”
@한 페이스북 친구의 글

“전효성은 원인이 아니라 증상. 보수정권 6년 만에 극우적 사유가 암암리에 젊은 세대의 정신세계에까지 침투했음을 보여주는 슬픈 징조”
@unheim 진중권 교수 트위터

1.아이돌 가수 전효성이 ‘민주화’라는 말을 잘못 사용해서 사과를 했다. 정확히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민주화’의 의미 대신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라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통용되는 ‘은어’의 의미로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극우 성향이 강한 일베는 여성과 특정 지역을 비하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폭력적인 글과 언어가 난무하는 사이트다.

2.은어란 특정한 계층이나 부류의 사람들이 비밀리에 자기들끼리만 빈번하게 사용하는 말을 뜻한다. 특정 집단의 정서와 가치관이 반영된 은어를 쓴다는 것은 그 가치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구성원들간의 동질감과 소속감을 확인하는 하나의 척도였다. 폭력적이고 왜곡된 가치관이 투영된 ‘일베의 은어’가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전효성’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멘붕’에 빠졌다. 진중권 교수의 말처럼 “극우적 사유가 암암리에 젊은 세대에까지 침투”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게 아니라면, 젊은 세대는 어쩌다 일베의 뒤틀린 은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게 되었을까.

3.과거에는 은어가 퍼져나가는 범위가 그것이 생겨난 집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은어를 만든 집단과 사용하는 집단은 거의 일치했다. 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급속한 발달은 모든 사람의 의식이 연결된 ‘초연결(Hyperconnectivity)’시대를 열었고, 특정 집단의 은어가 다른 집단으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다양한 통로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경로를 통해 은어를 ‘수입’한 집단은 은어의 뜻은 그대로 가져오지만, 처음 그것을 만든 집단의 정서나 가치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4.문제는 일베의 은어가 아직 분별력이 부족하고 또래 집단에 속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청소년층에 파고들었다는 점이다. 어쩌다 흘러 든 외래 은어는 카카오톡 같은 폐쇄형 SNS를 통해 청소년들 사이에서 빠르게 전파되고 확산되었다. 아이들은 주요 소통 수단인 카카오톡에서 친구들이 쓰는 새로운 은어를 자기만 못 알아들을까 봐 걱정할 뿐, 그 어원이 어떤 음험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지에는 관심이 없다. 게다가 요즘 청소년들의 커뮤니케이션이 각 개인의 스마트폰 속에서 문자의 형태로 이루어지다 보니, 어른들이 우연하게 라도 아이들의 잘못된 언어 사용을 듣고 바로잡아줄 기회도 줄어들었다.

5.요즘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생활할 수 없는 모바일 네이티브(mobile native)다. 언제 어디서나 검색을 통해 간편하게 지식을 얻을 수 있으니 굳이 두꺼운 책을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Q&A식 단답형 지식에 익숙해지면서 깊이 생각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가벼운 사고는 청소년들의 언어 사용 습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언어와 사고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사용한 은어의 배경을 몰랐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그것이 내포한 그릇된 정서와 가치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아무도 모르게 숨어든 스파이는 눈 앞에 보이는 적보다 무서운 법이다. 그 대상이 우리 아이들과 청소년들이라면 더욱 말할 것도 없다.

6.사람은 자신이 속한 사회와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그 사회의 가치와 언어를 습득한다. 스마트폰과 SNS라는 첨단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지금 자라나는 세대를 둘러싼 언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전효성의 입에서 나왔으면, 몇 년 후 내 아이 입에서 나오지 말란 법이 없지 않나’란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커다란 사회적 각성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 우리 사회의 독소들을 제거해 나가면서 동시에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맞는 언어의 자정 시스템을 구축해 잘못된 언어의 확대 재생산을 막는 일이 시급하다.

by 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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