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T] 프랑스의 모국어 사랑 – 법과 토론이 동반되는 국가의 힘

032프랑스모국어사랑

“프랑스어는 프랑스의 인격과 문화유산의 기본적 요소이며 교육, 노동, 교역, 공공업무의 언어이다”
– 1994년 프랑스어 사용을 의무화한 투봉법 (투봉은 법안을 주도한 문화부 장관의 이름이다) 제 1조

1. 프랑스의 모국어 사랑은 유명하다. 프랑스에서는 ’email’ 이라는 단어가 금지되어 있다. 대신 ‘courriel’ 이라고 써야 한다. 2003년정부가 이렇게 지정했다. 2006년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 기업인이 EU 정상회의에서 영어로 연설하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2. 그런데 세월이 지나긴 지났나 보다. 프랑스 사회당 정부가 19년만에 투봉법을 개정한 법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외국기관과 연계되거나 또는 EU 에서 지원하는 학부 수업에 한해 영어강의를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영어 수업을 금지하는 한, 외국의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그에 반해 야당 및 프랑스어와 프랑스문학을 보호하는 지성인 모임인 한림원은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프랑스 대학은 지금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으며 영어강의 허용은 정부가 국가보호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연일 찬성파와 반대파 간의 논쟁이 지면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3. 이 과정을 보노라면, 한마디로 부럽다. 프랑스어 사용을 의무화한 법에 당시 법안을 주도한 문화부 장관의 이름을 붙인 것도, 투봉법 1조가 말하는 프랑스어에 대한 명료하고 아름다운 정의도, 법안 개정을 앞두고 찬성파와 반대파 간의 논쟁이 기고문을 통해 대중에게 공유되는 민주주의적 과정도 모두 부럽다.

4. 고유한 모국어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와 유사한 절차를 밟은 적이 있었던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2005년 무렵부터 대학 내 전공 영어강의가 시작되어 근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이따금 짤막한 이슈가 되었어도 본격적인 공론화의 과정은 생략되어 왔다. 법과 토론이라는 민주주의 절차를 통해 모국어를 보호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야야말로 프랑스가 가진 힘이고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일 것이다. 지독히 어렵겠지만.

by gold

참고: 중앙일보 2013/05/17, 대학 영어강의 허용 놓고 프랑스는 갑론을박 중, 이상언 특파원, 링크

사진설명: 투봉법 (Toubon Law, 출처: 위키피디아)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