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전략 케이스연구 – 사과문은 말한다 1] 위기의 순간, 공중(公衆)의 여론은 없었다 – 내부 단속과 전통적인 미디어 관리에 집중하는 CJ의 커뮤니케이션

이재현페북업로드

* ‘라이투미(Lie to me)’라는 미국드라마가 있다. 손짓과 몸짓은 물론이고 눈짓과 찡그림, 어느 작은 표정 하나도 말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의심과 혐의를 받고 있는 미래의 피의자는 더욱 그렇다. 당연히 혐의 없음도 드러난다.
행동과 태도, 자세도 그렇지만 ‘문서’도 말을 한다. 근래 위기에 대한 사과문들이 많이 나온다. ‘문서’가 말하는 세계를 ‘위기전략’의 관점에서 분석해 보려한다. 첫 번째는 이재현 CJ 회장의 이메일이다.
검찰이 CJ 본사를 압수수색한 지 근 보름 만에 은둔의 CEO CJ 그룹 이재현 회장이 모처럼 입을 열었다. 새벽1시 12분에 그룹 82개 계열사 소속 4만 명에게 이메일을 동시발송한 것이다. 이 회장의 e메일은 A4용지 한 장 분량으로 이날 오전 1시 12분경 그룹 내 82개 계열사에 근무하는 임직원 4만여 명에게 동시에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에는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CEO 레터를 직원들에게 보냈고, 이번에는 이재현 회장이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낸 후 오전엔 보도자료 형식으로 외부에 공개한 것이다.

먼저 주변을 살펴보자.

1. 이재현 회장은 출입기자도 만나본 일이 거의 없는 특이한 오너다. 대외업무는 인척인 공동회장 손경식 전 대한상공회의소 소장을 통하고 자신은 최대한 나서지 않는다. 다만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얘기가 다르다. 사원들과의 소통을 포함해 굉장히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2.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가 지휘하고 있는 이번 조사는 언론의 집중된 관심을 받고 있고 거액탈세, 해외 비자금, 차명재산 등의 혐의가 등장하는 심각한 사안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에서 CJ의 공중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은 발견되지 않았다.

3. 이메일보다 먼저 기사화된 커뮤니케이션은 이 회장의 고대 동문인 최교일 전 서울지검장이 수사 검사들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전 정부의 핵심과의 나쁜 연결고리를 스스로 드러냈다. 나쁜 시작이다.

4. 변호단이 구성되었다. 로펌은 김앤장과 광장이다. SK에서 실패한 김앤장이 복귀한 것이다. 거기에 남기춘 전 서부지검장이 포함되었다. 남기춘 서부지검장 시절 서부지검은 한화와 태광 등 기업의 무덤이라고 불리웠다. 그가 기업의 수호자로 변신한 것이다. 언론은 비판적이다. 좋지 않은 뉴스를 연속해서 만들었다. 재판부는 공중의 여론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위기관리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5. CJ는 전직 언론인들이 가장 많이 취직한 회사 중 하나다. 전통적인 언론 관계도 열심히 한다. 그런데 심하게 두드려 맞는다. 사안 자체가 방어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혐의도 광범위하다. 이런 상황에서 광고와 기존의 관계는 사고를 틀어막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더불어 미디어 제국 CJ는 지상파, 종편과 사이가 좋지 않다. 채널을 편성하는 헬로TV는 종편과 불편하다. 삼성까지 적이라면 적이 많아도 너무 많다.

6. CJ와 관련 전사(前史)에는 섬찟한 ‘청부살인;’ 다수의 ‘접대 사건’ 등 부정 연관어가 줄줄이 등장한다. 접대야 다른 곳도 안했다 할 수 없겠지만 더 드러났다면 더 심하게 했을 가능성은 높다. CJ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 또는 법법행위로 포위되어 있다.

이런 마당이라면 CJ는 총체적 난국에 걸맞는 위기전략을 써야 했다.

이제 이메일을 살펴보자.

1. 내부 직원들의 동요가 있을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이다. 내용도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경영의 잘못을 지적하고 자신의 책임을 분명히 한다. ‘미안하다’등의 단어를 반복하는 등 감성적 교감도 의미 있다. 위기는 내부의 흔들림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

2. 그러나 이것은 내부자에 해당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이것을 대외커뮤니케이션으로 수단으로 삼아 이메일을 공개한 것은 오류다. 위기전략을 설계할 때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은 전략의 관점에서는 동시에, 범주의 관점에서는 별도로 설계되어야 한다.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으로 공중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대신한 것은 심각한 오해를 낳는다.

3. CJ는 먼저 국민에게 사과했어야 한다. 최소한 이 사안을 CJ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했다.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언론을 통해 국민이 이해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4. 최고 수준의 위기 국면에서 위기전략은 법정의 결론에 국한되지 않는다. 공중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기업의 평판과 명성, 이미지에 대한 심각한 훼손을 고려해야 한다. 로펌이 주도하는, 공중의 여론을 무시하고 법정의 승리에 국한하는 위기전략은 법정의 승리를 담보하지 않을 뿐더러, 법정에서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닌 것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CJ의 위기전략은 그런 점에서 반쪽짜리 이거나 핵심 요소를 간과한 것이다. 사과를 포함한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충실해야 출구전략, 회복전략도 의미를 갖게 된다.

5. 한 걸음 더 들여다보자. CJ그룹은 근본적으로 음지에서 진행한 전통적 관계 설정 외에 공식적으로 공중에 대한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하지 않았다. CJ는 사과는 물론 법률적 준비와 대응 이외에 어떠한 입장도 공식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것은 이메일을 분석해 보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6. 내부 법무팀과 외부 로펌은 이후 검찰 조사 과정은 물론 법정 다툼에서의 유불리를 따졌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책임의 범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안정적 경영을 위한 조치’에 대한 책임, ‘저를 도와준 임직원들의 과오’에 대한 책임으로 분명히 하고 있다. ‘사죄’는 ‘자부심 상처를 입힌 점’으로 되어 있다. 불법과 탈법에 대한 해명이나 설명, 그리고 자신의 직접적 책임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이다. 이것이 아마도 내부 결속을 높이고 단속을 해야 하는 입장에 선 오너의 속내일 것이다. 수많은 내부 공감과 감성의 언어에도 불구하고 이메일이 전달하고픈 내용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7 검찰은 이날 “CJ그룹의 일부 임직원들이 조직적인 증거 은닉 또는 증거인멸 행위를 한 의혹이 있어서 그룹 관계자들에게 엄중히 경고하고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비이락일까?

8. CJ의 위기전략은 순간 탈출전략이다, 근본 외면전략이다. 그러나 위기는 전면적이고 근본적이었다. 이들의 착각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오너의 잘못이 기업과 소속 구성원을 황폐화시킬 뿐 아니라 관계된 모든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협력사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직•간접으로 연결된 소비자,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 모두를 향한 위기전략을 짰어야 하는 이유다.

9. 이재현 회장은 고 이병철 회장의 장손이다. 이병철 회장의 장례식에서 이재현 회장은 영정을 들고 장례의 선두에 섰다. 그것은 불문율이다. 이제 은둔의 CEO 이재현 회장이 공중 앞에 나설 때다. 그것이 진정성을 갖고 문제에 접근하는 첫 번째 단추가 될 것이다.

유민영

<이재현 회장의 이메일 전문>

사랑하는 임직원 여러분!
회장 이재현입니다.
최근 저와 우리 그룹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안타깝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임직원 여러분이 느꼈을 혼란과 실망을 생각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우리 그룹의 성장을 위해 밤낮없이 달려온 임직원 여러분의 자부심에 상처를 주고, 주위로부터 불편한 시선을 받게 했다는 생각에 너무나 미안할 뿐입니다.

임직원 여러분!
제가 CJ그룹의 경영자로서 가졌던 첫 행사가 93년 신입사원과의 만남이었습니다. 그 때 신입사원들의 희망찬 눈빛과 열정을 저는 지금도 기억합니다.
당시 불과 100여명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신입사원 온리원 캠프 참가자가 1000명이 넘습니다. 그룹 출범 당시 6000여명에 불과했던 임직원도 4만여명으로 늘었습니다.
이렇게 그룹이 성장하는 사이, 최고 경영자로서 느낀 무게와 책임감도 그 만큼 컸음을 고백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특히 무엇보다도 절실했던 그룹의 안정적 경영을 위해 취해졌던 각종 조치들 중에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제가 책임을 질 것 입니다.
그 과정에서 저를 도와 준 임직원들의 과오가 있다면 그 또한 저에게 책임이 있음을 밝힙니다. 저의 잘못과 부덕의 소치로 인해 임직원과 회사가 더 이상 고통 받고 피해를 겪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임직원 여러분!
CJ그룹은 회장인 저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매일 출근을 하고, 회의를 하고, 현장을 누비며 우리 제품과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는 여러분의 것입니다.
이번 사태로 여러분이 흔들려서는 안됩니다. 여러분의 꿈과 여러분의 일터가 이번 일로 상처 나서는 안됩니다.
저 개인의 안위는 모두 내려놓고, 우리 CJ와 임직원 여러분들의 성장이 지속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우리 CJ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나 하나 마음을 모아주십시오. 작은 설탕 공장에서 시작해 한국경제의 주춧돌로 성장해 온 CJ에 대한 애정과 긍지를 영원히 간직해주십시오.
저도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임직원 여러분!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리더인 제가 여러분의 자부심에 상처를 입힌 점, 정말 가슴 깊이 사죄합니다.
여러분이 받은 상처와 아픔은 마음 속에 간직하고 두고 두고 갚겠습니다.

회장 이재현 드림

사진 출처: JTBC 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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