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커뮤니케이션] 넥센 염경엽 감독

한국 스포츠계에 새로운 유형의 리더쉽이 등장하는 것 같다. 새로운 리더쉽은 선수 시절의 화려함을 자산으로 삼지 않는다. 실패와 시행착오, 음지에서의 활동을 자산으로 삼고 있다. 이 자산은 겸손함으로 귀결된다. ‘겸손함’은 묘하게도 ‘자신감’이라는 얼핏 반대말에 가까운 단어와 공존한다.

1. 들어나 봤나? 야구선수 염경엽
10시즌 통산타율은 0.195 (1991~2000) 마지막 다섯시즌은 100타수를 채우지 못했고 두 시즌(1996, 1997)의 타율은 0이다. 커리어 하이를 찍은 해의 타율이 0.265. 통산 홈런은 5개에 그친다. 선수 시절 빛을 보지 못했던 이가 감독이 되면서 최고로 변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성공한 결과를 가지고 그의 궤적을 짜맞추는 것은 그들의 인생역정을 비추어 볼 때 결례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워낙에 흥미진진한 면목을 두루 갖춘 양반이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넥센의 초보 감독, 염경엽 감독의 발언들을 챙겨 본다.


2. 알을 깨고 나올 때가 가장 위험하다

새로이 감독에 부임하게 되었을 때 신임 감독은 말을 조심해야 한다. 전임 감독에 대한 팬들의 애정이 남아있는 상태라면 더더욱 그렇다. 전임 김시진 감독은 넥센의 빈약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어렵사리 팀을 꾸려왔다는 다소 동정적인 프레임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시진 감독의 스탭이었던 염경엽 감독이 차기 감독으로 선임된다. 이 시기 염경엽 감독의 메시지는 훌륭하다.

“고맙다. 하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전임 김시진 감독을 모신 입장에서 송구스럽기도 하고 ‘감독님 계실 때 더 잘 모셨어야 하는데’하는 죄송한 마음도 든다. 많은 분이 실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길 밖엔 없을 것 같다.”

감독 취임을 축하하는 기자의 첫 말에 대한 답변이다. 김시진 전임 감독을 배려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했다

“우리 팀의 장단점을 물으셨고, 우리 팀의 미래가 어떠냐고 질문하셨다. 간단히 내가 생각하고 있던 이야기를 들려드렸다. 그러다 10월 6일 만났을 때 전반적인 야구관과 감독이 되면 어떤 식으로 팀을 이끌 생각이냐고 물으셨다. 최종적으로 어제(9일) 구체적인 모든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후임 감독의 선임이 구단 내 파워게임, 정치의 영역인 아닌 ‘면접 시험’의 결과임을 밝혔다. 이 지점을 명확히 하며 전임 김시진 감독의 스탭 출신으로서 새 감독이 되어야 하는 딜레마를 밀끔히 해소했다. 김시진 전임 감독이 새로이 롯데에 자리를 잡게 되면서 염 감독은 모든 부담을 내려놓게 된다. 최상의 조건이다. 이제 김시진 감독은 이제 전임자가 아니고 적장일 뿐이니까.

3. 데뷔 감독이 할 수 있는 차별화의 최대치 – 한국 프로야구의 고정관념에 대한 문제제기
대개 전임 감독과의 선긋기로 비춰지는 차별화는 대내외적으로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김성근-이만수의 사례) 염감독의 차별화는 스마트하다. 그의 차별화는 기존의 한국 프로야구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신인 감독만 시도할 수 있는 차별화 프래임이다. 그의 차별화는 사례와 경험으로 촘촘하고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제시된다.

– 2군은 맞춤형 선수를 만드는 곳이 돼야만 한다. 2군에서 중심타자라고 해도 1군에 올라오면 7, 8, 9번에 배치된다.
– 코치진에 내 사람 끼워넣기는 없다. 2군 코칭스태프는 구단이 구단의 장기 비전에 맞는 사람들로 배치하라.
– 왜 스프링캠프에서 주전 경쟁을 하나? 캠프 시작하는 날, 보직과 주전 비주전 통보를 했다.
– 주전 선수들이 시즌 개막전에 맞춰 컨디셜 조절을 한다면 백업선수들은 주전과의 실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훈련량을 소화해야 한다.
– 문제는 출루율이 낮은 걸 뻔히 아는데도 출루율 높이는 훈련을 거의 받지 않았다는 거예요. 계속 공을 보게 하고 있어요.
– 미국 마이너리그를 보세요. 투수, 타격, 수비, 주루 등 모든 분야가 매뉴얼로 정리돼 있어요.

그의 생각들은 넥센 내부에서 자신의 컬러를 명확히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있다. 그의 차별화는 전체 프로야구단을 대상으로 시도되고 있다. 기존 넥센의 야구를 포함하나 더 큰 프레임 내에서 메시지를 전개하고 있다. 차별화의 핵심은 기존 프로야구단의 고정관념과 상식에 대한 도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선하다. 처음 감독으로 데뷔하는 진짜 신임 감독이 아니면 절대 던질 수 없는 메시지다. 염감독은 그 기회를 충분히 살렸다.

4. 염경엽 차별화의 실체 – 남다른 이력과 준비과정 그리고 겸손
3에서 언급한 차별화는 신임 감독으로서 차별화였다. 시의성이 강한 이슈였기 때문에 그의 브랜드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유형의 차별화였다. 시간이 지나면 소비되고 그냥 조용해질 성격의 것이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3에서의 차별화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에 대한 부분으로 넘어간다. 메시지를 더 확대, 심화한하면서 차별화의 실체를 제시한다.

“지난 2004년 현대에서 운영팀 과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9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벌인 끝에 우승을 거뒀을 때도 염 감독에겐 기쁨과 서글픔이 교차했던 순간이다. 염 감독은 “장대비가 쏟아지던 당시 잠실구장에서 택시가 안 잡혀 잠실 롯데호텔까지 뛰어가서 우승 축하연을 준비했다”며 “프런트였기에 그라운드에서 우승의 감격을 누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내가 뭐하고 있는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야구를 좀 더 잘했더라면, 선수 생활을 계속 했을 수도 아니면 코치를 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더욱 서글펐다는 것이다.”

그가 시도한 두번째 차별화는 그의 이력에서 출발한다. 스카우터, 운영팀 과장 등을 거쳐 감독이 된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 아니면 감독이 되기 힘든 한국 프로야구에서 그가 가진 독특한 이력을 십분 활용한다. 일곱권의 빽빽한 다이어리는 그의 이력이 묻어있는 비주얼 상징으로서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한다. 그리고 인생역전식의 스토리는 겸손함으로 마무리 된다.

넥센의 좋은 성적이 이어지고 있으나 그의 겸손함에는 흔들림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겸손함이 단지 겸손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그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겸손할 수 있었던 것 같다.(자신감과 자존감이 없기 때문에 허세를 부리고 무례한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아오지 않았는가?) 한국 프로야구 전반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는 그의 커리어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이 보지 못했던, 생각치 못했던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이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겸손한 자신감’이라는 독특한 포지셔닝을 획득한 새로운 타입의 리더를 목격하고 있다.

by green

참고 및 이미지 출처
박동희 칼럼, 2012/10/10, 염경엽 “코치진에 내 사람 끼워넣기는 없다.”, 박동희 기자,  링크
스포츠조선, 2013/06/06, 넥센 염경엽 감독, 쓰린 경험은 나의 힘!, 남정석 기자, 링크
동아일보, 2012/10/27, 염경엽 넥센 새 감독의 억센 인생 ‘감독석까지 달려간 대주자’, 조동주 기자,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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