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포인트] 준비 되어있지 않다면 말을 아껴라

‘얼굴이 너무 까매서 마운드에서 웃을 때 하얀 이와 공이 겹쳐보여서 진짜 치기 힘들다. 그래서 당한 경우가 많다’

‘가장 까다로운 투수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한화 4번 타자 김태균이 롯데의 외국인 투수 유먼을 꼽으며 한 말이다. 이 말은 곧바로 인종 차별 발언이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스타 플레이어는 팀의 핵심 커뮤니케이터다. 한화는 6월 10일 현재 16승 1무 34패로 꼴찌다. 신생구단 NC에게도 4 게임차로 뒤지고 있는 참담한 성적이다. 구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핵심 커뮤니케이터의 발언은 보수적이고 진중해야 한다. 김태균은 한화의 간판 선수이니 만큼 그의 메시지 하나하나는 현재 구단의 상황과 오버랩되면서 팬들에게 전달되고 반향을 일으킨다. 그의 메시지는 안그래도 어려운 팀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한화 이글스 김태균 (이미지 출처: 한화 이글스 공식 홈페이지)

김태균은 한화의 간판 선수다.  (이미지 출처: 한화 이글스 공식 홈페이지 메인 이미지)

1. 200개가 넘는 별명을 지닌 사나이
2013년 6월 11일 현재 위키피디아에 소개된 김태균의 별명은 무려 48개다. 2009년에는 200개가 넘는 그의 별명이 프린트된 티셔츠까지 판매가 되었다고 하니 가히 ‘별명왕’이다. 대체로 많은 별명은 좋게 해석될 수 있다. 야구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무명 선수에게 이런 많은 별명이 있을리가 없다. 팬들의 많은 사랑과 지지를 받지 않는 이상 이런 수많은 별명이 생산될 수도 없다. 아울러 일반적인 야구선수와 다른 어떤 독특한 개성이 김태균에게 존재한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2. 2011년 ‘김도망’이라는 별명이 생긴 이유
2011년 김태균에게 매우 부정적인 별명이 하나 추가된다. ‘김도망’이 바로 그것이다. 2010년 일본에 진출한 김태균은 2011년 시즌 중 일본 지바 마린스와의 계약을 중도해지하고 귀국하게 된다. 당시 인터뷰에서 김태균은 중도귀국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국내에서 통원 치료를 받는 기간이 너무 길어졌다. 후반기가 시작되는 시점인데 운동을 너무 오래 쉬었다. 돌아가도 팀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아서 계약을 포기하기로 했다.””현 상황으로는 내년에도 팀에 큰 보탬이 될 것 같지 않았다. 나에게도 변화가 필요했다.”

인터뷰는 여기서 담백하게 끝냈어야 한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중도 퇴단에 대해 구단과 팬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렇게 담백하게 끝내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김태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이 덧붙는다.

“동일본 대지진 후 솔직히 충격을 많이 받았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도 걱정을 많이 했다.””일본 2년째를 맞아 의욕적으로 올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일본 대지진 이후 심적으로 많이 흔들렸고, 야구도 욕심처럼 되지 않았다. 그러다 부상과 부진이 겹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고액 연봉을 받는 외국인 선수로서 많이 미안했다.”

동일본 대지진이 그의 2011년 전반기 부진한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실제 충격과 고통도 컸으리라 짐작하지만 이 부분은 그가 어쩔 수 없이 삼켜야 했던 말이다. 그는 삼켰어야 할 말을 뱉음으로 인해 일본에 계속 살아가야 할 사람들과 함께 했던 선수들에게 의도치 않은 폭력적 메시지를 던지게 되었다. 단지 현지의 일본인들에게만 상처가 되었을까? 전설적인 재일 야구인 장훈의 인터뷰를 보자.

(표정이 어두워지며) 일본 야구계의 한국 선수들에 대한 평가가 아주 떨어졌어요. 이승엽(오릭스)이 부진하고, 금년엔 지바롯데 마린스에서 뛰던 김태균이 갑작스럽게 퇴단했습니다. (한숨을 길게 토해내며) 참, 부끄럽습니다. 확실한 이유가 뭔지 모르겠지만, 김태균이 ‘지진이 무섭다’든가 ‘가족이 일본에서 뛰는 걸 반대한다’고 해서 한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압니다. 물론 타당한 이유일 수 있어요. 하지만, 많은 연봉을 받는 조건으로 일본에 진출하지 않았습니까. 여기다 선수라면 가족도 가족이지만, 운명을 함께하고, 동고동락하는 팀과 팀원들도 생각할 줄 알아야 해요.(비장한 표정으로) 대한민국 남자로서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밖에 나가면 일본 사람들이 저한테 뭐라고 해요. 물론 전 변명은 하지 않습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합니다.

담백하게 인정하고 양해를 구하면서 끝냈어야 좋았을 메시지에 필요없는 살이 붙음으로 인해 김태균은 많은 사람들(일본인, 재일한국인)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은 ‘김도망’이라는 명예스럽지 못한 별명을 얻게 되었다.

3. 준비된 커뮤니케이터가 아니라면 말을 아껴라
유먼의 케이스에서도 같은 실패가 반복되었다. ‘독특한 투구폼 때문에 유먼을 상대하기 어렵다’ 정도로 끝났으면 좋았을 답변에 김태균 특유의 입담은 살을 붙였고 사태는 일파만파 커져버렸다. ‘입담이 좋다’, ‘말을 재미있게 한다’와 공중 영역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완전히 별개의 것이다. ‘입담’과 ‘재미있는 말’은 종종 세상에 통용되는 보편적 가치 기준을 전복시키거나 비웃으면서 힘을 얻는다. 공중영역의 커뮤니케이션은 완전히 다르다. 보편적 가치 기준을 충실히 수용하면서 자신의 메시지를 차별화하고 부각시켜야 한다. 공중영역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익숙치 못하다면 말을 삼가는 것이 좋다. 준비되지 못한 입담은 설화(舌禍)를 불러온다.

사족: 다문화 시대, 인종차별에 대한 불감증을 돌아보는 계기
우리사회의 인종차별에 대한 감수성을 고려할 때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입장의 감수성) 사태는 유야무야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화 구단을 통해 배포된 사과 메시지 역시 ‘농담이 와전되었다’는 식의 변명을 넘어서지 못했다. 실제 문제가 된 방송에서도 진행자들은 웃으면서 즐겁게 문제의 발언을 전달했다. 김태균을 통해 불거졌으나 사실 이번 문제는 인종차별에 대한 사회전반의 낮은 인식수준이 반영된 결과다.
KBO나 선수협 차원에서 다문화 시대에 걸맞는 캠페인이나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 하나를 재빨리 가리고 덮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고질적 병폐를 야구계가 앞장 서서 치유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과정에 김태균이 자신의 역할을 했으면 한다. 김태균에게 ‘김차별’이라는 새로운 별명 대신 ‘김평등’같은 별명이 생기길 기원한다.

by green

참고
일간스포츠, 2011/07/27, 김태균 “퇴단을 결정한 이유..日 대지진에 충격”, 김식 기자, 링크
박동희 컬럼, 2011/09/05, 장훈의 진심 “한국 남자로서 부끄러웠다.”, 박동희 기자, 링크
위키피디아, 김태균 (1982),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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