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전략 케이스 연구 2] 소년, 공공의 범죄를 만나다 – 위기에 처한 공공기관, 먼저 상황에 대해 사실대로 대응하라

약촌오거리페북
지난 15일 저녁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보도한 ‘979 소년범과 약촌 오거리의 진실’의 파장이 크다. 동네 다방에서 배달을 하던 15살 소년 최모 군을 익산경찰서가 살인 혐의자로 지목했고 강압수사를 통해 허위 진술을 받아 실형을 받게 했다는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최 군은 허위 진술을 했다고 번복했지만 재판부는 10년형을 선고했다. 3년 후 군산경찰서가 진짜 범인을 검거했다.

사건의 개요는 말한다.
1. 익산경찰서는 애꿎은 15살 소년(최군)을 범죄자로 몰았다.
2. 검찰은 경찰 수사에 기반해 수사를 했고 기소를 했다.
3. 재판 과정에서 최군이 자신의 진술이 허위자백이라고 말했다.
4. 재판부는 최군의 진술을 믿지 않고 실형을 선고했다.
5. 최군은 상고하지 않았다.
6. 3년 후 군산경찰서가 진범을 잡았다.
7. 진범은 일관되게 범행을 진술했다.
8. 그 후 진범은 “자신의 진술은 허위였다”고 말했고 경찰은 사건을 종결했다.
9. 언론이 보도하기 전까지 검•경과 법원은 공식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익산경찰서는 16일 ‘수사 재검토’ 의지를 밝혔다.
사실이 명백하고 스토리가 분명한 사안이다.

언론이 보도하기 전까지 공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익산경찰서는 16일 홈페이지에 입장을 밝혔다. 비교적 신속하게 대응한 것이다.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검토해 보기로 했다.

1. 팝업 창을 띄워 홈페이지를 찾는 누구나가 정확하게 보고 접근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아쉬운 것은 실제 운영되는 공지사항 등에 등재하지 않은 것이다. 인터랙티브 페이지인 페이스북과 트위터에는 글이 올라가지 않았다.

– ‘수사상황 재검토’ 발표에 무게를 실어주는 행동이다. 사과문을 잘 보이지 않는 어딘가 숨겨놓는 행동은 초기 대응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사안 중 하나다. 위기관리가 작동하는 순간 가장 먼저 청중이 보는 것은 자세와 태도, 행태이기 때문이다.

– 두드려 맞을 때는 최선을 다해서 두드려 맞아야 한다. 성난 사람들은 일고의 뒷걸음도 용서하지 않는 것이다.

2. ‘안녕하십니까? 저는 익산경찰서장 총경 나유인입니다.’

– 신뢰를 주는 시작이다. 명쾌하게 직책, 직위, 이름을 밝히고 시작했다. 발표문에 이름 석자도 쓰지 않는 사과문이나 발표문이 많은 것에 비하면 훌륭한 시작이다.

3. ‘6월15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된 “979 소년범과 약촌오거리 진실”과 관련하여 사건 당시 경찰의 수사와 검사의 공소제기, 사법부의 제2심(항소심) 판결 및 당사자의 상고 포기로 형이 확정•집행된 사안이나,

– 보도와 사건의 경과에 대해 정확히 기술하고 있다. 경찰, 검찰, 사법부를 화자로 등장시켜 전 과정을 소개하는 것을 통해 전반적 과정 안에 검찰의 수사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금이라고 책임을 덜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공범이 있다고 해서 책임이 줄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건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다만 글을 통해 전반적 시스템의 문제임을 알려주었으니 그것도 공익에 대한 기여라 하겠다.

4. ‘수사시관의 협박 및 폭력이 있었다는 당시 피의자의 주장 및 방송사의 수사미진에 대한 이의에 대하여, 보다 엄격하고 충실하게 당시 수사상황을 재검토하여 한 점 의혹이 없도록 그 사실관계를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 언론이 지적한 핵심을 그대로 서술하고 있으나 피의자는 ‘주장’ 으로 방송사는 ‘이의’라는 단어를 사용해 확정의 사실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덧붙여 ‘수사미진’이라는 완화된 단어로 상황의 극단성을 넘어서려는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다.

– ‘한 점 의혹이 없도록’이라고 밝혔지만 그 수준을 ‘수사상황을 재검토’, ‘사실관계를 밝히도록’이라고 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지 않다. 이는 재수사 등에 의한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서장이 할 수 있는 불가피한 언술이다. 다음 대목에서 이것을 보완하고 있다.

5. ‘익산 경찰서는 억울한 사법적 피해의 발생 가능성에 대하여 최선을 다해 조치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 위에서 지적한 요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단락은 나쁘지 않다. ‘억울한 사법적 피해의 가능성’은 피해자의 관점에서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고 ‘최선’과 ‘약속’이라는 단어를 통해 진심을 보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6. ‘경찰이 있어 편안하고, 경찰이 있어 안심이 되는’

– 홈페이지에 있는 나유인 소장의 인사말은 다른 기관장들과 달리 짧고 명쾌하다. 부족한 것도 있고 한계도 있는, 사과문도 아닌 발표문이다. 그러나 신뢰할만한 요소도 있는 발표문이다. 익산경찰서장의 인사말이 그야말로 완벽하게 부정을 당했으니 인사말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모든 것을 다해 위기를 풀어야 할 시점이다. 그것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유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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