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사전] 학문 – 물에 비친 달을 긷는 것

1. 우현(又玄) 고유섭(1905~1944)은 우리나라 근대 미술사학의 아버지 같은 존재다. 유물 유적 탐구의 중요성을 깨닫고 고적답사로 한국의 사찰 및 탑파를 찾아 연구했고, 삼국시대와 통일신라 때의 석탑들을 양식론에 입각해 체계화했다.

2. 우현은 아호를 급월당(汲月堂)이라고도 했다. ‘물에 비친 달을 긷는 사람’이란 뜻이다.
옛날 산속에 원숭이가 살았다. 어느 날 밤 목이 말라 샘가에 와보니 물 위에 달이 떠 있었다. 원숭이는 두 손으로 달을 떴다. 그러나 물에는 여전히 달이 남아 있었다. 원숭이는 밤이 다하도록 달을 길었으나 끝내 달을 물에서 떠내지 못했다. 아무리 다해도 다하지 못하는 것, 우현이 생각한 학문이란 이와 같은 것이었다.

3. 지식을 배우는 것이 ‘학(學)’이고, 그 지식을 주체적으로 소화하여 진정한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비판적인 관점에서 의문을 가지고 반문(질문)하는 것이 ‘문(問)’이다. 배우고, 자신의 입장에서 되짚어보는 일은 아무리 다해도 다하지 못할 것이다. 물에 비친 달을 긷는 작업으로 생각하면 조금 덜 고달프지 않을까?

고유섭 열화당
by 송혜원

출처: 조선일보, 20130/06/18, 행복한 又玄 선생, 김태익 논설위원, 링크
사진출처: 조선미술사 상 총론편, 열화당, 고유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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