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벤 버냉키 VS 밥 딜런 VS 마크 주커버그 – 그들이 한 그림 안에서 만났다

1. 며칠 전부터 전 세계가 벤 버냉키의 입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입을 열었다. 모든 경제 지표들이 요동치고 있다.

2. 어제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것에 지쳐 경기도의 한 도서관에 들렀다. 그전부터 잡지 “Bloomberg Businessweek”의 디자인이 궁금했는데 국립중앙도서관만이 전자책으로 가지고 있을 뿐, 서울 어느 도서관에도 없었다. 우연히 동료가 본 적 있다며 알려줘서 이 도서관을 찾았다. 아쉽게도 2013년부터 구독을 끊어 2012년 치만을 볼 수 있었다. 48권을 뒤적이다가 벤 버냉키의 얼굴을 발견했다. 2012년 8월 16일 자 표지였다.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bloomberg표지인물

3. 이 일러스트는 전설적인 디자이너 밀턴 그레이저Milton Graser가 그리고 디자인한 밥 딜런의 LP 앨범 포스터를 ‘인용’한 것이다. 버냉키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수염을 잘 포착해서 강조했다. 딜런의 무성하고 긴 머리카락이 버냉키에게선 풍성한 수염으로 옮아 가 있다. 일러스트레이터는 벗겨진 머리, 강인한 이마, 둥그스름하고 뭉툭한 코, 상대적으로 짧은 턱, 굵고 짧은 목까지 검정 실루엣으로 외모의 특성을 잘 살렸다. 눈썹 위로 이마와 머리를 더 강조해서 크게 보이도록 하고 상대적으로 눈썹 아래쪽은 크기를 줄였다. 콧등의 선도 실제보다 짧고, 코 아래에서 턱까지도 실제보다 짧다. 비례를 조정해서 일부러 왜곡을 준 것이 실재 인물과 더 닮아 보인다.

4. 밀턴 그레이저가 그린 밥 딜런은 역사적 상징성이 매우 강한 이미지다.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에도, 팝 음악의 역사에서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게 새겨져 있다. 이 이미지를 ‘인용’해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밀턴 그레이저와 밥 딜런을 합친 어마어마한 무게를 감당할 인물. “Bloomberg Businessweek”는 과감하게 벤 버냉키를 골랐다. 그리 우호적인 기사인 것 같진 않다. 밥 딜런의 유명한 앨범 “The Freewheelin’ Bob Dylan”을 패러디해 오른쪽 아래에 “The Freewheelin’ Ben Bernanke”라고 타이틀을 달았다. 텍스트까지 충실하게 댓구를 맞추어 딜런을 인용했다. 밀턴 그레이저의 원작엔 오른쪽 아래 DYLAN이라고만 쓰여 있다.

5. “Bloomberg Businessweek” 2012년 5월 21자 표지엔 페이스 북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주커버그의 얼굴이 실려있다. 이 사진을 보고 또한 밀턴 그레이저의 밥 딜런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같은 구도에 머리카락이 짧을 뿐 얼굴 실루엣은 밥 딜런과 놀랍도록 비슷하다. 이 젊은이가 폴 버냉키보다 먼저 일러스트화 되지 않은 것은 실루엣이 밥 딜런을 너무 닮아 변별력이 없기 때문인가? 아직 그 정도 무게가 되지 않기 때문인가? 아니면 강조할 머리카락이나 수염이 없기 때문인가?

사진가는 주커버그를 수줍게 웃게 했다. 이 웃음은 주커버그의 짧고 순진해 보이는 머리카락에 잘 어울린다.

서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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