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포인트] 가는 사람을 먼저 보내라, 새로운 그림을 그려라,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불러라

감독모음

축구협회는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 감독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일부 이견이 있겠지만 월드컵을 1년 앞둔 상황에서 대체로 공감하는 인선으로 보인다. 
그런데 신구 교체의 과정이 매끄럽지는 않다. 
이란 전 패배 이후 최강희 감독은 언론에서 사라졌다. 아무리 패장이라고 해도,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지만 그는 국가대표팀의 감독이었다. 

왜 축구협회는 행정을 바람잡이처럼 해낼까 궁금해졌다. 축구협회는 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고 뻥 축구만 하는 것일까. 

1. 축구협회, 과거를 무조건 부정하다 
매몰찬 축구협회는 실패한 조광래 감독을 그냥 헌신짝처럼 버렸다. 기술위원회는 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물었다. 그리고 마다하는 최강희 감독을 들였다. 그리고 이제 최강희 감독을 버렸다. 두 감독 모두 재임 중 여러 이슈로 논란이 컸지만 이렇게 보내는 것은 아니다. 최 감독은 그래도 어려울 때 팀을 맡아 빛바랜 성과이지만 월드컵 진출을 이뤄냈다. 팬과 언론은 욕해도 축구협회는 최소한의 예를 갖춰 보내는 것이 맞았다. 전쟁이 아니라면 패장도 배려 받아야 했다. 
축구협회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매우 나쁜 인상을 각인시켰다. 지속적으로. 

2. 축구협회, 냉정한 평가를 피하다
축구는 한국사람 모두가 전문가다. 이란 전에 피한 날, 축구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이 분노의 화살을 날렸다. 패배했다면 당연히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책임도 묻고 논쟁도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패배의 시간’이다. 그런데 이란 전 패배 다음 날부터 익명의 축구관계자들이 언론에 등장했다. 감독 선임의 정상 절차도 시작되기 전에 홍명보 감독이 ‘내정되었다, 고사했다, 확정되었다’로 널을 띠웠다. 물론 성급한 언론과의 합작품이다. 언론과 팬은 비판도 하지만 또 냉정한 복기도 할 것이다. 책임의 한 당사자인 축구협회는 그 시간을 피하기만 했다. 
그렇게 ‘패배의 시간’은 사라졌다. 위기를 피하는 방법 치고는 매우 나쁜 수다.

3. 축구협회, 새로운 감독에게 짐을 지우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시간에 붙여 두어야 한다. 새로운 감독도 그래야 새로운 역할과 책임을 맡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지나간 시간을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폭력적으로 보내버리면, 그 시간은 고스란히 새로운 수장의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게 된다. 새로운 설계는 차분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특히 이번 상황은 그리 서두를 이유가 없었지 않았는가. 당장 내일 게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새로운 감독에게 지워진 짐은 한국 축구가 매번 먹는 욕, 뻥 축구와도 같은 것이다.

유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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