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채홍의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이것이 리얼 스토리다, 아버지와 아들의 연필 – 스테들러를 광고하는 최상의 방법

스테들러프리젠테이션보드

1.
은퇴한 아버지가 알츠하이머로 고생하며 표정을 점점 잃어가고 있어 아들은 가슴 아팠다. 아들은 문득 아직 남아있는 아버지의 표정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연필을 깎고 커다란 도화지에 아버지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트디렉터였던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직접 연필로 드로잉을 가르쳐주곤 했다. 아들은 아버지처럼 지금 아트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아들은 아버지의 얼굴을 연필로 그리고 아버지가 좋아하는 꽃도 함께 그렸다.

2.
칸 국제광고제에서 디자인 부문(포스터) 금상을 받은 연필 브랜드 ‘스테들러’ 광고 얘기다. 광고 제작 스토리를 담은 소개 영상은 “This is a real story involving my father, myself, and STAEDTLER.”라고 밝히며 시작한다. 아들은 쉽고 간결한 영어로 담담하게 아버지와 자신과 스테들러를 얘기한다. 아버지 얼굴에 깊게 팬 주름을 그리는 과정과 활짝 핀 꽃을 그리는 과정이 번갈아 아름답게 펼쳐진다. 삶의 끝자락에 다다른 아버지의 얼굴과 이제 막 삶의 절정에 다다른 꽃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오직 연필 한 자루로 만드는 아름다운 삶의 풍경이다.

3.
스테들러 마스 루모그래프 연필은 처음 생산될 때나 지금이나 디자인이 변하지 않았다. STAEDTLER 로고만 바뀌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드로잉을 가르쳐줄 때나 아들이 아버지의 얼굴을 그릴 때나 여전히 똑같은 스테들러 마스 루모그래프였다. 이제는 사람들이 잘 쓰지 않는 연필을 다른 테크놀로지에 기대지 않고 오직 연필의 본성에 집중한 소박한 광고지만 보는 이의 마음을 한동안 얼얼하게 한다. 광고주는 스테들러 일본, 광고 대행사는 DENTSU Tokyo다. 포스터와 책, TV광고를 만들었다. 전시도 있었다.

* 아래 링크를 따라가면 스테들러 수상 소개 페이지가 뜨고 스크롤 해 조금 내려가면 “CASE FILM”이라고 이름 붙인 소개 영상을 볼 수 있다.

서채홍

사진 출처: 칸 국제광고제 홈페이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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