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스쿨 4] 로마에서 따라야 할 로마법, 이탈리아식 제스처 –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이탈리아인들의 250가지 수(手)다법

crazyberlusconi

“이탈리아 사람들은 손이 없으면 말을 못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그만큼 이탈리아인들이 사용하는 제스처는 다양하고, 또 구체적입니다. 교환학생으로 이탈리아에 갔던 친구의 말에 따르면 이탈리아식 제스처를 가르쳐주는 수업도 있다고 하네요.
시끌벅적한 곳에서도 자신의 말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남들 모르게 소통하기 위해 제스처가 사용됐다고 하는데요, 6월 30일자 뉴욕타임스에 이에 대한 기사가 실려 전문번역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P.S. 사실 번역을 하고 있었는데, 7월 3일자 조선일보 국제면에 짧은 소개 기사가 난 걸 발견했답니다. 잠시 멘붕했지만 전문을 소개하지 않았으므로 마저 번역했습니다. 이걸 보시면 더 재밌을 거예요. 조선일보 링크는 안 달 거예요.  haha.

탁 트인 극장이 있다면 그곳은 로마다. 배역들은 입을 열 때마다 손도 움직인다. 전화할 때나 담배를 피울 때나 꽉 막힌 좁은 도로에 갇혀있을 때에도 그들의 손짓은 멈추지 않는다.

말 잘 하는 사람을 높게 평가하는 이탈리아 문화에서 제스처는 특히 중시된다. 제스처로써 말을 좀 더 명확하고 부드럽게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제스처도 있다. 손을 배에 갖다 대면 ‘배고프다’는 뜻이고 검지 끝으로 뺨을 찌른 후 비틀면 ‘맛있다’는 표현이다. 손목을 톡톡 치는 것은 ‘서둘러’라는 의미다. 아시다시피 세계적으로 통용된다.
이탈리아인만 알아들을 수 있는 복잡한 동작도 많다. 이들은 제스처에 피로감, 회한, 숙명론적 감정 등도 담아낸다. 이탈리아인들에게 제스처는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런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두 손을 펴들면 ‘무슨 일 있었어?’라는 의미, 두 손을 모아 흔들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라는 뜻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입으로만 말한단 말이요? 이렇게?”
로마의 택시운전수 파스칼 가란치노는 몸이 굳은 듯 두 팔을 딱 붙이고선 말했다. 그는 택시 운전석에 앉은 채로 차 밖에 선 친구와 손을 마구 움직이며 대화하는 데 익숙하다. “어떤 제스처를 가장 좋아하냐”는 물음에는 “종이에 옮기기 어려울 걸”이라 답했다.

이탈리아에선 어린아이들도 제스처를 사용한다. 청년들도 그렇다. 노년 역시 쓴다. 이런 농담도 있다. ‘이탈리아인의 제스처는 유전된 것이다.’ 응용하자면 이렇다.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태아가 이렇게 말하고 있었어요. ‘의사선생, 나한테 원하는 게 뭐요?’”(이 농담을 할 때는 위에 언급한 제스처, 두 손 모아 흔들기를 곁들여야 한다는 걸 잊지 마시라.)

최근 어느 오후, 짙은 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성 두 명이 로마의 지오리티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심각한 듯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서도 제스처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모습이었다. 그 둘 중 한 명은 자신의 이름을 알렉산드로라고 밝혔는데, 그는 요새 젊은이는 중년인 그들이 사용하지 않는 제스처를 쓴다고 주장했다(진짜인지는 아직 모른다).

때때로 제스처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작년에 이탈리아 대법원은 이야기하며 손을 움직이다가 실수로 80세 할머니를 친 남성에 유죄선고를 내리기도 했다. “거리는 안방이 아닙니다. 대화 중 제스처를 사용하는 습관은 때때로 불법이 될 수 있습니다.” 판사가 한 말이다.

2008년 보수적인 노던리그의 설립자인 움베르토 보씨는 이탈리아의 국가(歌)가 울려퍼지는 도중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이 행동은 대중을 격분하게 했지만, 베니스의 검사는 이 제스처가 욕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제스처를 많이 사용하는 문화 탓에 이탈리아 정치인들은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제스처를 활발하게 사용하기로 이름난 사람이다. 지난 2009년 G20회의에서 그는 미국의 영부인 미셸이 손을 내밀었을 때 미셸을 위 아래로 훑으며 ‘섹시한데(va va voom)’ 정도를 의미하는 제스처를 취해 논란이 됐다.

반면 전후 시절 7선 정치인인 기울로 안드레티는 제스처를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의 제스처는 조심스러웠기 때문에 그가 원하기만 한다면 발휘할 수 있었던 엄청난 권력을 억제할 수 있었다.

“위협, 소망, 절박함, 수치, 자만심 등이 제스처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로마 트레대학교의 제스처 전문가인 이사벨라 포지 심리학 교수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일상 대화에서 250여 제스처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였다. “제스처가 수화와 다른 점은 동작 하나만으로 완전히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제스처가 발달한 원인은 독특한 민족성보다도 그들이 겪은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이 오랜 기간 동안 오스트리아, 프랑스, 그리고 스페인 등 타국의 통치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지배국이 이해할 수 없는 손동작을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발달시켰다는 가설이다.

다른 가설도 있다. <저널 제스처>의 에디터인 아담 켄돈에 따르면 제스처는 나폴리같이 인구가 밀집된 환경에서 발달했다. 사람으로 꽉 찬 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다른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제스처를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점차 경쟁적으로 사용됐다.
“주의를 끌기 위해 사람들은 몸 전체를 움직입니다.” 포지교수도 이 가설을 뒷받침했다.

19세기 사제이자 고고학자인 안드레아 드 조리오는 나폴리에서 고대 그리스의 화병을 발견했는데, 이 화병에는 손가락 제스처를 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그 제스처는 19세기 당시 나폴리 사람들도 사용하던 것이었다.

철학자들은 일찍이 제스처에 주목해왔다. <뉴 사이언스>에 따르면 18세기 이탈리아 철학자인 기암바티스타 비코는 제스처가 언어가 생기기 전부터 있었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철학자인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는 진실, 혹은 정보를 전달하는 데 사용됐다고 단언했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경제학자인 피에로 스라파는 제스처 하나로 반박했다. 손가락으로 턱을 문질렀는데, “헛소리 하지 마” 정도로 해석된다.
이런 종류의 제스처는 권력에 저항하고 자신의 권위를 되찾는 수단이다.

김정현

*[커뮤니케이션 스쿨] 칸아카데미 매뉴얼로 보는 커뮤니케이션기술, 링크
*[커뮤니케이션 스쿨 2] 지식의 저주를 풀자. 효과적으로 설명하자, 링크
*[커뮤니케이션 스쿨 3] 당신의 페이스북 업데이트에 사람들이 ‘좋아요’하지 않는 이유 9가지, 링크

출처: 뉴욕타임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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