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미래 5] 저널리즘의 경계, 의제설정을 넘어 새로운 행동주의로 – 허핑턴 포스트의 새로운 프로젝트 B Team – People, Planet, Profit

플랜비

1. ‘의제 설정 이론(Agenda Setting Theory)’은 매스미디어가 반복된 뉴스 보도를 통해 공중의 마음에 이슈의 중요성을 부가시키는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즉 특정 주제에 대해 미디어가 주목하고 많이 다루면 실제 그렇지 않더라도 공중이 그 이슈를 중요하게 평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 커뮤니케이션 핵심 이론, 정인숙 2012, 커뮤니케이션북스

2. “신문은 선동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을 때에 바로 잡아야 한다.” 19세기 말 미국은 황색언론이 지배하던 시기였다. 뉴욕월드, 뉴욕저널 등 황색언론 간의 치열한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했고, 이 시기의 핵심 키워드는 “행동주의”였다. 경찰이 이스트 강 살인사건을 풀 수없는 미스터리로 생각할 때 뉴욕저널은 스스로 탐정단을 조직했다. 여배우를 감옥으로 들여보내 살인 용의자와 인터뷰를 하는 대담한 기획도 선보인다. 쿠바의 감옥에서 ‘혁명가의 딸’을 탈옥시킨다거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경찰 노릇은 물론 군대까지 조직하려 했었다. 당시 미국 언론의 기조는 행동주의 그 자체였다.

3. 허핑턴 포스트의 창립자 겸 편집장인 아리아나 허핑턴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 이름은 “B Team” 이다.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왜 A Team 이 아니라 B Team 인지에 대해 그는 6월 12일자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제목: People, Planet, Profit – B Team 을 소개합니다.

만약 당신이 비즈니스 세계의 Plan A – 지금과 동일한 방식 – 가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믿는 이들 중 한명이라면, 오늘은 당신에게 기쁜 날입니다. 왜냐하면 Plan B를 소개하는 미션을 가진 B Team 의 출범을 공식적으로 선포하기 때문입니다. B Team 의 창립멤버 중 한명으로서 저는 지난 몇 달간 이들과 함께 일하며 매우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공동 창립자인 리차드 브랜슨, 조첸 자이츠, 그리고 다른 리더들과 함께 논의한 결과, 우리들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중시되는 가치를 새롭게 바꾸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그 가치란, “사람과 지구에 우선순위를 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며 분기별 이익과 단기성과에 대한 집착을 넘어서자는 것입니다.

Plan A, 즉 ‘다른 모든 것들을 배제하고 오로지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는 방식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Plan A 로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데도, 노동자들의 건강한 삶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수많은 정부들이 크고 대담하며 장기적인 목표를 추구하기에는 무능력하거나 의지가 없거나 마비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이럴 때, 기업들이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할 책임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것은 기업들에게 특별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사람, 지구, 그리고 달성가능한 수준의 이윤에 집중하는 미래가 필요하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지구와 사람, 커뮤니티에게 도움이 되는 가치가 기업의 이윤에도 역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리차드 브랜슨과 조첸 자이츠가 작성했듯이, 우리는 미래 비즈니스를 위한 완전히 새로운 규칙과 모델 – 통상적인 수준의 자잘한 변화가 아니라 – 을 정의하고자 합니다.

또한 우리는 현재와 미래의 리더들이 Plan B 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우리 스스로 자초한 수많은 위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방법을 만들기 위한 대화를 시작하기를 원합니다. 개인들은 너무나 지쳐 있습니다. 기업들은 분기 이익과 시장의 기대치를 넘어야 한다는 강박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리고 있습니다. 더 큰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지구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 지구, 이윤에 핵심을 두고 전략을 실행할 헌신적인 리더들이 필요합니다. 보여주기식 지속가능성 아젠다나, 단기목표에만 집중하는 리더들이 아니라.

그리고 우리 언론들은 이런 일에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훨씬 더 좋은 일들을 해야만 합니다. 기존 방식의 비즈니스를 보도하는데만 지나치게 집중하다보니 언론들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뛰어든 리더나 조직들을 시야에서 놓치는 진짜 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가능성과 기회의 순간입니다. 비즈니스와 창업가 정신의 가장 좋은 부분을 적극 활용해서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이 변화는 개인, 커뮤니티, 기업들에게도 혜택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B Team 에 합류해 주세요. 그리고 이 캠페인의 가장 선두에 서 있는 리더들에게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주위에도 널리 알려서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더 빨라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항상 그렇듯이, 여러분의 의견은 댓글로 달아주시길.

4. B Team 의 창립멤버 16명은 6개 대륙 각각에서 다채롭게 모였다. 미국, 유럽과 같은 기존 선진국 뿐만 아니라, 중국과 아프리카, 남미까지 골고루 배치했다. 글로벌 임팩트를 고려한 면밀한 설계다.

– 아리아나 허핑턴, 허핑턴 포스트 편집장
– 리차드 브랜슨, 버진 그룹 회장
– 조첸 자이츠, 푸마 회장
– 무하마드 유누스, 마이크로 파이낸스 선구자
– 폴 폴만, 유니레버 CEO
– 라탄 타타, 인도 타타 그룹 회장
– 프랑수아 앙리 피노, 커링 CEO
– 캐티 캘빈, UN 재단 CEO
– 모 이브라힘, 수단-영국 통신 사업자
– 기에르메 릴, 브라질 사회적 기업가
– 스트라이브 마시이와, 짐바브웨 사업가
– 샤리 아리슨, 아리슨 그룹 소유주
– 장 유에, 브로드 그룹 회장
– 응고지 오콘조 이웨알라, 나이지리아 경제재무부 장관
– 그로 할렘 브루드랜드, 디 엘더스 부회장
– 매리 로빈슨, 메리 로빈슨 재단 사장

리차드 브랜슨이 주도해서 작성한 B Team 의 출범선언문과 창립멤버들의 인터뷰가 등장하는 B Team 런칭 동영상에도 “새로운 자본주의를 만들겠다” 는 이들의 야심과 희망이 곳곳에 배어난다.

5. 19세기 미국 타블로이드 신문사들의 행동주의, “신문은 선동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을 때에 바로 잡아야 한다.” 와 21세기 허핑턴 포스트의 행동주의 “우리 언론들은 훨씬 더 좋은 일들을 해야만 한다. 언론들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뛰어든 리더나 조직들을 시야에서 놓치는 진짜 위기를 만들고 있다” 의 기저에는 방식은 다르지만 일맥상통하는 맥락이 있다. 정통 언론의 경계를 넘어 존재하는 허핑턴의 실험은 의제설정이론으로는 부족하다. 150여년의 시간을 넘어, 다시 나타난 ‘새로운 행동주의’ 저널리즘은 이제 시작이다.

박소령

출처:
– 아리아나 허핑턴 블로그, 링크
– [지금 도착한 책] 타블로이드 전쟁(the murder of the century), 폴 콜린스 저, 홍한별 역, 양철북출판사, 링크

*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한 이전 글들을 읽으시려면
– 저널리즘의 미래 1 뉴미디어 시대에 대처하는 뉴욕타임스의 전략, 링크
– 저널리즘의 미래 2 소셜미디어는 저널리즘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 미국 CBS 방송국 앵커/기자 Sean McLaughlin 과의 인터뷰, 링크
– 저널리즘의 미래 3 유투브, 무명 주 상원의원을 전국구 스타로 만들다. – “우리는 더 이상 뉴스 채널이 필요없다. 왜냐하면 유투브가 있으니까!”, 링크
– 저널리즘의 미래 4 파이낸셜 타임스 편집장 Lionel Barber 가 동료들에게 보낸 이메일 – 우리는 왜 Digital First Strategy 를 추진해야 하는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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