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포인트] 법정,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에 직면하다 – 변호사, 파워포인트로 대결하다.

법정

미국드라마에 나오는 법정에 비해 한국의 법정은 대단히 정적이다. 검사와 변호사는 판사의 주문에 따라 순서를 지켜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공격하고 변론한다. 자유로운 동선으로 움직이는 한국 영화의 많은 장면들은 극적 재미를 위해 사실과 달리 만들어진 것이다. 또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은 텍스트 중심의 말과 문서로 철저히 국한된다. 그나마 입체적으로 보여지는 것은 증거물, 고성과 울음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15일 오늘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는 LG전자(원고)와 삼성전자(피고)가 파워포인트를 통한 프리젠테이션으로 서로의 입장을 변론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김앤장, 삼성전자는 율촌을 변호인으로 내세웠다. LG전자가 먼저 프리젠테이션을 요구했고 삼성전자도 이에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결국 재판부가 양쪽의 의견을 수용해 7월8일 날짜를 잡았고 1주일 연기해 이날 열린다.

삼성전자가 유튜브에 올렸다 삭제한 동영상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 발단이 되어 진행되고 있는 100억원 대의 손해배상 소송은 서로의 입장이 첨예하다. LG전자 측 김앤장은 KS 기준이 아닌 다른 실험방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고 삼성전자측은 실험방법에 대한 문제제기가 용량 부족의 쟁점을 흐린다는 것이다.

1. 새로운 위기, 새로운 방법을 찾게 하다.
근래 대기업 관련 재판이 심상치 않다. 법정 이외에서 벌어지는 전관예우와 사법고시 기수의 위력이 곧 법정의 위력이 되지 않는 분위기다. 김앤장도 근래 많은 패배를 맛보았고, 법정에서 벌어지는 법리 다툼 이전의 전통적 관계 설정과 해결에만 의존할 수 없는 환경이다. 김앤장의 파워포인트에 의한 프레젠테이션 요구에 율촌도 맞붙었고, 판사가 수용을 했다. 법정에서 그들은 새로운 방법으로 그들의 변론을 강화시켜야 한다. 전통의 최강자 김앤장이 새로운 기술을 먼저 제안했다는 것이 오늘의 상황을 대변한다.

2. 새로운 기술로 싸우다.
한국에서 물론 파워포인트를 통한 변론이 처음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삼성과 LG가, 율촌과 김앤장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본격적으로 맞붙는 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법정에서 새로운 규칙과 기술이 일반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변론의 새로운 방법과 수준, 논리에 의해 비교우위가 결정되고 재판의 성패가 갈린다는 점에서 새로운 재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변호사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김앤장도 예외가 아니다.

3. 텍스트에 기반한 전통 변론의 한계를 넘다.
말과 글, 언어를 사용하는 변론의 기술은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과 표현방법의 변화에도 굳건히 자신의 위치를 지켜왔다. 그러나 뉴욕타임즈 편집장이 근래 새롭게 얘기했던 대로 이제 뉴스도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 되고 있다. 이미지와 동영상은 이제 변호사의 무기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변론의 대상과 매개, 방법은 이미 말과 글에 국한되지 않는다. 텍스트로 구현되지 않는 세상은 변론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이제 변호사도 세상의 변화에 걸맞게, 다르게 말해야 한다.

4. 법리와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집중하다.
변호사들도 근래에는 여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소셜미디어를 포함해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법리 다툼 이전과 이후에 벌어지는 막후의 관계에 치중하는 변호사, 그리고 낡은 법전에서 나온 듯한 딱딱한 변호사는 이제 오늘의 변호사를 제대로 상징하지 않는다. 물론 아직 낡은 방법과 체제가 유지되고 있으나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고 근본적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법정 안팎의 관계에만 의존하는 변호사도 여전히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법리와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새로운 변호사 역시 시대의 요구이고 대세다.

5. 결국 법정의 관계가 아니라 공중 여론의 법정이다.
한국 법조계는 사법고시 기수와 전관예우로 상징된다. 그것을 고집하던 로펌과 국내 유수의 기업들은 기업 비리 관련한 재판정에서 근래 철퇴를 맞았다. 법정에서 재판에 이겼다고 해도 대중 여론에서 진다면 기업의 평판과 명성은 추락할 것이다.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 판사도 여론의 향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법정 밖의 여론이 법정 안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이제 법정의 승리 전략을 잘 때 로펌들도 포괄적인 위기전략을 짜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법정의 승리와 여론의 승리를 동시에 안아야한다. 그것이 현대 재판의 영역이고 범주이고 기술이다.

올해 대기업에 큰 위기가 생겼고 김앤장·태평양을 비롯한 대형 로펌에게는 대목 장이 펼쳐지고 있다. 대기업의 위기로 로펌의 기회인 것이다.
그러나 내면으로 들어가 보면 로펌과 변호사의 위기라고 한다. 기존 업무 영역의 경계 파괴에 따라 컨설팅 회사, 회계 법인과 싸워야 하고 PR 회사의 영역도 포괄해야 한다. 법정을 넘어서는 대응 전략을 짜야 하고 여론의 법정에서 벌어지는 위기전략도 함께 짜야 한다.
로스쿨 정책에 따라 사법고시를 거치치 않은 다수의 변호사가 등장했고 FTA체결 이후 외국 대형 로펌들이 발을 내딛은 채로 호시탐탐 한국 시장을 넘나들고 있다. 여기에 시대적 변하에 따라 대표적인 구체제인 전관예우와 사법시험 기수에 기초한 전통 질서도 공격받고 상처받고 있다. 변호사 사회는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유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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