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단신] 미국 대통령들의 TV 연설 변천사 – 무엇이, 왜 바뀌었나?

1. 공중파 황금시간대에 편성된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화면에 등장하는 한 사람이 있다. 국기와 사진들을 등뒤에 두고 자신의 집무실 책상 의자에 앉아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양팔로 제스처를 취해가면서 말을 한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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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국 대통령이 공중파를 통해서 국민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한 역사는 TV 의 역사와 일치한다. TV 로 연설을 한 첫번째 대통령은 트루먼 대통령이었다. 1947년 당시 미국에는 겨우 TV 가 4만 4천대 밖에 없었다. 트루먼 대통령은 그의 첫번째 TV 연설로 미국 국민들에게 세계 2차 대전이 막 끝난 유럽을 도울 수 있도록 음식을 절약하자는 연설을 했다. 1950년 전체 가구의 9% 만이 TV 를 가지고 있었지만 1960년에는 87% 로 급증했다. 사람들의 통념과 달리, 당시 대통령이었던 아이젠하워가 “첫번째 TV 대통령” 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케네디가 아니라) 아이젠하워는 1957년, 미국 남부 아칸소주 리틀록에서 백인들만 다니던 고등학교에 흑인 고등학생 9명이 같이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치안유지를 위해 군대를 파견했다. 그리고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와 자신이 이 결정에 대해 얼마나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국민들에게 더 직접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 TV 연설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후 미국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훌륭한 ‘TV 커뮤니케이터’ 였던 레이건은 8년 재임기간 중 29번이나 TV 연설을 했고 TV 를 싫어했던 닉슨도 5년 동안 22번이나 연설을 했다.

3. 그런데 2000년대 이후 미국이 맞이한 두 명의 대통령, 부시와 오바마는 모두 집무실에서 진행하는 TV 연설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부시는 8년동안 겨우 5번만 집무실 TV 연설을 했고 오바마가 마지막으로 한 것은 3년 전이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답은 인터넷/IT 기술이 가져온 혁명, TV 와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있다. 20세기 후반 TV 가 지배하던 시절에는 대통령이 TV 에 등장하면 전국민이 행동을 멈추고 대통령의 메시지를 들었다. 베이비부머 세대 미국인들은 역사의 중요한 분기점마다 대통령의 TV 연설이 등장했다는 점을 기억한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미국인들은 TV 공중파 이외에 수많은 정보수집 채널을 갖게 되었다. 방송국 역시 대통령에게 황금시간대에 방송 분량을 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통령 역시 집무실 책상 의자에 앉아 홀로 카메라만 바라보면서 연설하는 방식에 결코 편안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4. 월등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진 오바마 대통령이 TV 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최측근들 역시 의견이 갈린다. 백악관 전 대변인 로버트 깁스는 “집무실에 앉아서 TV 연설을 한다는 것은 국가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커다란 의사결정을 발표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고 주장하며 선임 전략가인 Dan Pfeiffer 는 “TV 연설은 레이건 시대, 80년대 아이디어다. 확신하건대 오바마 다음 대통령들은 TV 연설을 더욱 더 적게 하게 될 것이다. 미디어 환경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계속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라고 폄하할 따름이다. 오바마는 집무실 TV 연설 대신에 붉은 카펫이 깔린 백악관 복도를 걸어와서 East Room 입구에 서서 연설을 하는 무대형 방식을 더 선호한다.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사살을 발표하던 순간처럼 말이다. 또는 메시지 내용과 연결된 장소를 찾아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연설을 하는 것도 좋아한다. 오바마가 아프가니스탄 정책을 발표한 곳은 미국 군사학교 웨스트포인트였다.

5. 그러나 이런 변화에 대해 미국 ABC 방송국 워싱턴 지국에서 20년간 근무한 Robin Sproul 은 씁쓸한 평가를 내 놓는다. 대통령의 TV 커뮤니케이션이 불러일으키던 “미국은 하나의 국가라는 공동체 의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6. 문득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TV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돌이켜보게 된다. 아직까지 박근혜 대통령은 3월4일 대국민 담화로 TV에 나선 것이 유일하다.

박소령

참고: 뉴욕타임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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