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영의 위기전략] 차가운 관리, 뜨거운 책임 –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해결의 사례분석

노량진 상수도관 수몰사고현장 배수작업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서울시가 20일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희생자 유가족의 보상 규모와 절차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사건 초기 폭우로 인한 사건 현장의 위험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경보 협력체계, 지휘 및 관리, 서울시장의 늑장 대응 등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큰 논란 없이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사고의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이에 대한 책임 소재와 진실 규명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시공업체,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감리업체의 각각 말이 다르다. 현장의 상황 수습과 장례 및 보상과는 별도의 문제로 해결되어야 할 숙제다. 서울시도 그 책임으로부터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사고 후 수습 과정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1. 시작은 좋지 않았다.
집중 폭우로 인해 한강의 위험 수위가 올라가고 있는 가운데 시공사는 공사를 강행했다.
사고의 내용은 매우 나빴다. 상식으로 봐도 진행되지 않았어야 할 공사였고, 위기관리시스템으로 봐서도 중단했어야 할 공사였다.
그런데 공사는 진행되었고 결국 인명사고가 난 것이다.
서울시장은 사건 발생 후 5시간 반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조선일보는 늑장대응으로 몰아갔다. 동일한 기조의 후속 보도도 있었다.

2. 그러나 흥분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 위기관리 최종책임자가 되는 CEO는 열 중 아홉은 흥분한다.
그리고 해당 언론에 대해 반박을 한다. 싸움이다.
결국 해결의 위치를 벗어난다. 공중은 사건 해결자 CEO를 보고자 하는데 CEO는 싸우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상황을 담백하게 설명했다. 부시장을 바로 급파했으며, 보고 받은 후 시장이 조치를 지시했으며, 일정 마감 후 바로 현장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흥분된 반박이 아니라 담백한 설명을 한 것이다.
사고의 이슈를 확대하지 않고, 사고의 현장을 외부로 확장하지 않은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언론과의 대립, 정치 이슈화는 사고의 원활한 해결을 대체로 가로막는다.

3. 제도와 책임을 구분하다.
위험했다. 일부 직원이 언론에 대고 책임감리제를 이유로 서울시 무책임론을 설파했고 기사화되었다. 이번 위기관리 대응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 책임감리제를 기조로 상황을 계속 설명했다면 소극적 대응으로, 회피 전략으로 전략이 바뀌었을 것이다.
사안에 대한 대응기조는 전략을 바꾸고 모든 행동지침과 반경을 변화시킨다.
다행히 내부의 논쟁을 정리하고 시는 책임감리제를 넘어섰다.
인명사고를 포함한 위기관리를 계약관계로 이해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다.
위기관리는 도덕과 윤리를 동반하며 책임감을 의무로 규정한다.
만약 서울시가 책임감리제라는 제도에 갇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논리를 조금이라도 폈다면 상황은 수습되지 않았을 것이다.
운영 과정의 제도를 고정된 것으로 이해해 위기 해결의 정도로 보는 시각과 행동은 대부분 일반 공무원과 법조팀의 주장에서 많이 발견된다.
공중의 영역에서 폭발하는 위험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고 결국 문제의 해결을 더디게 만드는 경직된 해석은 위기관리의 오래된 위험요소다.
서울시는 개입을 결정했고 과감하게 행동했다.
사고 해결을 위한 위험한 논리를 잠재우고, 올바른 방향으로 초기 세팅이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4. 현장의 상황이 빠르게 정리되다.
유가족들의 다급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사건 현장의 위험은 지속되고 있었다.
위험이 유지되고 있는 현장에 대한 인력 투입은 보수적 운영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빠른 투입이 현명했는가의 문제는 남는다.
사고로 침수된 지하터널은 빗물과 토사가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시야확보가 되질 않는 상태였다.
위험의 관리 과정에서 살아있는 위협에 대해, 그리고 위험감수자들의 투입과 조치에 대한 결정은 더 보수적으로 후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속도’와 ‘안전’의 대립, 여전히 남는 과제다.
위험을 무릅쓴 119 구조대의 실종자 수중 수색은 훌륭하게 진행되었다.
사고 현장의 이슈 지속 요소는 조기에 정리가 된 것이다.
현장 시간의 지체는 감정의 폭발과 같은 요소를 동반해 합리적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5. 의사결정구조를 명확히 하고 이해관계자를 넘어 소통하다.
박 시장은 사건 당일 사고 현황과 해결의지를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에게도 동시에 알렸다.
위급한 상황이 되면 내부 직원에 대한 커뮤니케이션를 간과하게 되고, 또 이 사건을 바라보고 있는 관찰자인 시민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또 위기의 수준을 정확히 이해했고 일상적 최고 의사결정구조를 위기 의사결정구조로 전환했다.
박 시장은 시신 수습 후 김상범 제1부시장, 문승국 제2부시장, 기동민 정무부시장을 비롯해 사고 관련 실·국장들을 전원 참석시켜 간부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현장 수습 중심의 사고대책본부를 격상해 ‘노량진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한 TF’ 구축했다. 상황의 전개에 따라 대응기구의 성격을 변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TF의 성격상 행정2부시장에게 단장을 맡겼다.
그리고 이러한 의사결정 단위가 움직이고 있는 것을 언론을 통해 알렸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의논하고 결정하고 있다는 것-최고 수위의 위기를 최고 수준에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위기 때 신뢰의 중요한 단초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사고를 대하는 서울시의 전략이 되었다.

6. 유가족이 협상 참여를 요청했고 즉각 정무 라인을 투입했다.
시공사와 유가족의 협의는 관계의 성격상 격앙되고 평행선을 달리기 쉽다.
유족들은 장례 절차 및 비용 지원, 대화창구 지정, 사고 원인 브리핑, 보상 협상 때 서울시가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빠르게 대응했다.
박 시장은 양측이 대립하는 협상 창구로 이번에는 행정 라인이 아니라 정무 라인을 투입했다.
유가족은 현명했고 시공사는 상황을 이해했으며 시는 적절한 인력을 투입했다.
의사결정구조와 더불어 ‘협상’이라는 업무의 성격을 정확히 이해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7. 곤란한 이슈, 놓치기 쉬운 이슈에 대한 입장을 정하다.
입장을 정해야 협상이 가능하다.
유족들에 요청에 대해 가장 어려운 이슈 중 하나인 ‘위로금’에 대핸 서울시는 신속하게 결정했다.
책임 소재를 포함해 ‘별도의 위로금’은 전례나 규칙을 찾기 어려워 대체로 결정을 미루는 이슈다.
대체로는 공공기관은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때를 놓치는 이슈다.
위기란 과감한 결정을 반드시 동방하게 되는 데 빠른 속도도 동시적으로 요구받게 된다.
서울시는 어려운 이슈를 빨리 결정했다.
그것이 협상의 과정을 수월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주변부 이슈를 정리함으로써 당사자들 간 협의에 장애물을 제거해 준 것이다.

서울시는 “위로금 지급 땐 내외국인 동일 기준으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외부의 시선이 개입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문제를 차단했다.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사람을 구분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특히 칭찬하고 싶다.
협상을 기술적으로 이해하는 오류,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실수가 결국 사건을 재규정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21일 영결식을 했다.
사고는 수습의 과정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수습-치유-복구-기회의 과정을 경거망동 없이 차분하게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또 서울시가 사고의 해결에 멈추지 말고, 이러한 상황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향후 대처시스템을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소를 잃고라도 다음을 위해 외양간을 고친다.’는 생각은 옳다. 두 번 실수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이는 위기를 경험한 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이다.

유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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