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9] 무라카미 하루키 – 나는 소설 쓰는 방법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

하루키문학과사상사

* 주: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발간되고 언론은 다시 하루키에 주목했다. 소설가 내지는 작가만으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설명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하루키는 ‘하루키 현상’ 혹은 ‘하루키 신드롬’이라는 용어를 몰고 다닌다.

어찌 됐든 하루키가 전하는 메시지에는 수많은 사람들을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하루키는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을 소설의 형식을 빌리지 않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소설’에 대한 메시지를 이 책에서 발견해서 공유한다.

“소설을 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그는 이렇게 시작한다.

* 나는 소설 쓰는 방법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

1. 재능

소설가로서 인터뷰를 하다 보면, “소설가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소설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자질은 말할 나위도 없이 재능이다. 문학적 재능이 전혀 없다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소설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필요한 자질이라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전제 조건이다. 연료가 전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자동차도 달릴 수 없다.

그러나 재능의 문제점은 대부분의 경우, 그 양이나 질을 그 소유자가 잘 컨트롤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중략) 재능이라는 것은 당사자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터져 나오고 싶을 때 저절로 분출해버리고, 나올 만큼 다 나와 고갈되면 그것으로 책 한 권이 끝나는 것이다.

2. 집중력

재능 다음으로 소설가에게 중요한 자질이 무엇인가 질문 받는다면 주저 없이 집중력을 꼽는다. 자신이 지닌 한정된 양의 재능을 필요한 한 곳에 집약해서 쏟아 붓는 능력. 그것이 없으면 중요한 일은 아무것도 달성할 수 없다. 그리고 이 힘을 유효하게 쓰면 재능의 부족이나 쏠림 현상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나는 평소 하루에 3시간이나 4시간 아침나절에 집중해서 일을 한다. 책상에 앉아서 내가 쓰고 있는 일에만 의식을 집중한다. 다른 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도, 보지도 않는다. 설사 풍부한 재능이 있더라도, 아무리 머릿속에 소설적인 아이디어가 충만해 있다고 하더라도, 예를 들어 지독한 충치의 통증이 계속된다면 그 작가는 아마 아무것도 쓸 수 없지 않을까?

3. 지속력

집중력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지속력이다. 하루에 3시간이나 4시간 의식을 집중해서 집필할 수 있었다고 해도, 일주일 동안 계속하니 피로에 지쳐버렸다고 해서는 긴 작품을 쓸 수 없다. 반년이나 1년이나 2년간 매일의 집중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소설가에게는 – 적어도 장편소설을 쓰는 작가에게는 – 요구된다.

집중력과 지속력은 고맙게도 재능의 경우와 달라서, 트레이닝에 따라 후천적으로 획득할 수 있고, 그 자질을 향상시켜 나갈 수도 있다.

4. 근력 – 육체능력을 남김없이 쓸 것.

장편소설을 쓴다고 하는 작업은 근본적으로는 육체노동이라고 나는 인식하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는 두뇌 노동이다. 그러나 한 권의 정리된 책을 완성하는 일은 오히려 육체노동에 가깝다. (중략)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작가의 작업을 조용한 지적 서재 노동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 커피 잔을 들어올릴 정도의 힘만 있으면 소설 같은 건 쓸 수 있는 게 아닌가, 하고. 그러나 실제로 해보면 소설을 쓴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중략) 소설가는 ‘이야기’라고 하는 의상을 몸에 감싼 채 온몸으로 사고하고, 그 작업은 작가에 대해서 육체 능력을 남김없이 쓸 것 – 대부분의 경우 혹사할 것 -을 요구하고 있다.

재능이 풍부한 작가들은 이와 같은 작업을 거의 무의식적으로, 어떤 경우에는 자각 없이 수행해 나갈 수 있다. 특히 젊은 시절에는 어느 수준을 넘는 재능만 있다면 소설을 계속 써나가는 일이 그다지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
한편 재능이 별로 풍부하지 않다 – 고 할까, 평범한 작가들은 젊었을 때부터 자기 스스로 어떻게든 근력을 쌓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은 훈련에 의해서 집중력을 기르고 지속력을 증진시켜 간다. 그래서 그와 같은 자질을 (어느 정도까지) 재능의 ‘대용품’으로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5. 달린다는 것

나 자신에 관해 말한다면, 나는 소설 쓰기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 자연스럽게, 육체적으로, 그리고 실무적으로. 얼마만큼, 어디까지 나 자신을 엄격하게 몰아붙이면 좋을 것인가? 얼마만큼의 휴양이 정당하고 어디서부터가 지나친 휴식이 되는가? 어디까지가 타당한 일관성이고 어디서부터가 편협함이 되는가? 얼마만큼 외부의 풍경을 의식하지 않으면 안 되고, 얼마만큼 내부에 깊이 집중하면 좋은가? 얼마만큼 자신의 능력을 확신하고, 얼마만큼 자신을 의심하면 좋은가?

아무튼 여기까지 쉬지 않고 계속 달려온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을 나 스스로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다음 나 자신의 내부에서 나올 소설이 어떤 것이 될지 기다리는 그것이 낙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한계를 끌어안은 한 사람의 작가로서, 모순투성이의 불분명한 인생의 길을 더듬어가면서 그래도 아직 그러한 마음을 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역시 하나의 성취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다소 과장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기적’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편집 김정현

* [글쓰기]에 대한 이전 글들을 읽으시려면
– 글쓰기 1 유홍준이 밝힌 글쓰기 비결, 열다섯 가지, 링크
– 글쓰기 2 조지 오웰의 조언. 나쁜 글을 쓰지 않기 위해 피해야 할 것들, 링크
– 글쓰기 3 윈스턴 처칠 총리가 쓴 메모 – 보고서는 간결하게, 링크
– 글쓰기 4 하버드대 조셉 나이 교수가 권하는 ‘보고서 작성을 위한 10가지 가이드라인’, 링크
– 글쓰기 5 트위터 본인소개 프로필, 어떻게 써야하나? – 트위터 프로필로 개인 브랜드를 쌓는 4가지 방법, 링크
– 글쓰기 6 파이낸셜 타임즈 – 글쓰기는 왜 중요한가?, 링크
– 글쓰기 7 배수아 작가, 작가는 어떻게 쓰는가, 링크
 글쓰기 8 윌리엄 진서, 잘쓴 글은 무엇인가, 링크

출처: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문학사상, 초판 16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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