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영의 위기전략 20] “경위야 어찌됐든”은 사과가 아니다. – 상대가 이해하고 대중이 인식해야 사과다.

강운태 사과

강운태 광주시장은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 과정에서 발생한 ‘공문서 위조’ 사건과 관련해 28일 광주 시민에게 시장으로서 사과를 했다. 광주시는 올해 4월 유치신청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정부 서류를 조작한 바 있고 문화체육관광부의 고발을 통해 현재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명백한 위조라는 사실관계로 볼 때 출구는 사과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시장이 직접 나섰지만 사과의 태도와 화법, 대상과 메시지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사과를 한다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고 적절한 상대에게 사과를 하고 해결을 위해 진심을 다해 노력한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상대가 이해하고 대중이 인식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쓸데없는 도입부나 추임새나 사족을 달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결국 사과전략을 통해 위기해소의 최초 단계로 진입하지 못하고 위기의 입구에서 다시 서성이게 되었다.

1. 시작부터 진심을 놓치다.
강 시장은 “경위야 어찌됐든 시장으로서 사전에 살피지 못한 점 시민 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첫 대목에서 그는 사건의 경위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과가 진정성을 담지 못하게 됐다. 언론은 “경위야 어찌됐든”을 앞세워 뽑았다.

2. 협력자에 사과하다. : 시민을 향해 사과하고 공무원에 동질감을 표현하고 검찰에는 선처를 부탁하다.
광주 시민에게는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하고 사과를 했다. 검찰의 선처를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했다. 정부와 갈등이 노출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밤낮 없이 일해온’ 공무원을 ‘동지’로 표현하며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을 참담하다고 했다. 내부자들에 대한 애틋한 관심을 표명하며 시민에게 사과하고 검찰의 선처를 요청한 것이다.
정부에 대한 사과의 스텐스를 명백하게 하지 않으니 사과의 대상이 명확해지지 않는다. 검찰 수사 대응전략을 정부에 대한 사과 없이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는 것으로 잡았다면 이해하기 어렵다. 명백한 사실관계에 기초한 법리 다툼의 영역을 감성의 영역으로 치환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민과 공무원의 여론이 과연 정부의 태도를 바꾸게 하고 검찰의 수사를 완화시킬 수 있을까.

3. 정작 사과의 핵심 대상을 향해 사실은 사과하지 않다.
여기서 정부는 주변 이해관계자가 아니다. 문서 조작의 피해자인 셈이다. 강 시장을 고발한, 위기를 발생시킨 주체다. 그런데 강 시장은 결국 깨끗하게 사과하지 않았다.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기 위한 사과 회견에서 그는 핵심을 비켜갔다. 에둘러 비켜가는 사과는 사과로 인식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수사를 해결하는 단초도 정부의 의지가 약화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강 시장은 오히려 최종 발표 몇 시간 점에 발표된 언론의 보도를 정부의 ‘광주 유치를 포기하라’는 방해 행동으로 이해하지만 따지지는 않겠다고 한다. 피해자와 약자의 포지셔닝을 하면서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넘어가겠다는 의사 표명이다.
고발까지 한 정부가 이것을 사과로 받아들일 것인가. 이것이 핵심이다. 사과의 목적은 불분명하고 효과는 불확실해졌다.

4. 어설픈 프레임으로 사건의 핵심 요소를 변경하는 것은 동의받기 어렵다.
덧붙여 강 시장은 ‘사리사욕’에 의한 ‘비리’가 아니라 유치를 위한 ‘실수’, ‘과오’라고 했다. 사리사욕과 비리라는 현재의 사건 논쟁에 거론되지 않는 언어 프레임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재규정해보고 싶어 했다. 동의할 수 없는 프레임을 걸고 반대편에 자신의 해명을 배치하는 것은 훌륭한 플레이가 아니라 ‘사과’의 힘을 약화시키는 도구로 작동할 뿐이다.

5. 사과는 기 싸움도 아니고 정치도 아니다.
강 시장은 힘을 모아야 한다며 “국민통합과 국민행복시대를 선언한 정부답게 대한민국에서 처음 개최되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망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또 단서가 달린다. 정부가 주장했으니 지원해달라는 것이다. 그러한 정부의 선언이 수영대회 자원과의 상관성을 찾기도 쉽지 않다. 사과와 요청이 아니라 강변과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 싸움을 해서 얻을 것은 없다.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어린 사과를 했어야 한다.

6. 근본적 위험 요소는 국제대회는 유치만 하며 된다는 생각이다.
정부 재정은 한정되어 있고 지원 사업 역시 한계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거를 반복하는 지방자치단체는 국제대회와 엑스포 유치에 많은 것을 집중한다. 눈에 보이는 실적과 랜드마크에 대한 집착이다. 정부와 협의 없이 진행되는 계획도 부지기수다. 유치하면 지원해 줄 것이라는 논리다. 또 이런 시도들은 중장기적인 도시 발전 계획과도 무관해 보인다. 광주와 수영은 한 도시의 발전을 위해 재정과 인력, 정책과 비전, 집중과 선택의 측면에서 어떤 준비와 계획을 가졌는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국제대회나 국제행사의 경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엄격한 기준, 지원 사업 선정의 절차와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주먹구구로는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다. 또 지역 여론에 밀려 종국에 가서는 지원을 하고 마는 잘못된 습관과 정치행태도 고쳐져야 한다. 미리 계획되지 않은 재정지출에 대한 정부의 원칙은 지역 여론과 정치를 넘어서야 한다. 그것이 구조적 걔혁이고 본질적 위기 예방이다.

유민영

사진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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