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영의 위기전략 21] 삼성 사과문에 없는 몇 가지, 그리고 언론과 이건희 회장 – ‘차가운 삼성’과 ‘따뜻한 삼성’ 사이에서

삼성 계열사의 안전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울산 삼성정밀화학 부지 내 신축 현장에서 지난 26일 대형 물탱크가 터져 3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1월 삼성전자 화성 공장에서 불산 누출로 인해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데 이어 5월에도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해 협력업체 직원 3명이 다친 사고도 있었다. 24일 기흥공장에선 화재가 나기도 했다.

시공사인 삼성엔지니어링은 정제된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긴밀하게 움직였다. 언론은 기사의 가치에 비해 크게 보도하지 않았다. 마침 귀국한 이건희 회장은 현안에 대한 언급 없이 공항을 빠져나갔다.

1. 사과문에는 몇 가지가 빠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사과문은 신속하고 적절했으며 빠진 요소도 없다.
‘사과-희생자들에 대한 평가-가족에 대한 위로-부상자에 대한 쾌유 기원-대책본부·수습·원인규명·재발대책 의지 표명-조사 협조-(다시)사과와 위로‘로 내용을 정리하고 시공사 대표이사 사장의 이름을 정확히 명기했다.
그러나 몇 가지가 이상하고 아쉽다.

삼성엔지니어링

1-1.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망한 대학생의 존재가 사과문에는 없다.
‘사고로 유명을 달리 하신 분들은 모두 수십 년간 산업 현장을 누비며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어 온 역군들이셨습니다.’ 로 표현되는 대목은 상투적이긴 하지만 희생자들의 본분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설명을 하면 아르바이트를 하던 스물두 살 젊은이가 사라지게 된다. 단순 실수라고 하기에는 의문이 든다. 왜 뺐을까?

1-2. 공장 건설 당사자인 ‘삼성정밀화학’은 빠져있다.
시공사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삼성정밀화학이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함께 사과의 주체로 나섰어야 한다.

1-3 자세히 들여다보면 추상 문구의 나열이다.
법무팀의 조언이 있었는지 사고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다. 두루 설명하고 있고 감정을 담아 서술하고 있지만 수사적 언어에 국한되고 있고 구체적으로 설명되는 부분은 없다. 그래서 사과문은 공허하다.

2. 언론은 너무 작게 취급했다.
토요일자 신문을 뒤져보았다. 조선일보가 사회면 톱기사로 다뤘고 다른 신문들은 대체로 마포대교에서 사망한 성모씨 자살 사건 아래에 기사를 배치했다. 인명사고를 동반한 커다란 사고가 발생한 것, 국내 최고 대기업 삼성 계열사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 삼성의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위험한 공사 현장의 실험 중 대피 조치가 없었다는 점 등으로 볼 때 기사는 너무 작게 취급되어 있었다. 사망한 아르바이트 대학생 이야기 하나만으로도 박스 기사가 될 충분한 가치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매경과 동아는 사회면 맨 하단 구석에서야 기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중앙은 보도를 찾지 못했다.
광고와 관계의 힘이 너무 커진 것이다.

3. 이건희 회장은 아무 말이 없었다.
때마침 사건 하루 지나 이건희 회장이 귀국을 했다. 공항에서 이 회장은 건강 질문에 “네”라고 답했을 뿐이다. 삼성 계열사 공장에서 생떼 같은 젊은이를 포함한 인명사고가 났고, 보고를 받았을 분이고, 또 안전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면 희생자를 향해 예의를 갖출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러한 행동이야 말로 ‘차가운 삼성’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이건희 회장의 위치를 조금은 ‘따뜻한 삼성’의 위치로 이동시키는 것 아닐까.
물론 이후 과정을 통해 삼성 전반의 안전사고에 대한 언급을 할 수도 있고 공항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후 과정에서 삼성이 안전사고에 대해 어떻게 ‘이슈 관리’를 하는 지 지켜볼 일이다.

4. 삼성의 위기관리 시스템도 최고로 성장하길 바란다.
지금의 연이은 사고는 삼성답지 않다. 삼성전자 화성공장의 불산사고 이후 7월12일 매일경제의 기사는 삼성전자 고위 임원의 말로 시작된다. “한 번 더 화학사고가 나면 그땐 사업이고 뭐고 걷잡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사고가 삼성전자 공장을 포함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불산 사고에 대한 삼성전자의 사후 대책은 나쁘지 않았다. 1. 환경·안전 분야 담당자를 150명 채용했고 300명으로 늘린다. 2. 유해물질 관리 협력사에 안전 인센티브 지급, 3. 협력사에 강화된 안전관리지침 제시, 4. 사업장 안전 문제 이상시 환경·안전 담담자에게 생산라인 중단 권한 부여 등이다. 특히 4번은 현장의 의사 결정 구조를 생산·제조 파트가 아니라 환경·안전 담당자에게 준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이런 사후 대책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삼성은 위기관리가 일상화되어 있다. 리스크 관리, 이슈 관리, 경영 예측, 법무 관리, 정부 및 국회 관계, 전통 언론 등의 위기관리 측면에서 그들은 파워를 제대로 잘 사용하고 있다. 조직도 잘 구축되어 있어서 그삼성경제연구소, 미래전략실, 준법경영실 등이 상황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요즘 발생하는 Crisis Management의 영역은 아쉬움이 크다.

삼성의 위기 사례를 보며 열 가지 생각을 해 봤다. 딱히 삼성이 아니더라도 이런 의제를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1. 위기관리 매뉴얼을 재점검하라.
가장 먼저 시작할 일이다. 작동이 되고 있는 지가 첫 번째 확인사항이다. 그러고 나면 시스템을 점검하고 팩터를 확인한 다음 시뮬레이션 방법을 체크해야 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위기의 증폭이 포함되어 있는 지도 필수점검 사항이다.

2. 그룹 차원의 위기관리 전담 조직의 신설이 필요하다.
사후 체크도 전담 조직과 외부 전문가 그룹이 함께 결합해야 크로스체크가 가능하고 전문화된 점검이 가능하다. 전담 조직이 있어야 전문성이 담보되고 연구가 진행되며 위기 대비 시나리오 플래닝과 리허설이 안정화되기 때문이다.

3. 위기관리 전담 조직에는 반드시 교육 조직이 포함되어야 한다.
매뉴얼 한 장으로는 위기상황을 예비할 수 없다. 평시 상황에서 체화되어야 위기상황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 그렇다면 방법은 교육뿐이다.

4. ‘위기관리’의제의 레벨을 상승시켜라.
삼성은 메시지에 의한 경영이 이뤄지는 기업이다. 기념사에 등장하는 수사가 아니라 전일적인 생활 시스템으로 이건희 회장의 메시지가 작동하고 있다. 근래의 ‘준법 경영’과 같이 ‘위험 관리’를 가치의 수준으로 승격시켜야 한다.

5. 비상 상황시 위기관리자의 역할과 의사결정자에 대한 새로운 조정이 필요하다.
먼저 위기관리 매뉴얼 담당자가 누군지 확인해 보라. 앞서 불산사고의 대책을 전면화해야 한다. 전 계열사에 대한 발생가능한 위기 상황에 대한 전수조사와 위기예방 매뉴얼에는 의사결정구조의 혁신이 담보되어야 한다. 물론 책임과 의무가 동시에 설정되는 구조여야 한다. 위기 발생시 최고 의사결정구조도 재확정되어야 한다.

6. 협력사의 협조와 협력을 포함한 풀스펙트럼의 위기관리 방안이 설계되어야 한다.
현재의 위기는 그룹 내부로 국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방위적 위기관리 시스템과 플래닝, 그리고 훈련이 동시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7. 위기관리 시나리오 플래닝을 현실적으로 보강해야 한다.
전통적 리스크(Risk) 매니지먼트는 정적이다. 크라이시스(Crisis) 매니지먼트는 동적이다. 소셜 미디어는 충격을 최대화한다. 그렇다면 핵심은 ‘순간탄력’이다. 쉽게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 위험의 요소, 상황 전개, 워칭 시스템, 콘트롤 타워, 미디어 관계, 공중 관계, 스피커 프로그램, 출구 전략, 사후 대책, 치유 프로그램 등을 현실화해야 한다.

8. 커뮤니케이션 요소를 확장해야 한다.
더 이상 홍보팀은 지원 부서가 아니다. 근래 위기의 대중성과 폭발성은 위기 해결을 사고의 현장-희생자와의 타협-언론 관계-법정 관리로 국한되지 않고 대중전략과 공중관계로 반드시 확장된다. 그렇다면 커뮤니케이션 팀이 전략팀과 법무팀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 전략-프레임-메시지-미디어 액션플랜은 반드시 커뮤니케이션 팀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팀이 부족하다면 훈련시켜서 발전시켜야 한다. 사고가 나면 누구나 여론의 법정에 서게 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그렇다. 위기 주체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캡’과 대중 인식의 문제가 현대 위기에서 가장 부각되고 커진 요소다.

9. 위기관리의 산업화도 고려해 볼 만하다.
위기관리 산업이 중요한 테마로 부각되고 있다. 치유를 예로 들어보자.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관련해 우리나라에는 이를 전담하는 T/F가 서울국립병원에 하나밖에 없다. 인력도 취약하다. 무엇보다 정신적 치료에 대한 의식이 확장되고 있다. 치료와 치유를 둘러싼 프로그램은 무한대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요즘 유행하는 창조경제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면 답을 찾기가 쉬울 텐데 말이다.

10. 위기관리도 세계화 되어야 한다.
아시아나 항공의 상황을 보면 답이 명쾌하다. 미국 현지에서 국제 관례와 미국 정부, 그리고 전 세계 언론을 대상으로 대응해도 쉽지 않은 것을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발표가 나면 한국에서 국토교통부와 아시아나가 원격대응을 했다. 국제적인 위기 이슈에서 한국 여론 못지않게 중요한 국제 여론 관리 능력은 젬병이었다. 한국 기업도 세계 기업이다. 한국의 위기관리 센터와 현지 대응팀, 전문화된 에이전시를 함께 활용해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차제에 이것까지도 검토하면 좋겠다.

유민영

<삼성엔지니어링 사과문 전문>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어제(26일) SMP 울산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사고로 유명을 달리 하신 분들은 모두 수십 년간 산업 현장을 누비며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어 온 역군들이셨습니다.
가족과 같은 동료를 잃은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으며, 누구보다 상심이 크실 유가족 분들께도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한, 이번 사고로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분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저희는 현재 사고대책본부를 설치해 신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이러한 사고의 재발을 막을 대책을 수립 중에 있습니다.
관계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 번 유가족 여러분들께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2013년 7월 27일
삼성엔지니어링 주식회사 대표이사 사장 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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