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뷰] 설국열차, 봉준호 감독이 그린 세계, 그리고 모티브

설국열차

<설국열차>가 화제다. 카톡 단체방이나 여러 온라인 게시판, 그리고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온통 그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야기에 동참하고 싶어서 어제인 8월 1일 영화를 봤다. 영화의 호불호가 갈리는 모양인데, 나는 만족스러운 편에 속한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상관이 없거나 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

1. 세계의 재설정

1-1 설국열차는 봉준호가 그린 세계다. 영원히 달리는 열차 안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모두가 죽는다.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려는 인공적 조치의 부작용으로 지구가 얼어붙기 때문이다. 설국열차는 세계 그 자체다. 이 점에서 많은 사람들은 노아의 방주를 떠올리게 된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방주에 올라탄 사람, 그리고 동물을 제외하고 모든 생명체는 죽는다. 신의 뜻으로 비가 계속 쏟아져 모든 것이 물에 잠겼던 탓이다.

1-2 그 세계에서 빠져나가게 되는 모티브도 비슷하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보면 비가 그친 뒤 노아는 까마귀를 내보낸다. 별 수확 없이 돌아온다. 7일 뒤 비둘기를 내보낸다. 역시 빈손으로 돌아온다. 다시 7일 뒤 비둘기를 내보낸다. 이번엔 올리브 잎을 가지고 돌아온다. 방주 밖에서 살아갈 땅을 발견한 것이다.
봉준호는 비둘기 대신 비행기를 사용한다. 열차는 일 년마다 같은 곳을 지나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기 때문에 1년에 한 번씩 같은 것을 볼 수 있다. 몇 년 전에는 눈에 뒤덮여 꼬리만 보이던 추락한 비행기가 이제는 다 보인다. 눈이 녹고 있다는 증거다. 이제 열차를 나가도 살 수 있을 실마리를 발견한 것이다.

1-3 신은 노아에게 말했다. “너는 아내와 아들들과 며느리들을 데리고 배에서 나오너라. 새나 집짐승이나 땅에서 기어다니는 길짐승까지, 너와 함께 있던 모든 동물을 데리고 나와 땅 위에서 떼지어 살며 새끼를 많이 낳아 땅 위에 두루 번성하게 하여라.”
방주의 목적은 생태계를 유지하려는 데에 있었다. 이는 설국열차의 목적이기도 하다. 열차제작자는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을 죽인다. 물고기의 개체를 유지하기 위해 스시는 일 년에 두 번만 먹는다.

2. 새로운 세계의 발견: 신의 창조를 담아내다

<설국열차>는 꼬리 칸의 리더 커티스와 사람들이 맨 앞 칸 엔진이 있는 곳까지 한 칸 한 칸 문을 열면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탐험 이야기이기도 하다. 꼬리 칸을 제외하고는 앞 칸에 어떤 것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 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이 탐험은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서 창조되는 것과 같다.

이 세계는 성경에 나오는, 신이 세계를 창조한 일주일의 기록과 흡사하다.
첫째 날, 신은 말했다. “빛이 있으라.” 이 말을 시작으로 신은 1) 하늘, 2) 풀과 채소 3) 해와 달, 별 4) 새들과 물고기 5) 사람을 차례로 만든다.

한 칸 앞으로 나아간 <설국열차>의 탐험가들을 가장 먼저 덮친 것은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눈부신 빛이었다. 그들이 한 칸 한 칸 앞으로 나아가면서 목격하게 되는 것은 신이 세상을 창조한 순서와 같다. 그들은 차례로 식물들이 자라는 칸과 물고기들이 살아 있는 아쿠아리움을 목격한다. 그 후에 목격하게 되는 것은 인간의 발가벗겨진 현실상이다. 물론, 열차에 있을 수 없는 하늘, 해와 달, 그리고 별은 등장하지 않는다.

3. 인간, 그리고 불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인간들에게 몰래 훔쳐다 준 것에 분노해 프로메테우스를 산꼭대기 바위에 쇠줄로 묶어둔 뒤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뜯기는 고통을 체험하도록 했다.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은 신들을 위한 제전이었다. 당시에 경기장에 불을 피워놓았는데, 바로 프로메테우스가 인간들에게 선물한 불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중략) 고대 제전에는 성화를 들고 달리는 행사 람페데로미아(Lampadedromia)가 있었는데, 프로메테우스 등 특정한 신을 추모하기 위한 종교적 의식이었다.’ (출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67&contents_id=8258)

꼬리칸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적과 싸워야 하는 위기를 ‘불’로 해결한다. 그 불은 명백하게 성화를 봉송하는 모양새로 전달된다.

4. 인간의 재발견 – 전쟁의 역사

봉준호는 <설국열차>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보였다. 그 중 ‘전쟁’에 주목할 만하다. 꼬리칸 일행이 처음 맞닥뜨린 적은 도끼를 들고 있었다. 1차원적인 싸움이다. 한 명씩 죽어나간다. 인류가 최초로 전쟁을 했을 때의 모습과 닮았을 것이다.
두 번째로 총이 등장한다. 총이라는 무기의 발명으로 세계는 총을 가진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로 나뉘게 됐다. 전자가 총으로 세계를 재패했다. 2차원적 전쟁의 시대였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것은 폭발이었다. 열차가 송두리째 부서진다. 대부분이 죽는다. 핵을 함축한다. 전지구적인 타격을 입힐 3차원적 전쟁, 우리가 현재 마주하고 있는 실상이다.

봉준호는 세계를 그리는 데 있어 성경, 신화, 그리고 역사를 사용했다.

5. 풀리지 않은 의문점

위의 내용 때문에 나는 영화가 참 재미있었다. 뭐, 그래도 의문점은 몇 있다. 그 중 하나를 여러분께 물어보려고 한다. 너무 궁금해서…….

매년 눈이 녹고 있음을 알아챈 사람은 남궁민수였다. 그래서 설국열차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다. 그런데 그는 무엇 때문인지 모를 형벌로 빛 한 줄 들지 않는 감옥에 갇혀 지냈다.

감옥에서, 비행기는 매년 어떻게 볼 수 있었을까?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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