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채홍의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당신의 디자인에 어떤 메시지를 담을 것인가? – 프라이탁에게 배우다

프라이탁

1. 튼튼하고 기능적이며 어떻게 연출해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에다 환경까지 생각한 트럭 방수포 재활용 가방이라니!

프라이탁FREITAG은 이제 한국에서도 꽤 알려졌다. 트럭을 덮는 방수포를 재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브랜드이자 기업이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으며 형제인 마르쿠스 프라이탁과 다니엘 프라이탁이 창업주다. 1990년 초 디자이너였던 두 사람은 늘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비 오는 날에도 스케치한 종이가 젖지 않는 견고한 가방이 절실했다. 그 개인적인 필요 때문에 가방이 탄생했다. 두 사람은 지금도 운전면허 없이 자전거로 다닌다. 어느 비 오는 날 아파트 창가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트럭을 보며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트럭 방수포에다 자동차 안전띠와 자전거 타이어를 조합해 최초의 모델 ‘메신저백’을 만들었다.

이들의 가방은 입소문을 타고 점점 인기를 끌었다. 모든 과정이 수작업인데다 적합한 트럭 방수포를 찾는 일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대량생산은 어려웠고 그 때문에 가격도 높았지만, 이 브랜드의 스토리와 독특한 디자인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제품의 라인은 같더라도 어떤 방수포를 어떻게 재단하느냐에 따라 색상과 프린트된 글자가 달라지기 때문에 가방 하나마다 지구 상에 하나밖에 없는 디자인이었다. 거기에다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브랜드라니! 사용자들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사용 장면을 촬영해 공유했다. 이들은 프라이탁을 쓰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2. 이 가방엔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 세심하게 설계된 사용 설명서와 판매 매뉴얼

프라이탁 가방을 사면 그 안에 제품 설명서와 리플릿이 들어 있다. 설명서에는 사용법과 소재, 세탁법, 연출법 등이 깔끔한 일러스트로 표현되어 있다. 리플릿에는 프라이탁에 관한 여러 사진과 프라이탁의 스토리가 실려 있다.

프라이탁은 매장(소매점)을 방문해서 프라이탁이 무엇인지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판매 매뉴얼을 만들어 제공한다. 프라이탁의 기본적인 스토리, 프라이탁 형제의 인터뷰와 가방 제작 과정, 그리고 자신들의 근거지인 스위스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다. 모르는 이에게 그 가방은 그냥 비닐 가방처럼 보일 수 있고, 비닐 가방을 사느라 비싼 값을 내지는 않기 때문에 프라이탁을 팔려면 정확한 정보는 필수적이다. 매장 판매원이 이 정보를 알고 고객에게 정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가방은 팔린다. 소매상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면서도 세심하다.

“우리가 너무 간섭해서는 안 된다. 오로지 판매에만 관심이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피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묻는다. 진열장에 빈칸이 있나요? 무엇을 더 보내드리면 제품 컬렉션이 더 좋아 보일까요? 올바른 표현과 어휘에 대한 지침이 마련돼 있다(레나테 멘치 엮음, 프라이탁 – 가방을 넘어서, 이수영 옮김, 안그라픽스, 2013, p.92).” 총판 관리자 산드라 슈미터의 말이다.

3. 기발한 마케팅·홍보 전략

프라이탁은 공들여 제작한 보도자료를 언론에 뿌릴 뿐 신문이나 방송에 돈을 쓰는 광고를 하지 않는다. 대신 독특하고 기발한 이벤트를 한다. 그 가운데 많이 알려진 것이 다음 세 가지다.
에프컷 – 2002년부터 온라인을 통해 방수포에서 잘라낼 면을 사용자가 직접 고를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중단.
로드킬Roadkill – 고주파 용접기로 방수포에 그려놓은 동물의 윤곽을 찍어내 상징적인 로드킬을 만든 이벤트. 가방에 매달 수 있는 마스코트가 된다.
“데일리 레퍼런스The Daily Reference” 신문 – 조금 더 고급 제품군인 레퍼런스 라인을 출시할 때 한 이벤트. 19세기에 사용하던 낡은 인쇄기로 한 달 동안 고전적인 신문을 만들어 배포했다.
이 외에도 학생용 배낭 F49 FRINGE를 출시할 때 보여준 홍보 영상이 유명하다. 가방을 멘 사람을 벽에 매다는 등 온갖 기발한 강도 실험을 보여주며 튼튼함을 강조한다.

4. 위트와 유머 – 과감하기도 하고 디테일한!

스위스의 유통업체 미그로스가 프라이탁 가방을 모방해 도네르스탁 가방을 만들자, 프라이탁은 미그로스의 일회용 쇼핑백을 베껴서 F52 MIAMI VICE를 만들었다. 이 가방은 2011년 5월 7-8일 뉴욕의 스위스현대예술센터에서 열린 퍼포먼스에 사용되었다. 프라이탁 형제는 야채수프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트럭 방수포로 만든 퇴비 용기에 모았다. 카페테리아에 온 사람들은 야채수프를 먹은 뒤에 나중에 자기 집에서 유기농 부엌 쓰레기로 퇴비를 만들고 그 과정을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기록하겠다는 서류에 서명하면 가방을 받을 수 있었다(같은 책, p.227).

위트와 유머 감각이 없다면 이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이들의 위트와 유머는 제품 판매 과정 안에 세세하게 녹아 있다. 제품을 담아주는 종이백을 가지고 권총을 만들 수 있다든지, 구멍을 뚫어 머리에 뒤집어쓰면 은행 강도 복면이 된다든지 하는 식이다. 최근엔 종이백을 전등갓으로 사용하게끔 만든 모양이다. 제품이 든 두꺼운 종이 상자로는 TV를 만들 수도 있다. 그 안에 든 고객 등록 카드를 보내면 TV 리모컨을 만들 수 있는 종이본과 설명서를 보내준다. 아, 이 꼼꼼함이라니!

홈페이지에 제작과정과 제품을 소개하는 영상도 빼놓을 수 없다. 어쩌면 모든 과정을 손으로 만드는 우직한 장인의 모습을 보여줄 만도 한데 프라이탁은 그러지 않는다. 실사 영상을 재치있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처럼 구성해 보여준다. 어느 것 하나도 위트와 유머가 빠진 것이 없다.

5. 모든 메시지는 프라이탁의 일관된 의지와 신념으로 귀결된다.

프라이탁은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7월 17일 자 조선일보에 한국에선 처음으로 이메일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거기에서 프라이탁 형제는 “처음부터 시장 논리와 분석 자료는 믿지 않았다. 그래야만 실패작이 나와도 감당할 수 있으니까. 직관과 상상력만 믿었다.”고 말했다.

“프라이탁의 목표는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게 아니다. 내가 쓰고 싶은 가방을 만든다는 처음의 목표를 잃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정직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프라이탁 가방은 ‘재활용된 유일한 가방’이다. 이것이 프라이탁 가방을 설명하는 가장 정직한 말이다. ‘친환경’이라든지 ‘업사이클링’이라는 말로 포장이 되기는 했지만, 이것은 주위에서 붙여준 수식어다. 친환경을 추구하긴 하지만 제품 공장을 운영하는 이상 완벽하게 친환경적일 수는 없다. 프라이탁은 정직해지고 싶다. 이 태도는 한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같은 책, p123).” 프라이탁 한국 앰배서더 지원덕의 말이다. 프라이탁 형제의 일관된 의지와 신념이 이것이다.

마지막으로 마르쿠스 프라이탁의 말로 마치련다. 회사에서 당신들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겠느냔 질문에 대한 답.
“우리와 방식이 같은, 같은 책을 읽었거나 집 뒤뜰에 두엄 더미가 있는 디자이너들을 더 많이 찾아내야 한다. 우리에게 그냥 “네.”라고 하지 않는 사람들을. 우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제품을 만들어야 하니까 말이다(같은 책, p152).”

오, 마당 한편에 퇴비가 발효되고 있는 나 같은 디자이너 말인가?
가방이 갖고 싶어진다.

서채홍

참고: 레나테 멘치 엮음, “프라이탁 – 가방을 넘어서”, 이수영 옮김, 안그라픽스, 2013 / “매거진B”, 2011년 11월호
사진출처: www.freitag.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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