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포인트] 후각 커뮤니케이션 – 듣는 것보다 정확한, 보는 것보다 선명한.

향수04

소설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주인공 그루누이는 18세기 파리에서 살았다. 당시 파리에는 하수구가 없었기 때문에 각종 냄새들은 걸러지지 않은 채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악취가 파리 구석구석을 빈틈없이 메웠다. 귀족들에게 향수는 필수였다. 그들은 향기로 스스로의 권위와 매력을 표현했다. 은근하지만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이었다.
그루누이는 냄새를 감별하는 데 천재적인 재능이 있었다. 그는 최고의 향기를 만드는 것에 맹목적으로 매달렸다. 그는 어느 날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매력의 향을 맡았다. 그것은 빼어난 여인의 몸 고유의 향이었다. 그루누이는 그 향을 향수로 만들기 위해 그녀의 사지가 필요했다. 살인은 그래서 시작됐다.

1. 당신의 향을 취하다 – 당신에 취하려고

한 사람의 향을 향수로 만드는 것은 실제로도 구현됐다. 물론 <향수>처럼 살인을 하지는 않고 말이다. 샤넬의 수석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친구의 냄새를 향수로 만들었다. 아트북(Art-Book) 디자이너 슈타이들의 향이다. 라거펠트에 따르면 슈타이들에게서는 갓 인쇄된 따끈따끈한 책의 냄새가 났다. 향수의 이름은 Paper Passion이 됐다.

슈타이들의 명성을 타고 Paper Passion의 인기는 높아졌다. Paper Passion로 인해 슈타이들의 유명세도 더 높아졌다. 실제로 대림미술관에서 진행됐던 ‘슈타이들 전’의 전반부에는 Paper Passion의 향과 향수병이 비중 있게 전시됐다. Paper Passion의 향을 기억하는 사람은 슈타이들도 함께 기억할 것이다.

2. 좋은 향을 넘어 좋은 기억의 향으로

길을 가다가 헤어진 이성친구가 쓰던 향을 맡은 적이 있으신지? 그렇다면 아마 잊은 줄로만 알았던 그 친구가 생생히 기억나는 신기한 경험을 했을지 모르겠다. 향기 전문가 Sissel에 따르면 사람들은 냄새를 거의 온전하게 기억한다. 눈으로 본 것을 몇 초 후부터 조금씩 잊어버리는 것과 구분된다. 사람들에게 어떤 것을 기억하게 하려면 냄새를 이용하면 된다.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향은 단순히 좋은 향이 아니라 스토리가 담긴 향인 경우가 많다.
이를 모티브로, 추억을 파는 향수브랜드도 있다. 사람들은 동네 놀이터에서 보냈던 추억을 곱씹게 하는 모래 냄새, 크리스마스 시내를 거닐었던 기억을 연상시키는 눈 덮인 도시의 냄새, 처마 밑에서 하염없이 바라보았던 비 내리는 저녁의 냄새 등을 산다.

3. 향으로 마케팅하다

향이 불러일으키는 기억과 감정은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벨기에에서 10일 간에 거쳐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서점에 초콜렛 향을 풍기게 해놓으면 평소 고객의 두 배 정도가 책을 더 집중해서 읽는다. 책에 대해서 점원에 묻는 비율은 3배 늘어난다. 매출도 늘어난다. 특히 연애소설과 요리책이 다른 분야보다 곱절 더 팔린다. 초콜렛 향이 지난날의 기억을 건드렸기 때문이 아닐까? 달콤한 첫키스의 추억, 그리고 혀의 돌기가 달콤한 맛을 감지했던 기억 말이다.
(참고: 타임닷컴, http://newsfeed.time.com/2013/07/24/the-smell-of-chocolate-could-help-boost-bookstore-sales/)

4. 냄새로 던지는 메시지.

4-1 우리가 사는 방식 – 도시가 던지는 메시지
냄새를 채취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반화된 향이 아닌 유일한 ‘그’ 냄새를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 향 연구가인 Sissel Tolaas는 7000가지 향기가 담긴 샘플을 연구실에 보관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같은 도시라고 해도 서울과 도쿄, 그리고 뉴욕의 냄새는 다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취미가 다르고 즐겨 먹는 음식이 다르며 교통수단, 오염 정도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4-2 내가 느끼는 감정 – 동물은 안다
냄새로 기분을 측정할 수도 있다. 기쁠 때 흘리는 눈물과 슬퍼서 흘리는 눈물은 다른 냄새를 풍긴다. 두려움에 흘리는 땀의 냄새도 고유한 특징이 있다. 큰 개를 맞닥뜨리고 땀을 흘린다면 그 개는 당신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4-3 “혼자 있고 싶으니 나가줄래?” – 타인에게 던지는 메시지
향수는 나를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그래서 다른 사람이 나에게 다가오도록 만들려는 목적을 가진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Sissel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그녀는 어느날 베를린 영화제에 참석했는데 예쁜 드레스를 입고(시각적으로 매력을 발산하고) 쓰레기와 개똥 냄새를 섞은 향을 뿌린 것이다. 즉 시각적 메시지와 후각적 메시지를 상충시켰다. 사람들은 잠시 혼란스러워 하더니 다가오지 않았다.
Sissel은 메시지를 기준으로 향을 나눌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가와’ 혹은 ‘조금만 다가와’ 내지는 ‘다가오지 마’ 등으로 분류된다.
(참고: 허핑턴포스트, http://www.huffingtonpost.com/nish-gera/sissel-tolaas_b_3647295.html?ref=topbar)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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