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영의 위기전략 23] 메시지가 불타고 있다 :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 세금의 왕-태양왕 루이14세를 불러내다

월급쟁이는

‘아래’의 글을 어제 밤에 써서 수정하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발 빠르게 발표를 했다. 오늘 오전 수석 보좌관회의에서 원점재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한 발 늦었다. 기록 차원에서 남겨둔다.

1. 빨랐다. 이번 지지율 하락은 심각한 것으로 봤을 것이다. 더 확산되기 전에 대통령이 나서서 봉쇄했다. 민생 이슈는 이런 대응이 필요하다. 훌륭했다. 정치 사안은 견디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민생 이슈는 박근혜정부를 근본부터 뒤흔들 수 있는 유일한 이슈다.
2. 의미가 있는 세제개편안이었다면 ‘과정’의 실수 와 ‘제도’의 확신을 구분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이미 잡을 수 없는 만큼으로 확대된 만큼 잘 판단했다.
3. 그럼에도 모순이 있다. 서민경제를 근거로 ‘서민·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하는 것이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세제 정상화와 고소득층 과세 형평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분리해서 말했지만 이 둘은 하나의 상황 안에 있다.
4. 다른 방법은 더 어려운 방법이거나 편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기 위해 국세청이 기업을 때려잡는다면 최선도 아니고 차선도 아니고 차악의 방법이 될 것이다.
5. 결국 증세의 위험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대선 캠페인에 활용했고, 국민은 이를 불가침의 것으로 인식했으며, 정부는 그 피해를 받게 된 상황이 되었다.
6. 초기 정책 입안 단계부터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내용을 대등하게 이슈화하고, 부자들의 불법·탈법 요소에 대해 공격적 세금을 추진하는 과정과 함께 이번 세제개편안이 패키지로 구성되고 설득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7. 이로써 복지확대와 증세에 대한 정상적인 토론과 논의는 다시 중단되었다. 정부도 불행해지고 국민도 난감해졌다.

– 아래 –
지난 8일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기사화된 다음 날 9일 오전 10시10분, 이례적으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청와대 기자실을 찾았다. 조 수석은 ‘중산층에 대한 세금폭탄’이라는 여론에 놀란 것이다. 그는 434만의 샐러리맨에게 세 부담 증가에 대해 사과했고 공약 재원 조달의 창의적 방법을 설명했으며 분명히 증세가 아니라고 극구 변명했다. 그러나 그의 수사와 메시지는 유리지갑을 가진 샐러리맨의 분노에 불을 댕겼다. 보수 언론도 서둘러 정부에 대한 칼을 뽑았다. 조 수석의 메시지와 수사와 태도는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먼저 현실을 먼저 이해해 보자.
1. 지난 이명박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실제보다 인위적으로 높여 예상 세수를 높여놓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올해의 세수부족은 이명박 정부의 잘못도 크다.
2. 복지재원의 확대는 누구나 공유하는 공감대가 구축되어 있는 의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혼자 짊어지고 갈 짐이 아니다.
3. 저성장 시대는 새로운 세수의 확보와 다른 재원의 가능성을 축소시킨다. 이에 대한 인식이 진전된다면 세금은 늘려야 하고 복지는 증가해야 한다는 합의로 이어질 개연성이 존재한다.

관점의 문제도 크다.
1. ‘세금폭탄’이라는 정치 수사에 의한 대립은 상황을 호도한다. 이것은 서로에 대한 악순환을 만들고 국민을 정치로부터 분리시킨다.
2. 또 대선 캠페인의 과정에서 과장된 논쟁과 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신성시해서는 안 된다. 공약은 부정될 수 있고 ‘정부의 운영’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개인 캐릭터의 절대화는 현실과 본질을 흐린다.

복지의 확대는 시대정신이고 세수의 부족은 현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무엇보다 ‘공약’을 지키고 싶었다. 그러니 정부는 ‘증세’와 ‘증세효과’를 구분하고자 했다.
‘현실’과 ‘관점’의 딜레마는 조원동 수석에게 과격하게 투사되었다.
대통령과 대통령의 신념을 보호하고자 했으나 그렇게 되지 못했다.

1. 참모의 아픔. ‘증세’를 ‘증세’로 부르지 마라.
“증세는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분명히 증세는 아니다.”
이것이 조 수석 발언의 핵심이다. ‘세제 개편’은 ‘증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약의 재원 마련을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 비관세 감면 축소’를 방법으로 하겠다고 했고 ‘증세’는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누차 밝혔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증세’라는 유황불을 끄고 싶었다. 그래서 달려온 것이다.
대통령의 정책과 신념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개입과 메시지는 그의 의도와는 반대로 ‘증세’와 ‘세금폭탄’을 대통령의 의제로 만들었다.

2. 샐러리맨의 아픔. ‘고통’을 모르는 어리석은 ‘거위’가 되다.
“세금을 걷는다는 건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것”
“명백한 세목 증가, 세율 인상은 경제 활력을 저해하는 걸로 보고 그런 게 아닌, 마치 거위에서 고통 없이 털을 뽑는 방식으로 해보려고 한 게 이번 세법 개정안의 정신.”
앞의 말은 루이14세의 재무상 콜베르의 말이고 뒤에 말은 조 수석의 말이다.
예산과 재정 관련해 전문가와 정책 연구자들이 연구하고 할 때 사용하는 비유를 대통령의 참모가 현실 정책에 적용할 때 어떤 불상사사 일어나는지 우리는 지금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조 수석은 여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재정과 관련해 통용되는 비유를 무심코 던진 것이다.
그는 청와대 경제수석의 위치에서 브리핑 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말과 메시지가 얼마나 큰 파장을 가져오는 지 인지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잘못된 비유와 상징이 가져올 폭풍우를 맞아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동아일보의 사설이 ‘월급쟁이는 몰래 털 뽑아도 되는 거위인가’이다.
정부와 조원동 수석과 새누리당은 세금 증가분이 소액이라는 논리를 폈지만 무시당한 샐러리맨은 이제 사람대접을 받는가 못 받는가의 문제로 이해한다. 방패로 사용한 한 마디의 비유가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샐러리맨들에게 꽂히는 날카로운 창이 된 것이다.

3. 샐러리맨의 중상을 입었다. 성실하고 정직하고 투명한 놈 놈 놈-한 놈만 맞는다.
“아무래도 다른 분들보다 여건이 나은 봉급생활자들이 마음을 열고 받아주기를 읍소 드린다.”
조 수석은 ‘양해’라 하고 샐러리맨은 ‘철퇴’라 부른다.
무엇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조 수석은 이 대목에서 세계를 나누었다. 샐러리맨이라는 이유로 다른 세계와 구분되는 철책을 세웠다.
샐러리맨은 그야말로 봉이 된 것이다. 세금도 더 내야하고 그저 순종해야 하는 직위, 샐러리맨.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변호사’, ‘의사’ 등 ‘상습적 세금 탈루 의혹을 갖고 있는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대책은 없다.
조 수석은 샐러리맨들은 세금을 더 낼 여건이 되고 세금을 걷기 쉽다는 착각의 늪에 빠져있다. 샐러리맨들도 저성장시대에 너무 아프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건강한 배려,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에 대한 정당한 대우, 많은 이익을 낸 사람들의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책과 말은 그렇게도 어려운 것인가.
조 수석은 샐러리맨에게 정책을 전달하지 못했고 ‘잘못된 인식’을 전달했다.

4. 대통령의 아픔. ‘루이 14세’의 ‘절대 왕정’과 연결되다.
조원동 수석은 먼 나라의 아주 오래된 전쟁과 세금의 왕-‘태양왕’을 불러냈다.
‘거위’의 배경 연원을 몰랐거나 비유의 후과를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실제 루이14세를 언급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말 뒤에는 절대왕정과 루이14세가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박근혜 대통령으로 연결되었다.
정부 정책 발표에 대한 오해를 진화하러 나선 청와대 경제수석이 나서서 대통령과 루이14세, 그리고 절대왕정을 연결시킨 것이다.
루이 14세는 절대왕정을 이끈 전쟁과 세금의 왕이다. 결국 루이 16세에 이르러 프랑스대혁명의 나쁜 토대를 만든 장본인이다.
비판자들과 호사가들은 호재를 만났다. 그렇다. 대통령 참모의 말과 글, 한 마디는 한 정부의 정책을 나락으로 빠뜨리기도 한다.
이것이 국민의 인식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조 수석의 비유는 대통령을 향해 화살을 쏜 것이 되어 버렸다. 참 나쁘게 연결되었다.

5. 정책의 슬픔. 시작도 하기 전에 퇴로에 서다.
“국민의 여러 의견이 담겨 수정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9월 정기국회 통과까지 많은 수정·보완 과정이 있을 것 같다.”
정책은 시작도 하기 전에 대통령 핵심 참모로부터 부정당하고 있다.
한국에서 세금과 관련된 정책. 특히 증세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정책은 그 자체로 폭탄이다. 그렇다면 충분한 시나리오 플래닝과 시뮬레이션 리허설도 했을 것이다. 당정협의도 충분히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단 하루 만에 정책을 방어하고 설명하러 나온 대통령의 참모가 수정을 얘기했다. 안일하다.
물론 국회에서 타협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몫은 어쩌면 국회의 몫이고 여당인 새누리당의 몫이다. 먼저 정부가 후퇴의 카드를 써버리면 여당은 더 큰 후퇴안을 내놓아야 한다. 아니면 통과하지 못하거나. 이러자 당·정·청 협의의 결과물이었으나 당도 바로 후퇴 발언을 내놓았다.
정책의 결정과 집행, 그리고 국회 통과를 위해 우회로만 파놓은 결과물이 그런 것인가.

※ 민주당의 기쁨. 드디어 민생과 국정원 사건을 연결하다.
원내-민생, 원외-국정원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민주당이 정부로부터 커다란 선물을 받았다.
민생과 거리집회를 연결하는 이슈가 등장한 때문이다.
정치란 상대방이 있고, 역관계가 규정하는 세계다. 그러니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차제에 민주당도 이번 기회를 너무 일희일비로 활용하지 말고 세금에 대한 새로운 어젠다 세팅, 이슈 오너쉽을 세우는 계기로 활용해 보기를 바라는 것은 과욕일까?
그렇지 않은 사안을 ‘세금폭탄’이라 몰아붙이는 것은 받는 것을 돌려주겠다는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다.
복지정책의 확대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노무현 정부 때 당시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 기자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부자들에 대한 ‘세금폭탄’이라는 말을 꺼냈다. 해당 언론사는 당연히 ‘세금폭탄‘을 제목으로 뽑았고 그날 이후 노무현 정부의 종부세는 그저 ’세금폭탄’이라는 닉네임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합리적 토론은 사라졌다.

위기란 어쩌면 자신의 한 일, 한 말, 한 행동의 반격이다.
서로 그것을 알아야 나라가 나아지고 국민이 고생을 덜 하게 된다.

말년이 불행했다고 전해지는 루이 14세가 왕위계승을 할 후계자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너는 이웃나라와 싸우지 말고 평화를 유지하도록 힘써라. 이 점에서 짐이 밟은 길을 따르지 마라. 국민들의 괴로움을 덜어주는 정치를 하여라. 아쉽게도 짐은 행하지 못했었다.”

유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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