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영의 위기전략 24] 소통과 공감의 블랙아웃 : 예고된 국민의 재난상황, 정부는 준비했을까?

연합뉴스전력수급

세상은 덥고 국민은 할 말이 없다.
소통해야 알게 되고 공감해야 협력할 수 있다.
국가의 재난, 아니 국민의 재난 앞에 정부는 너무 안일하기만 하다.
원전과 전력산업 구체제와 마피아는 건재하다.

국민의 재난으로 이해하는가 국가의 재난으로 인식하는가,
이것이 문제다. 커다란 관점의 차이다.

2011년 9월15일, 전국에서 갑자기 전기공급이 끊기는 사상 초유의 정전사태가 일어났다. 전력거래소가 전력수요가 한꺼번에 몰리자 매뉴얼에 따라 순차적으로 지역별 순환정전을 실시한 것이다.
1. 전력 수요 예측과 공급능력 판단에 실패했다.
2. 수요예측을 잘못한 가운데 (전력 소비 피크가 지났다는 판단하에) 계획예방 정비를 강행했다. 정비를 위해 발전을 중단한 것이다.
3. ‘순환 정전’조치와 관련해 사전에 전력관리의 최상급 기관인 지식경제부가 사전에 보고를 받지 못하는 등 기관간 상황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당시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정전 재발방지를 위한 범정부 대책 마련’ 보도자료에서
1. 정확한 수요예측과 적절한 전격공급 확보
2. 위기대응 협조체제 개선
3. 위기대응 매뉴얼 전면 개편
4. 대국민 예고 시스템 대폭 개선
5. 국민, 에너지소비 절약 동참 등을 대책으로 발표했다.
2013년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2013년 8월11일 윤상직 산업부장관은 일요일 오후 ‘전력수급 위기상항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발전기 한 대만 불시에 고장이 나도 지난 2011년 9월15일과 같은 순환단전을 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라고 했다.
당장 다음날 12일부터 ‘3일간 오전 10시부터 오후6시까지 전기사용을 최대한 자제하여 주실 것’을 부탁했다.

마침 지난 6월18일 정홍원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내년 여름부터는 전력 수급을 걱정하지 않다도 될 것”, “이번이 마지막 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3년 한국의 전력위기 대처 풍경은 참 고전적이다.

1. 전력 수요는 여전히 예측되지 않았다
2년 전 사과문과 올해 호소문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호소문 발표 다음 날 두 개의 발전소가 멈췄다. 다행히 순환 정전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기업과 공공기관, 국민은 폭염극한체험에 비자발적으로 동참했다.

2. 하루 전 국민은 통보받았다.
대국민 예고 시스템은 대폭 개선되지 않았다.
하루 전 해당 장관에 의해 국민은 통보 당했다.

3. 대책은 “에어콘을 꺼주세요”
생활과 일을 할 수 있는 대책이 대책이다.
먼저 공무원들은 순종하도록 요구받았고 찜통에 갇혔다. 공무원은 무언의 복종을 강요받았다. 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은 중단되고 있다.
대체 전력 공급이라는 대책은 존재하지 않았다.

4. 한국서부발전의 진지하고 원초적인 대책에 할 말을 잃다
한국서부발전 김문덕 사장은 10가구 이상 친지에게 오후 전기사용 억제 간청, 협력업체 포함 오후 근무는 ‘안하거나 조명과 컴퓨터 없이 하고’라는 지침을 내렸다.
국민은 정부대책을 기대했고 정부와 유관기관은 국민고통분담 만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5. 전력마피아는 언제나 웃는다
전력 보강 대책이 나왔다. 다시 원전이고 화력발전이다.
전력마피아는 다시 위험한 원전을 돌리고 새로운 원전을 만들고 화력발전소를 짓는다.
몇 사람의 원전 마피아 희생양는 갔지만 전력 마피아는 새로운 미래를 만든다.

6. 새로운 에너지 이슈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척결을 강조한 원전 비리와 부패는 새로운 에너지 이슈로 발전하지 않는다.
일회적 처벌에 국한된다.
새로운 미래는 심각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새로 준비되지 않고 과거의 에너지를 복귀시킨다.
여당은 물론 야당은 서울광장에 갇혀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위험을 이슈화하지 못한다.

7. 기업 전기요금 인상과 같은 논의는 여전히 금기의 영역이다.
근원적 대책이 있어야 했다.
현재 산업용 전기료는 싸다. 적정선으로 올려야 모든 것이 정상화된다.
절약을 구조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전력마피아가 낡은 발전을 계속하는 이유를 근절할 수 있다.

8. 우리는 또 유리건물을 짓는다.
세종시 정부 신청사와 서울시 신청사는 유리건물이다. 햇볕을 온전히 받아내는 구조다.
에너지 대책은 정부의 새로운 건물에 적용되고 있지 않다.
위험은 여전히 증폭되고 있다.

9. 독일과 일본은 움직인다.
독일은 결단했고 일본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그들은 원전을 피해 새로운 에너지 정책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강 건너 불구경이다.
원전은 전력위험을 이유로 오히려 당당하게 복귀했다.

10. 국민들은 덥고 행복하지 않다.
국민의 희생을 전제로 한 위기대처 프로그램은 그저 고약하다.
국가대책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국민은 정부가 할 일이 국민에게 하루 전에 ‘전기 끄라’는 통보를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12일 예상됐던 전력수급경보 ‘경계’는 발령되지 않았고 ‘준비’단계에서 유지되고 있다.
정부와 전력당국은 급한 불을 껐다고 말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국민은 열불이 난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해 세금 내고 정부에게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말이다.

유민영

사진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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