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영의 위기전략 25] 개성공단 해결의 리더십 : 박근혜 대통령의 클래식 파워 혹은 파워 클래식

박근혜경례

개성공단 조업과 운영이 재개될 수 있는 남북한 당국자 간의 합의가 지난 14일 이루어졌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조업 중단을 선언한 지 133일 만의 일이다.
북을 상대로 하는 리더십, 협상, 커뮤니케이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새로운 원칙과 패턴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북한에 대한 ‘형님론’과 ‘햇볕론’ 아닌 다른 전략과 방법론이 가능하다는 것을 박 대통령은 보여줬다.
정치와 외교, 타협과 협상에서 플랜A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을 입증했다.

결국 개성공단의 해결은 대통령의 신념과 원칙, 자세와 태도로부터 나온 것이라 평해도 과하지 않다.
현재의 대통령 체제에서 결정은 오직 한 사람이 할 수 있으므로 더욱 그렇다. 양측의 합의문 서명은 똑같이 ‘상부의 위임에 따라’로 시작된다.

북한은 결국 머리를 다시 들이밀었다. 대화를 다시 제안했다. 사과의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 자존심을 지켰지만 ‘성과’와 ‘보상’없이 새로운 원칙에 합의했다.

물론 북한이 앞으로 얼마나 합의의 진정성을 지킬 지는 의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렇기 때문에 이번 과정이 중요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프로세스’, 그리고 ‘한국 이니셔티브’가 한 걸음 전진하게 되었다.

1. 전략을 지키다.
전략은 한 번 정하면 쉽게 변경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파국에 대한 북의 책임, 국제사회와 한 약속, 정부와의 대화라는 원칙을 제시하고 굴복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자신의 신념과 함께 전략을 지켰다.
원칙은 중간에 흔들리지 않았고 명확하고 힘있는 대국민 메시지는 일관되었다.

“개성공단은 앞으로 공단 정상화가 아니라 국제화를 위한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북한이 국제사회와 한 약속, 계약은 반드시 지킨다는 안전장치가 보장돼야 할 것이다.” (5월 14일 국무회의)

2. 새로운 북한을 상대하다.
북한은 지난 15년간 한국의 전략에 익숙해져 있었다. 벼랑 끝에 서면 우리 정부가 나설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북한의 새로운 리더, 김정은은 이전의 체제와 조금 다른 점도 있었다.
매일 매일 강과 온, 전쟁과 대화, 협상과 쿠션을 천만변화로 구사했다.
젊고 어린 지도자가 자신의 원칙과 패턴대로 움직였다.
그러나 대통령은 조응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차갑게 ‘정치’와 ‘외교’를 했다.

“멀쩡하게 잘 돌아가던 개성공단을 북한이 어제 조업을 잠정 중단시키겠다고 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위기를 조성한 뒤 타협과 지원(을 유도하는) 끝없는 여태까지의 악순환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겠나. 북한이 이런 식으로 국제규범과 약속을 어기고 개성공단 운영을 중단시키면 앞으로 북한에 투자할 나라나 기업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4월 9일 국무회의)

3. 시간의 정치를 하지 않다.
항상 급해지는 것은 우리 정부였다.
민간과 야당은 재촉하고 여당은 흔들리는 악순환이었다.
그러다 모든 것을 용서하고 스스로 만든 ‘형님’의 위치에 섰다.
결국 미봉의 문이 열렸으나 북한의 필요에 따라 언제다 닫혔다.
대통령은 시간이 부족하고 협력이 더 필요한 쪽은 북한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국민이) ‘빨리 북한은 (우리) 정부를 상대로 대화를 시작해라’ 이렇게 촉구해야 일이 풀린다. 정부에 힘을 모아줘야 개성공단 문제를 포함해 남북 간 신뢰를 구축하면서 정상적인 관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5월 31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

4. ‘당근’과 ‘채찍’, 둘 중의 하나가 아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은 당근에 가까웠다.
그것도 전략이었다.
새로 대화와 협력의 문을 여는 시점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고 효과가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책은 방관과 무책임에 가깝다.
무엇을 했는지 알기도 어렵다.
채찍도 아니고 전략이 없었다고 봐야 맞겠다.
박 대통령은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하고 협박과 채찍을 사용했다.
그러면서도 ‘대화’의 수사는 놓지 않았다. ‘당근’은 꺼내지도 않았다.

” (북한과)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상황이 어렵더라도 프로세스이므로 항상 진행되는 것이다. 결핵치료약이 북한에 보내진 것처럼 인도적 지원은 계속될 것이다.” (4월 11일 국회 외교통일위·국방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만찬 간담회)

5. 임박했을 때 움직였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북한에 보내는 것을 허용했다.
중간 협의 재개과정에서 파국을 부른 국장급이라는 의전의 문제도 수면 위로 등장시키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파국도 감당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플레이도 했다.
결국 북한이 움직였다.

“지금은 기본적인 신뢰를 쌓는 것도 아주 힘든 상황이다. 기본적인 것조차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재가동만 서두를 수는 없다.” (7월 10일 주요 언론사 논설실장 및 해설위원 오찬)

6. 결정의 순간에 유연하다.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현재의 문제로 고집하지 않았다.
앞으로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타결의 국면에서 취할 수 있는 현명한 대처다.

‘1. 남과 북은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 (8월 14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제 1항)

7. 위기 이전의 상황보다 개선된 미래를 약속하다.
위기 이전 상황 이상의 결과를 남기다.
개성공단의 남북 당국자 공동운영, 공단 국제화, 3통(통행·통관·통신) 문제 등 새로운 진전이있었다.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는 협상에 국한되지 않은 것이다.
새로운 약속과 새로운 미래의 근거가 마련되었다.
전진한 것이다.

‘2. 남과 북은 개성공단을 왕래하는 남측 인원들의 신변안전을 보장하고, 기업들의 투자자산을 보호하며, 통행·통신·통관 문제를 해결한다.’
‘3. 남과 북은 개성공단 기업들에 대해 국제적 수준의 기업활동조건을 보장하고,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공단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4. 남과 북은 상기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하여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를 구성·운영하며, 산하에 필요한 분과위원회를 둔다.
이를 위하여 남과 북은 빠른 시일 안에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해당 기구들의 활동을 개시한다.’
‘5. 남과 북은 안전한 출입 및 체류, 투자자산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며 개성공단 기업들이 설비정비를 하고 재가동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한다.’ (8월 14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제 2-5항)

새로 선임된 김기춘 비서실장은 사석에서 부쩍 ‘통일 대통령’, ‘통일 발판을 마련하는 대통령’을 강조한다고 한다.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행보를 네 가지 점에서 유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 이번 합의가 박 대통령의 ‘집권 초기’에 이루어진 점을 매우 주목해야 할 것이다.
2. 북한에 대한 네거티브액션이 포지티브플랜의 위치로 변경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3. 한국 이니셔티브에 기초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대전략’으로 발전할 수 있을 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4. 대통령이 자신의 소신과 태도를 중심으로 한 자화자찬이 아니라 ‘시대에 조응하는 리더’의 역할로 인식 전환을 할 수 있을까 이다.

기대한 8·15 경축사는 무난했다. 이산가족 상봉과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의 의제로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개성공단 타결이라는 새로운 모멘텀을 극적인 요소로 살리지도 않았고 통일은 언급했지만 새로운 대전략으로 접근하지도 않았다. 물론 다른 전략적 판단이 있을 수도 있어 지금 속단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대북정책에 있어서 박 대통령의 클래식 파워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성과로 인한 과도한 자신감으로, 다른 모든 의제에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새로운 위기를 낳을 수 있다. 전통의 신념과 원직에 기초한 박 대통령의 클래식 파워가 다른 의제에서 같은 위력을 발휘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광복절 날, 물대포가 등장한 것은 그런 점에서 좋은 판단이 아니다.

현재의 박대통령의 리더십 형태인 ‘클래식파워’는 자신의 신념과 관습에 머무를지,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나아갈 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새로운 전략에 기초해 하나의 세계가 열렸다.
새로운 세계가 대통령의 경험과 소신에 기초한 작은 세계가 아니라 시대와 소명에 기초한 새로운 세계이기를 기대해 본다.

유민영

사진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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