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미래 13] 뉴욕타임즈가 유력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을 보도하는 법 – 뉴욕타임즈 Public Editor 마가렛 설리번의 글

ethicaljour

* 주: 뉴욕타임즈에는 Public Editor 라는 직책이 있다. 2003년 발생한 ‘뉴욕타임즈 역사상 최악의 사건’ 이라 불리는 제임스 블레어 스캔들 이후 생긴 자리이다. 당시 제임스 블레어라는 27세 기자는 이라크 전쟁 관련 기사 73건을 썼는데 그 중 절반이 오보, 표절, 허위, 왜곡 기사임이 추후 밝혀졌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즈는 2003년 5월 11일자 신문에서 1면을 포함한 4개 면에 걸쳐 사과문 및 기사가 보도되게 된 경위에 대해 상세히 알렸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해 온 뉴욕타임즈의 명성이 매우 크게 손실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 후 뉴욕타임즈는 강력한 내부 쇄신을 꾀해왔다. 그 결과물이 1) 2004년 9월 공개된 Ethical Journalism 가이드라인 핸드북이며 2) 2005년 6월 편집장 빌 켈러가 공개한 Assuring Our Credibility 메모이며 3) Public Editor 직책의 신설이다. (핸드북과 메모 모두 pdf 파일로 아래 링크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Public Editor 는 약 2년간 자리를 맡게 되는데, 2003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5명의 에디터가 거쳐갔으며 뉴욕타임즈에서 뼈가 굵은 최고의 기자들이다. 이들이 역할은 독자들로부터 온 질문을 받아 답을 하는 것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저널리즘의 윤리성 (Journalistic Integrity) 문제에 대한 조사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신문사의 보도/편집 조직체계에서 벗어서 독립적으로 일하며, 한달에 두번씩 지면에 Public Editor 의 칼럼이 실린다. 이 칼럼에서는 뉴욕타임즈의 보도에 관한 저널리즘의 윤리적 딜레마에 관한 문제, 대부분 흑과 백으로 뚜렷이 가를 수 없는 언론의 자세와 판단력에 대한 이슈들을 다룬다. 이번주에는 2016년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 뉴욕타임즈의 보도 입장을 밝힌, 현직 Public Editor 마가렛 설리번의 칼럼을 소개한다. 2012년 우리나라 대선을 보도했던 언론들의 모양새가 어땠는지, 그리고 2017년 대선 잠재후보들이 언론에 소개되는 방식이 어떠한지 잠시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읽어보면 더 좋겠다.

1. 힐러리 클린턴이 지난 6월 트위터를 시작했을 때, 그의 프로필에는 많은 역할들이 적혀 있었다. 전직 아칸소주 주지사 부인이자 전직 미국 대통령 영부인, 전직 국무부 장관과 전직 뉴욕주 상원의원에 헤어 아이콘과 바지정장 매니아까지. 그리고 자신의 미래는 세 글자로 적었다. TBD. 추후 결정예정.

2. 힐러리는 자신의 미래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뉴욕타임즈는 그렇지 않다. 혹은 최소한, 우리는 미래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다. 힐러리의 첫번째 트윗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Amy Chozick 기자가 힐러리 클린턴 전담 기자로 발령이 났다. 힐러리가 아무런 공직을 맡고 있지 않으며 어떤 직책에 출마하겠다는 말도 없었음에도 전담 기자를 발령낸 것은 언론사 입장에서는 중대한 자원 투자이다. 더군다나 다음 대선은 3년 넘게 남았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얻으려고 이런 결정을 내렸는가? 독자들을 위해서, 그리고 미국 시민들을 위해서, 어떤 이득과 어떤 손실이 있을 수 있겠는가?

3. 뉴욕타임즈의 정치부 에디터인 Carolyn Ryan 은 전담 기자 발령을 두고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2016년 대선을 보려면 힐러리는 우리가 의무적으로 봐야 할 최우선 대상입니다.” 그리고 뉴욕타임즈가 뉴스 소스를 발굴하고 근사하게 차려진 무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초기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클린턴 부부에게는 항상 불투명함과 무대연출기술이 있어왔고 바보같은 기사들이 어디에나 넘쳐 납니다. Amy Chozick기자는 이것들을 꿰뚫어볼 수 있고요.” 그는 Amy Chozick기자를 지치지 않는 기자이자, “권력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고 스토리를 알아보는 뛰어난 눈을 가졌다” 라고 칭찬했다.

4. 지난주 뉴욕타임즈가 보도한 두 건의 기사는 Amy Chozick 기자가 어떤 기사를 쓰려고 하는지에 대해 잘 보여준다. 화요일 A11면에 실린 기사에서 Amy Chozick 기자는 힐러리 클린턴이 투표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들을 옹호했던 샌프란시스코 연설을 취재했다. 수요일 1면에 실린 기사는 더욱 존재감이 있었다. Nicholas Confessore 기자와 공동 취재한 이 기사는 클린턴 재단의 재정 문제를 다루었고, 심층 보도 기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사례가 되었다.

5. 다트머스 대학의 행정학 조교수이자 미디어 비평가인 Brendan Nyhan 는 클린턴 재단에 대한 기사는 힐러리 클린턴 전담기자에 대한 자신의 생각에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저는 힐러리 전담기자가 필요할 정도로 충분한 뉴스가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전담 기자가 있으면 뉴스가 만들어지는 인센티브가 생기게 됩니다. 뉴욕타임즈가 힐러리 전담기자를 두는 것은 그가 민주당의 확정적 대선후보라는 인식에 시멘트를 쏟아붇는 격이고, 차기 대통령이라고 미리 선언하는 모양새가 될 겁니다.” American Press Institute 의 이사 Tom Rosenstiel 도 이런 걱정에 동조하면서, 관련된 이슈를 제기했다. “정치 캠페인 보도를 쉬지않고 계속하는 것이 대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입니까? 언론은 그렇게 되지 않도록 저항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두 명 모두 전담기자 발령에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언급했다.

6. 워터게이트를 취재했으며 힐러리 클린턴의 평전, <A Woman in Charge> 를 쓴 칼 번스타인은 나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힐러리는 보도하기에 배우 까다로운 인물입니다. 그는 본인이 직접 스스로의 내러티브를 쓰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진실과 어려운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지요.” 라고 말했다. 따라서 뉴욕타임즈가 전투적인 기자를 힐러리에게 일찍 전담기자로 붙인 것은 “진실을 보도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이라고 칭찬했다.

7. 그리고 전담기자는, 태생적으로 미묘한 부분이 있다. 기자가 매일매일 전담 취재대상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며 내부의 정보와 통찰력을 얻게 되는 한편, 독립성과 객관성은 잃어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Colby College 의 행정대학 학장 Sandy Maisel 의 말이다. “중요한 질문은, 기자가 취재대상에 포섭당했는지 여부이다.” 접근 통로를 유지하기 위해서 대게 긍정적인 기사만 쓰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Maisel 학장은 클린턴 재단에 대한 기사를 칭찬하면서도 “아주 훌륭하지도, 아주 나쁘지도 않은 그저 흥미로운 기사였다” 라고 평가했다.

8. Amy Chozick 기자는 지난주에 내게 말하길, 그의 목표는 클린턴 부부에 대해 기이한 것들부터 심각한 것들까지 넓은 범주에 대해 쓰는 것이라고 밝혔다. “저는 텍사스에 계신 저희 어머니에게 어필할 수 있을 정도로, 거품을 넘어서서 울림을 일으킬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그는 폴리티코와 워싱턴 포스트 등,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 집중적으로 기사를 쓰고 있는 다른 언론사들도 언급했다. 정치부 에디터와 총괄 에디터, Jill Abramson 은 Amy Chozick 기자만의 고유한 클린턴 기사를 쓰길 원하기 때문에 “저는 다른 언론사들에게 대형 기사를 뺏길까봐 항상 두려움 안에서 살고 있지요.” 라고 말했다.

9. 오늘날 같은 끊임없는 미디어 전쟁 속에서 뉴욕타임즈가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런 중압감을 뉴욕타임즈 기자들이 느낀다면 누구에게 과연 도움이 될 것인가?
힐러리 클린턴에게 도움이 될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지속적으로 까다로운 검증을 거치는 것은 그가 환영할만한 일은 아니지만, 반대로 뉴욕타임즈 1면 기사에 실리는 것은 대선후보 선언을 하지도 않았으면서도 덕을 보는 방법이다. 힐러리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집중적으로 경쟁적 보도를 하는 것은 특정 후보를 밀어주는 의도치 않은 효과를 낼 수 있고 이에 따라 독자들은 시민으로서 패배하게 된다. 만약 수면 아래 숨겨진, 반드시 알려야 할 것들을 끄집어내어 명명백백히 보도하게 된다면 독자들은 시민으로서 승리하게 된다.

10. 오바마 캠프와 그의 가족들을 전담 취재했던 뉴욕타임즈 Jodi Kantor 기자는 그의 책, <The Obamas> 에서 단순한 명제를 제시했다. “가장 최고의 캠페인 보도는 캠페인 시작 전에 나온다.” 라는 것이다. “캠페인이 일단 시작하면, 딱딱함, 엄격함, 방어적 태도 등이 취재를 더 어렵게 만든다” 는 것이다.

11. 오바마 대통령이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지 고작 7달 째이고, 힐러리 클린턴의 미래는 여전히 TBD 이다. 뉴욕타임즈는 Nyhan 교수의 지적처럼 “차기 대통령이라고 미리 선언하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뉴욕타임즈에게 시간을 놓쳐버리는 리스크는 없다는 것이다.

박소령

*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한 이전 글들을 읽으시려면, 링크

출처: 뉴욕타임즈, 링크

참조: Ethical Journalism 가이드라인 핸드북/Assuring Our Credibility 메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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