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문장, 끝문장]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2013년작)

* 이름 석자만으로 브랜드가 되는 작가 ‘김영하’가 돌아왔다. 17번째 책, <살인자의 기억법> 으로. 140페이지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소설인지라, 한시간이면 술술 다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면 ‘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읽어봐야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분도 있으실 것이다. 뜨거운 여름이 서서히 끝을 고하는 이번 주말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시면 좋겠다. 조선일보 8/14자 에 실린 김영하의 인터뷰 중 일부도 함께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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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부터 제정신 아닌 사람들이 좋았다. 그런 발언자가 등장함으로써 새로운 공간이 열린다.”

“소설을 읽고나면 마음이 몇 cm 는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과는 달라진 나. 궁극적으로 소설은 감수성의 계발이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한 소설이다.”

“나는 아이가 없지 않나. 조카도, 심지어 처조카도 없다. 가까운 친척도 없다. 내가 죽으면 아무 흔적도 남지 않는 거지. 그래서 내 생은 이 소설들과 함께 끝나는구나 생각한다. 더 열심히, 더 잘써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 첫문장: 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벌써 25년전, 아니 26년전인가, 하여튼 그쯤의 일이다. 그때까지 나를 추동한 힘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살인의 충동, 변태성욕 따위가 아니었다. 아쉬움이었다. 더 완벽한 쾌감이 가능하리라는 희망. 희생자를 묻을 때마다 나는 되내곤 했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거야. 내가 살인을 머문 것은 바로 그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 끝문장: 미지근한 물속을 둥둥 부유하고 있다. 고요하고 안온하다. 내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공空 속으로 미풍이 불어온다. 나는 거기에서 한없이 헤엄을 친다. 아무리 헤엄을 쳐도 이곳을 벗어날 수가 없다. 소리도 진동도 없는 이 세계가 점점 작아진다. 한없이 작아진다. 그리하여 하나의 점이 된다. 우주의 먼지가 된다. 아니, 그것조차 사라진다.

출처: 문학동네, 2013년 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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