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스쿨 15] 죽음을 앞둔 인생의 마지막 치료에 대한 선택, 커뮤니케이션 아이디어로 접근하다

1. 오래 산다는 것이 더 이상 축복이 아닌 요즘이다. 6월 20일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0세이지만 건강수명은 70세에 불과하다고 한다. 즉, 인생의 말년 10년간은 이런저런 질병에 시달리다가 생을 마감한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인생의 마지막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기 위한 준비가 극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나 대화가 암묵적인 금기로 여겨지고 있는 분위기 때문인 듯 하다. 하지만 이로 인한 가족간의 불화와 고통, 불필요한 연명치료에 따른 금전적 손실과 기회비용 등 개인과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급증하고 있다. ‘장수 리스크’ 라는 용어가 괜한 것이 아니다.

2.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았나 보다. 미국 퓨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1990년 미국인 중 12% 만이 건강하게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인생 마지막 단계의 치료에 대한 선택 의사 (end-of-life care preference) 를 문서로 가지고 있다고 한다. 2005년에도 고작 29% 에 불과했다. 한 의사에 따르면, 폐암에 걸려 입원/퇴원을 반복하고 수년간 의사 20명을 만나온 한 환자는 아직까지도 자신의 죽음에 대한 준비와 선택의 우선순위를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The Conversation Project 나 PREPARE 와 같은, 나이가 많고 병에 걸린 환자들에 대하여 가족들과 친밀한 대화를 통해 마지막 단계의 치료에 대한 의사를 결정하도록 하는 캠페인이 주를 이루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EndOfLife_Hands_RosieOBeirne_Flickr_02142012
3.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던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의 Dr. Lakin 은 병원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시도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그 실험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Dr. Lakin 의 실험 내용을 소개한다.

4. 실험의 골자는 ‘표준화된 질문’과 ‘의사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에 있다.

이 병원의 리서치 팀은 환자에 대한 기존의 건강기록 전자문서에 환자의 선택에 대해 질문하는 표준화된 문서를 포함시켰다. 환자에게 몇가지 질문만 확인하면 된다.
– 환자가 어느정도의 치료를 원하는지, 혹은 원하지 않는지 의사표현을 했는가?
– 환자의 의사표현은 어떤 곳에 기록되어 있는가?: 자신의 유언장인가, 변호사에게 전달했는가, 아니면 구두로 말했는가?
– 환자가 심폐소생술이나 튜브삽입을 원하지 않았는가?
– 환자가 튜브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동의했지만 산소호흡기는 원하지 않았는가?
– 환자는 모든 종류의 치료를 다 받기를 원했는가?
– 환자에게 의사결정을 대신하도록 지정한 사람이 있는가? 그 사람의 이름, 휴대폰 번호는 무엇인가? 그 사람은 어떤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가?

그리고 표준화된 문서에 따른 질문에 대해, 1년의 3/4 기간동안 퇴원한 환자의 75% 에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받으면, 실험에 참가한 레지던트 의사들 모두는 400불을 받게 된다. 75%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돈은 없다. 레지던트들의 1년 연봉이 4만-5만불인 것을 고려할 때 400불의 보너스는 대단히 큰 돈은 아니지만 아주 작은 돈도 아니다. 또한 리서치 팀 연구자들은 실험에 참가한 의사들에게 환자들의 응답율을 바 그래프로 만들어서 이메일로 발송했다. 목표치에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아니면 다 같이 받을 수 있는 보너스를 놓치게 될 우려는 없는지를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Dr. Lakin 은 이에 대해 ‘마케팅 101’ 이라고 말했다.

5. 2011년 여름-2012년 여름 1년동안 병원을 거쳐간 성인 환자들 중 절반 이상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되었다. 첫번째 달이었던 7월에 환자 응답율은 22% 에 불과했다. 표준화된 문서가 도입되기 전후와 큰 차이가 없는 수치였다. 따라서 ‘표준화된 문서 그 자체로는 충분치 않다’ 라는 것을 리서치 팀은 깨달았다. 그러나 10월이 되자 의사들 대상의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작동하자 응답율은 90% 이상으로 올라갔고 그 이후로도 떨어지지 않았다. 반대로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도입되지 않은 대조군 레지던트 의사들의 경우 12% 미만의 응답율을 보였다.

6. 이 실험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는다. 레지던트보다 수입이 더 많은 전문의들을 움직이게 하려면 얼마의 인센티브 금액이 필요한지, 그리고 문서에 응답한 그대로 환자가 말기 치료 선택을 받을 수 있게 될지 확신할 수도 없다. 그러나 병원은 ‘컨베이어 벨트’ 같은 시스템이 있다. ‘원하지 않는다’ 라고 말하지 않는한 병원은 규정된 그대로의 시스템을 환자에게 적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7. “가족간의 대화로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가장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정에게 이런 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부모가 어떤 인생 말년 치료의 선택을 바라는지 이야기를 꺼내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아무도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것일수도 있다. 그러나 중환자 치료실에 들어가는 하루 비용을 고려해 본다면, 의사의 질문을 통해서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뉴욕타임즈 Paula Span 기자의 결론이다.

8. 이런 가운데, 7월 31일 우리나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무의미한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권고안’을 심의해 최종 확정했다. 더는 나을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신이나 가족의 결정으로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길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웰다잉 (Well-dying) 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고령화 시대에서 개인의 의사에 일임하는 것보다 Dr. Lakin 의 실험처럼 커뮤니케이션 아이디어로 조직과 사회가 함께 준비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박소령

* [커뮤니케이션 스쿨]에 대한 이전 글들을 읽으시려면: 링크 

출처: 뉴욕타임스, 링크
이미지 출처: The California Report,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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