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영의 위기전략 28] 호텔신라, ‘글로벌 럭셔리 호텔’에 대한 위험한 집착 – 두 번 실수가 가능한 시스템 위의 오너십

1. 호텔신라는 2011년 뷔페식당 ‘파크뷰’에 한복 입은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황당한 규정을 실천하다가 심각한 논란을 빚었다. ‘손님’에 대한 철학 보다 ‘관리’에 대한 규율이 더 우선한 결과였다.

2. 호텔신라에게는 ‘손님’과 ‘이익’의 조화라는 일반적 목표가 아닌 다른 목표가 있었다. 오너의 경영성과와 가치창출을 위한 신라호텔 그 자체가 중요했던 것이다. 신라호텔은 세계 1류의 상징이어야 했던 것이다. 그것이 ’손님‘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한복‘이 불편함의 상징으로 이해되는 본질적 이유였다.

3.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사과를 했고 한 축으로는 경영 디스플레이의 측면에서, 한 축으로는 오너 자존심의 측면에서 큰 상처를 입었다.

4. 이것은 물론 경영상의 실적 변경을 가져오는 사안은 아니지만, 특별한 성과를 보이지 않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3세 경쟁구도에서 차별적 청사진을 제시해 온 이부진 사장에게는 오점으로 남았다.

5. 물론 한 번의 실수로 남을 수도 있었다.

6. 호텔신라는 2012년 탑클라우드 운영 등 외식사업과 고급 베이커리 브랜드 ‘아티제’ 사업을 접었다. 경영상의 부실과 대기업 골목상권 논란에 따른 결정이었다.

신라호텔

호텔신라는 지난 6개월의 ‘글로벌 럭셔리 호텔’로의 대전환을 위한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8월1일 재개관을 했다. 언론에 따르면 이 모든 작업은 이부진 사장이 직접 진두지휘했다고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객실, 레스토랑, 연회장, 야외수영장 등의 최고급화가 이루어졌다. 귀빈층 휴식공간인 ‘이그제큐티브 라운지’가 최고급화되었고 피트니스센터는 미국의 최신운동설계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수영장은 야외 온수풀이 갖춰지는 등 훨씬 더 귀족화되었다. 9년 만에 한식당 ‘라연’도 문을 열었다.

그런데 재개관하자마자 어이없는 두 개의 사건이 터졌다. 지난 6일 호텔 23층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천정에서 빗물이 새는 일이 생겼다. 이어 23일에는 한식당 라연에서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를 규칙으로 운영하고 홈페이지에 게재했다가 구설수에 오르게 된 것이다. ‘라연’과 양식당 ‘콘티넨탈’ 이 규정을 적용했다고 한다.
이부진 사장은 천정 누수 사태로 인해 경영자로서 관리의 책임에 대한 의문을 지게 되었고, 한식당 출입 제한 논란으로 인해 호텔 경영의 철학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되었다. 이 사장의 야심찬 계획은 출발부터 구겨지고 말았다.

1. 왜 지금 호텔일까? 
이부진 사장의 전문 능력과 경영 성과는 면세유통 부분에서 검증되었다. 이 사장이 2001년 호텔신라에 입사한 이래 지난 10년간 면세점 사업은 괄목할만한 규모의 확대를 보였고 특출한 성과를 증명했다. 반면 호텔사업은 제자리걸음이었다. 2011년에는 한복사건도 겪었다. 2012년에는 외식사업과 제빵사업은 접었다. 이 사장에게는 경영의 성과라는 측면과 세계 최고의 호텔이라는 명성 두 가지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프랑크푸르트선언 이후 ‘세계 최고’를 지향했고 ‘반도체’와 ‘핸드폰’에서 그것을 실현했다. 삼성전자는 삼성의 정수이고 상징이다.
이부진 사장에게는 호텔신라가 이건희 회장의 세계1류였고, 삼성전자였다.

2. 왜 자꾸 이상한 규칙이 등장하는가?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사장에게 호텔신라는 ‘경영 성과’ 이상이다. 매출의 확장과 동시에 글로벌 세계 최고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여야 했다. 그래서 규칙이 등장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라는 특별한 기준이 규칙을 만든다. 오너의 각별한 의지가 규정을 만드는 것이다. 당연히 일반 호텔과 다른 우선순위가 설정되고 그 목표에 충실한 룰이 등장한 것이다.
재개관 때 스피커로 등장한 최태영 서울호텔신라의 총지배인은 “홍콩 페닌슐라아와 뉴욕 포시즌스를 경쟁상대로 삼겠다”고 확인했다.
내부 식당에 이러한 규정을 둔 것은 미슐랭 가이드가 부여하는 최고등급 ‘별 세 개’를 얻기 위한 기준이었다는 보도가 있다. 이것이 아닐까. 호텔의 가치를 손님의 평가가 아니라 외부의 평가를 통해 얻고자 하는 시도. 그것이 별 세 개의 기준을 만들었을 것이다.
한식당 좌석수가 36석, 프렌치 레스토랑이 40석이고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3. 여기서 ‘식당’과 ‘손님’은 무엇인가? 
그렇다. 여기서 주객이 전도된다. 호텔신라에서 ‘손님’은 액세서리의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세계 최고 호텔을 향한 부속품 같은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손님을 위해 식당이 존재한 것은 아니었다. 크게 이익이 나는 것도 아니었다. 한국의 세계 최고 호텔에 프렌치 레스토랑과 함께 최고급의 한식당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니 유동성을 부르는 ‘손님’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계획하고 통제된 그림이 이 호텔에는 절실했다.

4. 왜 실수는 반복되는가? 
경영자는 실수를 한다. 그렇다면 특별한 경영자의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는 두 번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다.
전문 경영인들은 대체로 두 번 실수의 기회를 갖지 못한다. 오너 경영인들은 두 번 실수의 기회를 갖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두 번, 세 번 실수를 가능하게 하는 본질적 이유일 수도 있겠다.
회사가 위기를 통해 배워가며 튼튼해진다는 것은 한 번의 실수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이고 두 번 실수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기가 꼭 나락으로 빠지는 요소만이 아니라 기회의 요소가 되는 이유다.
그런데 한복사건에 이은 동일한 범주의 내부기준에 의한 사건이 발생했다면 이것은 오너쉽의 위기로 보는 것이 맞다.
실제 경험을 통해 충분한 리허설을 거친 사안에 대해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고 시스템은 필터링을 해내지 못하며 스탭들은 무디어져 있다면 그것은 타성이나 일시적 실수의 문제라기 보다는 더 근본적인 데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5. 호텔신라라는 조직은 잘 훈련되어 있는가? 
충분히 훈련되고 준비되지 않는 것도 발견되었다.
미취학 아동에 대한 내부 기준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어 있었고 예약을 위해 홈페이지를 찾은 예비 손님에게 발견되었다.
소비자가 문제제기 하기 전까지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고 문제제기하지 않았다.
운영상의 묘 혹은 실수로 돌릴 수 있었던 문제가 명백한 오류로 인식되는 사건이 되는 순간이다.

호텔신라는 소비자의 불만이 제기되자 미취학아동에 입장을 금지한 문구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했고 조치를 철회했다. 그러나 미취학아동 입장 제한이 도리어 고객 편의를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을 멈추지는 않았다.

***

한복사건과 달리 이 사건과 관련해 이부진 사장은 등장하고 있지 않다.
사건은 크게 확대되지 않고 있고 이 사장이 직접 사과의 주체가 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듯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이부진 사장이 더 큰 경영의 가치를 이해하는 사건이 되기를 바래본다.
주객이 전도되는 경영의 가치와 이유는 이런 위험을 항상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근래 방영되는 드라마 ‘황금의 제국’에서 삼성가의 상속세 전쟁을 연상하는 기자도 있었다. 누군가를 금지할 수 있다는 것은 발상은 소비자에 대한 착상이 아니다. 권력과 통제의 언어에 가깝다. 그들만의 제국에서 벌어지는 일로 세계 최고의 사업이 인식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다. 경영의 철학이 필요하다. 세계 최고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 호텔신라의 한복사건 때 써 놓았던 글이다. 같이 보면 ‘실수의 재연’을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유민영의 커뮤니케이션 이야기

유민영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