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뷰] 한자와 나오키-썩을 상사 놈아, 어디 두고 보자!

– “21세기, 상사와 부하 사이의 관계는 전통적인 상급자 대 하급자 사이의 관계라기보다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연주자 사이의 관계와 흡사하다.” 피터 드러커

0. 한국인의 일요일 밤에 개그콘서트가 있다면, 일본인의 일요일 밤에는 ‘한자와 나오키(半澤直樹)’가 있다. 올 7월 7일부터 매주 일요일 저녁 9시에 방송되는 이 드라마는 일본 내 시청률이 급상승하고 있다. 개그콘서트의 엔딩 음악 ‘Part time lover’가 일요일 밤을 웃음으로 마무리한다면, ‘한자와 나오키’의 “배로 갚아주마!(倍返しだ!)”라는 대사에 속시원하게 잠드는 직장인도 있을 것이다.

1. TBS의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는 작가 이케이도 준(池井戶潤)의 소설을 원작으로 메이저 상업은행을 배경으로 한다. 일본의 거품경제 시기(1980년대 중반~1990년대 초)에 은행에 입사한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가 은행 안팎의 사람과 조직, 상사에 의한 갖가지 압력과 역경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 첫 회는 한자와 나오키의 인상적인 면접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그가 면접을 마치고 나면 카메라가 뒤로 빠지며 면접장을 풀 샷으로 보여준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홀에서 수백명을 동시에 면접을 보고 있는 모습에 대량공채와 평생직장을 가능하게 했던 버블시기의 단면을 볼 수 있다.

한자와 나오키1

2. ‘한자와 나오키’는 도쿄 중앙은행 오사카 서부 지점의 융자 과장으로 서부 오사카 제강회사에 석연치 않은 5억엔을 융자해줬다가 회사가 바로 도산하는 바람에 위기를 맞게 된다. 융자를 밀어부쳤던 아사노 지점장은 책임을 한자와 과장에게 전가하려하고, 그는 지점장에게 정면으로 맞서서 5억엔을 찾아오겠다고 말한다. 계획적인 부도를 낸 서부 오사카 제강회사 사장 히가시다는 자기 재산을 숨기고 도망다니고, 그의 숨겨진 재산을 집요하게 추적해 5억엔을 돌려받으려는 한자와, 그리고 경쟁적으로 재산을 추적하는 국세청까지 오롯이 5억엔의 흐름에 맞춰져 있는 스토리가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거기에 기본적으로 인간의 선함을 믿지만, 당하면 배로 돌려준다는 원칙을 가진 한자와가 하는 시원시원한 발언은 직장인 공감도를 높인다. “부하의 공적은 상사의 것, 상사의 실패는 부하의 책임”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은행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만큼은 가장 중요해. 로봇처럼 일하지 마라”는 아버지의 말을 가슴에 담고 일하는 한자와는 사람을 신뢰하는 데서 오는 감동과 상사의 부당한 책임 전가에 대한 당당한 복수를 모두 보여준다.

한자와 나오키2

3. 아사히 신문 한국판에 따르면 이 드라마의 인기에 대해 한 대학 교수는 “거품경기의 상징이었던 은행을 보는 눈에 장래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섞여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화려한 버블경제 시기를 지나고 보니 분식회계, 계획부도, 재산은닉, 로비와 뒷거래, 뇌물수수 등이 은행에서도 횡행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지만, 한자와처럼 문제에 직면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때 한자와같은 사람이 많았더라면 버블이 그렇게 쉽게 꺼지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어있다. 드라마 홈페이지에 실린 주인공 역할의 사카이 마사토의 인터뷰를 보면 “은행은 숫자를 취급하는 곳입니다. 무미건조한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돈을 취급하는 일은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을 응시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작 소설에도 나오지만 돈이란 혈액같은 것이고, 돈 자체의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 돈이 도는 것에서 가치가 나옵니다. 사람의 혈액처럼 회사와 사회가 돌아가려면 돈이라는 피가 돌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드라마는 버블 당시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던 인간을 응시하는 것에 주력하고, 동시에 돈의 흐름을 건강하게 하지 못했던 권력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있다.

4. 일본 주간지의 인터뷰에서 드라마 PD는 연출에 있어 ‘상쾌함’을 중시했다고 한다. “일요일 밤은 다음날의 일이 기다리고 있는 특별한 시간. ‘내일도 잘 하겠다’는 상쾌한 기분이 되는 작품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사카 지방을 배경으로 간사이(關西) 지방의 사투리를 쓰는 조연들이 활력을 더하고,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의 거침없는 일갈은 지점장이든, 감사든 가리지 않는다. 드라마의 캐치프레이즈가 “썩을 상사 놈아, 어디 두고 보자!”인 만큼 한자와 나오키의 발언을 보면서 속 시원하게, 혹은 상쾌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5. 첫 회 19.4%의 시청률로 시작한 ‘한자와 나오키’는 간사이 지방 시청률 30%를 넘겼고, 얼마 전 방송된 6회는 간토(關東)지역에서도 29%를 기록했다. 쓸데없는 멜로라인 없이 직장생활과 상사와 부하의 배신 혹은 협력, 직장 내 암투에만 집중하고 통쾌한 직언을 날리는 이 드라마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당한 만큼 갚아주는, 혹은 당한 것의 두 배 이상 갚아주는 일이 현실에서는 생각만큼 쉽지 않아서일 것이다.

송혜원

출처:
아사히 신문 한국판, 링크
TBS 한자와 나오키 페이지, 링크
한자와 나오키 공식 페이스북,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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