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영의 위기전략 29] 대통령의 국면 전환, 이에 호응하는 10대 기업 총수들의 메시지 점수는?

청와대대기업04

28일 박근혜 대통령은 10대 그룹 총수들과는 취임 후 처음으로 오찬 회동을 했다.
“경제민주화도 결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
“정부는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고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
1. 대통령은 야당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민생으로 화답했다. 정치 현안은 철저하게 외면하는 전략을 유지하면서 경제와 민생이라는 이슈를 확고히 한 것이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소통과 반응의 취약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프레임 전쟁에서 오락가락하는 야당에 비해 분명히 한 수 위다. 대통령은 자신이 정한 링 위에 오르고, 자신이 게임의 룰을 정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전술적 우위는 이러한 경향을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2. 정치회담은 거절하면서 경제회담을 열었다. 야당의 공세를 무력화시키는 좋은 수이고, 경제 이슈를 살리는 측면에서 좋은 수다. 근래 경제민주화 법안과 정부의 세금 공세에 무력한 대기업이 박 대통령에 대한 최고의 안티세력이라는 농반진반의 우스개가 돌고 있는 상황에서도 적절한 타이밍이다. 만기친람의 질책은 없었으며 경제 활성화와 독려의 메시지로 일관했다. 재계에 대한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타협과 국면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3. 대기업의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요청한 것이다. 대신 주어는 바꿨고 이미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했다. “그동안 어려운 경제 여건에도 불구하고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노력해주고 계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다고 해도 대통령 파워가 절정이라는 점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총수들은 대통령이 내민 손을 어떻게 잡았을까?
대통령 행사를 위해 그룹의 전략기획팀은 최선의 답안을 만들기 위해 모든 정보와 관계를 동원하고 최선의 메시지를 올렸을 것이다. 청와대는 미리 3분 발언을 요청했다.
대통령은 듣고 국민은 본다.

공개된 발언을 근거로 총수의 발언을 별 점수로 매겨봤다.
발언은 대변인의 브리핑 과정에서 일부 축약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의 한계가 있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지금 세계경제가 어렵다. 규제를 풀어준 게 기업에 큰 힘이 되며 투자고용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있다. 창조경제는 한국경제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이며 기업들이 앞장서서 실행하고 이끌고 가야 한다.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과 기초과학 육성 및 융복합 기술 개발에 노력하겠다.”

☆☆☆☆☆ 별 다섯 개
대통령이 원하는 말을 정확히 하다.
이건희 회장은 오찬 참석을 통해 건강을 증명했다. 그것이 두 번째 성과다. 첫 번째 성과는 대통령 행사에 참석한 것이다. 대통령 행사에 이 회장 불참의 기사를 만들지 않았다는 얘기다. 세 번째 성과는 대통령의 정책에 삼성을 빙의해 싱크로율 100%로 호응했다는 점이다.
규제를 풀어준 대통령에 감사하고 현 대통령의 언어인 ‘창조경제’의 방향을 전폭 지원하며 기업의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강조하는 투자와 일자리에 걸맞는, 자신이 요즘 강조하는 메시지,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으로 마감을 했다. 듣는 국민도 크게 거슬리지 않게 표현되었다.
대통령은 “창조경제의 핵심”은 인재라는 말로 이 회장의 메시지를 받았다.

*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자동차나 철강 등에서 투자를 차질없이 진행하겠다. 친환경·첨단소재 개발에도 노력 중이다. 해외 협력업체 동반 진출도 지원하고 있다. 자동차를 연 740만대 생산하고 있는데 해외생산이 늘고 있다. 국내 임금이나 물류비용이 높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열심히 노력하면 연 1000만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 별 두 개
회사의 처지와 입장을 밝히다.
투자와 개발과 동반 진출은 나열했다. 그리고는 고통을 얘기하면서 갑자기 현대자동차 1000만대 생산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통령의 어젠다가 아니라 현대의 어젠다를 얘기한 것이다. 무엇보다 정몽구 회장은 국내 임금과 물류비용의 얘기이라는 고충을 얘기한 것이다. 한 신문은 이건희 회장의 “창조경제 방향 옳다”와 정 회장의 “국내임금 높다”를 대비해 메인 제목으로 뽑았다. 자동차제국의 볼멘소리처럼 비춰졌다.
정 회장은 대통령의 의제 접근에 실패했다.
대통령의 화답은 없었다.

* 구본무 LG 회장
회사를 위해 차분하게 말하다.
“융복합 IT기술, 에너지 저장장치, 전기자동차 등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 전기자동차 보조금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 읽어주는 휴대폰 사업, 저성장아동을 위한 성장호르몬 보급 등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있다.”

☆☆☆☆ 별 네 개
구본무 회장도 정몽구 회장처럼 LG의 어젠다를 얘기했다. 그렇지만 차이가 있다. LG와 현대자동차는 지금 처지가 다르다. 그림을 크게 그릴 때가 아니다. 그래서 구체적이었다. 그리고 핵심 전략을 강조했다. 전기자동차라는 명확한 회사의 이슈를 제기하면서 지원 확대라는 분명한 요구를 했다. 융복합 IT 기술과 에너지 발언도 자연스럽게 전기자동차로 흘렀다. 프로야구 빼고는 다 어려운 LG의 처지에서 차분하게 자신의 주요 타겟을 설명한 한 것은 적합했다. 사회적 공헌의 이슈도 큰 가치 없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대통령은 편하게 응수했다. 기후변화, 에너지, 환경산업으로 이어가며 전기자동차에서 더 분명해졌다.

* 허창수 GS 회장, 전경련 회장
“GS칼텍스 외국인합작투자를 위한 외국인투자촉진법 처리가 시급하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도 추진 중에 있다. GS홈쇼핑이 중소기업 제품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동반성장의 주요 사례다.”

☆ 별 하나
GS 회장으로 말하다, 이슈를 벗어나다.
10대 대기업 총수를 초청한 것이지만 ‘경제민주화’라는 이슈가 아무리 부담스러웠다고 해도 그래도 전경련 회장의 이름은 지켰어야 한다. 그것이 수장의 도리다. 그러나 아예 비켜가는 전략을 썼다. 말도 최소화했다. 대기업의 대변자로서 경제활성화를 강조하는 우회전략이라도 썼어야 한다. 그리고 동반성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언어다. 글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말을 하는 사람이나 정권과 단어의 상관관계는 알고 사용해야 한다.

* 박용만 두산 회장, 대한상의 회장
“72개 지역상의 회장 모두 만나봤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의 의지는 있으나 투자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눈이 너무 좁다.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턱이 너무 높다. 실패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통상임금은 공멸의 문제다. 입법이 개별기업이 어디에 해당되는지 모를 만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상공인의 사회적 지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기업들도 스스로 솔선수범해야 한다. 원전수출 등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정부의 금융지원 필요하다.”

☆☆☆☆☆ 별 다섯 개
대표로서 분명하게 말하다.
72개 지역상의 회장을 거론해 자신의 역할과 대표성을 분명히 한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정확히 짚어 핵심을 질렀다. 기업의 입장에서 실패의 부담과 정부의 지원을 요구했다. 대통령의 아킬레스 건인 통상임금도 놓치지 않았다. 그러면서 기업인의 솔선수범으로 닫았다. 눈이 너무 좁고, 턱이 너무 높다는 대구형 비유도 나쁘지 않았다.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박 회장을 말을 받아 정부의 입장을 대변했지만 다투지 않고 경제활성화를 위한 독소조항까지 언급하며 답했다.
대통령과 대화를 했다.

*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시노펙과의 합작투자가 8월중 상업생산에 돌입한다. 국가 지도자간 신뢰의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 사례다. 세일즈 외교에 앞장서 주시길 부탁드린다. 외국인투자촉진법의 조속 처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울산에서 1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 빌딩관리시스템, 에너지저장장치 등 ICT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신시장 창출을 추진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지수 평가가 줄 세우기보다는 기업별로 자발적으로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 별 네 개
오너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바로 시노펙과의 합작투자를 언급했다. 수형 생활중인 최태원 회장의 최대 치적으로 SK가 홍보하는 사안이다. 김 의장은 최 회장을 대신해 이 자리에 왔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재판에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은 것이다. 1만 개의 일자리와 새로운 시장 창출을 언급한 것도 적절했다. 동반성장지수에 대한 의제도 애로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괜찮았다.
대통령은 추상적으로 얘기를 받아주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여성과 지방대 출신의 채용을 확대하는 한편 지역 전통시장과 중소상인과의 상생에도 노력하고 있다. 비닐 장바구니를 5만개 제작해 배포했다. 잠실 제2롯데월드를 통해 관광산업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

☆☆ 별 두 개
대통령의 단어를 몰랐다.
작은 이야기를 한 다음, 제2롯데월드라는 큰 민원으로 마무리를 했다. 관광산업 활성화는 정부의 창조경제와 충분히 맥락을 이을 수 있는 부분이다. 충분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설명하고 롯데의 장점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또 대통령의 언어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낮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대화는 호응을 기본으로 하고 상대방의 언어를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롯데는 몰랐다.
대통령은 전통시장 살리를 언급하고 관광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 이재성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심해저 자원개발, 해양플랜트에 대한 자원외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께서 직접 나서서 물꼬를 터주기 바란다. 이제 Gold rush에서 Blue rush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호주, 브라질 등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므로 세일즈 외교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 별 두 개
이슈 중첩이 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만의 주제를 설명했다는 점이 그나마 평가할 만하다. Blue Rush는 어색하고 ‘자원외교’,‘세일즈외교’는 일반적이다.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했다는 것이 그나마 의미 있다고 하겠다.
대통령은 칭찬하고 기업의 역할을 주문했다.

* 홍기준 한화그룹 부회장
“80억달러 프로젝트인 이라크 주택 10만호 건설을 진행 중이다. 중소업체와 동반진출을 통해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할 수 있다. 정부차원의 보증과 보험 등 지원이 필요하다. 태양광 산업에 대한 기회를 모색 중이다.”

☆☆☆ 별 세 개
한화의 사업과 새 사업을 말하다.
한화의 제일 큰 사업을 설명했다. 설명은 숫자를 들어 명쾌해 김승연 회장의 느낌을 준다. 대통령이 모를 수 있는, 한화가 새로 강력하게 투자하고 있는 태양광산업을 강조했다. 오너를 대신해 무난했지만 대통령에게 호응 받을 의제나 언어는 없었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60대의 신규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1대당 250명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 사회적 보상시스템 부재 등으로 고용시장 수급이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논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 무인항공기 등 방위산업의 경우, 사업 연속성이 적어 어려움이 있다. 인천공항의 허브화, 중국 비자 확대, 특급관광호텔 건립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

☆☆ 별 두 개
의지보다 주문이 많았다.
대통령을 만나 회사의 현안 사업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했다. 투자와 일자리도 현황 설명이 아니라 산업 차원의 흐름과 연결되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보인다. 자신의 이슈를 잘 준비해와서 잘 설명했다. 상대방을 고려했으면 조금 더 좋은 메시지가 나왔지 않았을까? 보통 자신에게만 구체적이면 대통령의 화답을 받기란 어렵다.

유민영

사진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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