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케이스 풍경] 라오스 여행기 1 – 그곳도 누군가가 그리는 고향이다.

몽크
최근 8일간 라오스를 여행하게 됐다. 오랫동안 꿈꿔온 곳도 아니었고 같이 갈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막연히 라오스를 떠올렸다. 1년 반 동안의 휴학이 마무리되는 즈음, 여행은 그냥 시작됐다.

라오스에 도착하기 전까지 라오스에 대해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세계 최빈국에 속한다는 것 정도 외에는.
당연히도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내가 사는 모습과 조금은 닮아 있었고 조금은 달랐다. 누군가에게는 꿈에도 그리워할 고향일 라오스. 그 중 비엔티엔과 루앙프라방에서 나는 꽤나 행복했고 몇몇 장면으로 전달하려 한다.

* 그들이 사는 세상, 그들이 소통하는 방식

1. 함께 즐기다: 학교축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사는 법.

루앙프라방은 라오스의 전신인 라오왕국의 수도였던 도시다. 거의 모든 구성원이 소승불교인인 이 곳 곳곳엔 황금 사원이 있다. 몇 백 명의 수도승은 이 곳의 사람들과 섞여서 산다. 루앙프라방에는 매일 밤 야시장이 열린다. 라오스는 동남아시아 지방에 있어 매우 덥기 때문에 해가 저문 밤이 더 활기차다. 루앙프라방도 마찬가지였는데, 야시장이 열리는 곳에서 주민들은 매일같이 만나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형형색색의 전통물건들로 가득한 야시장에서 소라껍데기 미술작품을 몇 개 샀다. 이곳에는 가족이 다 나와 앉아있었는데 내가 더워 헉헉대자 아이가 열심히 부채질을 해줬다. 조금 더 돌아다니고 있는데 아까 그 부채질을 해준 아이와 형제자매들이 어디론가 신나서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따라가 보니 음악과 무대가 있는 곳이었다.
운이 좋게도 그 날은 청소년 문화센터(교육기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임)가 야외에 무대를 설치해 각종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날이었다. 일종의 학예회 내지는 축제로 볼 수 있을 것 같은 이 이벤트는 밤 8시가 넘어서야 시작했다. 주민들이 한숨 돌리는 시간이자 한데 모이는 장소의 한 복판에서 아이들은 정성스레 준비한 무대를 선보였다. 마을사람들과 여행자들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었다. 동네의 아이들과 엄마들, 청년들이 모두 모여 참 즐거워했다.
루앙프라방의 아이들은 무대에서 노래며 전통춤, 연극이며 패션쇼를 당당하게 해보였다. 우리나라 아이들만큼이나 잘 했다. 라오어를 알아듣지 못 해도 즐길 수 있는 패션쇼가 특히 재미있었다. 아이들은 반짝이는 CD를 붙이고, 까만 비닐봉지로 치마와 리본을, 심지어 대파로는 공작새 날개와 같은 장식을 만들었다. 캣워킹과 범상치 않은 포즈도 인상적이었다.
사진기능 영상기능 출중한 폰들이 많지 않아서인지 주민들은 어제의 추억을 오롯이 두 눈에만 담는 것 같았다.

2. 나누며 살다: 탁밧, 수도승과 신자가 사는 법

탁밧은 매일 새벽 동이 틀 때 수도승에게 밥을 주는 일종의 의식이다. 은 매일 새벽 동이 틀 때 주민들은 자신의 집 앞이나 근처 거리에 밥을 수북이 쌓아 들고 앉아서 수도승의 행렬을 기다린다. 사찰 안에서는 불을 피울 수 없기 때문에 수도승은 이미 조리된 밥을 받는다. 하루에 한 끼만 먹고, 한 끼 분량을 초과하는 식량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나는 탁밧을 세 번 봤다. 첫째 날에는 한국인들이 많았다. 동이 트는 6시 즈음 와서 사진을 찍더니 30분 정도가 흐르자 차를 타고 가버렸다. 루앙프라방에서 한국인을 마주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탁밧문화를 크게 존중하지 않는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니 조금 씁쓸해졌다.
탁밧을 한 번 더 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한국인이 탁밧 장소에만 많았던 것이 우연인지 아닌지 알아보고 싶었다. 두 번째 날에는 오직 네 명만 볼 수 있었다. 첫째 날이 공교롭게도 한국인 무리가 관광을 온 날이었나 보다. 서양인이나 한국인이나 탁밧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차이는 단지, 탁밧에 대한 존중 없이 사진을 찍는 주체가 한국인이었을 때는 괜히 부끄러웠지만 서양인이 그럴 때는 크게 얼굴이 붉어지지는 않았다는 것.
세 번째 날에는 메인 거리가 아닌 골목에서 탁밧을 보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는데도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앉아서 수도승을 기다렸다. 수도승들이 한 끼를 먹어야 하는 것은 비가 오는 날에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사람들도 비가 오든 해가 뜨든 동틀 때 집을 나선다.

“나는 일찍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 탁밧에 참여할 수는 없어. 하지만 생일이라든가 하는 특별한 날에는 꼭 아침에 수도승을 맞고는 출근해.”
라오스를 떠나는 날 메콩강변에서 만났던 Vilay라는 22살 여자아이는 자신의,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탁밧에 대해 말했다. 생일에 무언가 주는 삶, 베푸는 삶이 라오스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었다.

3. 배우며 살다: 어린 수도승이 사는 법

루앙프라방의 야시장을 둘러보다 샛길로 샜다. 사실 샛길은 새라고 만들어진 셈인데 이 길이 종종 예상치 못한 사건을 가져다주곤 한다. 여행 중에는 특히 그렇다. 그 샛길의 끝에는 수도승들이 사는 작은 사원이 나왔다. 어린 수도승들이 계단 옆 작은 담에 올라타 큰 소리로 경전을 외고 있었다.(!) 낯선 외국인을 발견하고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잠시 멈췄다가, 지나가자 다시 일정한 리듬과 독특한 멜로디에 맞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다음날, 청소년 문화센터를 지나가는데 주황색 승복을 입은 어린 수도승들이 외국인 교사에게 영어수업을 듣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내가 초등학교 즘 영어학원을 다니던 모습과 매우 흡사했다. 어린 수도승들은 종교인인 동시에 어린이로서 더 큰 세상을 바라보며 살고 있었다.

4. 연애하고 살다: 연인들이 사는 법

라오스 레스토랑에서 만난 라오스인 쏨퐁군은 저녁 6시경에 푸시 산에 올라가는 것을 추천했다. 라오스인들은 여행자들이 많지 않은 그 시간에 올라가는 것을 즐긴다고 했다. 루앙프라방 메인 거리 한복판에 있는 푸시산에 올라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조금 더 기다려 야경도 봤다. 여행자들은 노을이 사라지자 모두 하산했다. 야경을 보려고 남은 것은 나와 라오스의 커플들이었다. 이 시간대의 이곳은 라오스 청춘남녀들이 데이트를 즐기는 명소인 모양이었다. 서울의 야경과 달리 아기자기한 멋과 시원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있었다. 어둠과 아래 보이는 야시장의 불빛, 그리고 숲속에 박힌 듯한 작은 건물들의 은은한 불빛까지.
하이라이트는 그 뒤에 있었다. 어두워진 산의 계단을 한 발짝씩 내려오는데, 작은 불빛이 깜빡깜빡하는 것이었다. 반딧불이였다. 말로만 듣던 그 반딧불이 무리가 깜깜한 숲을 황홀하게 밝혔다.

김정현

2 Responses to [에이케이스 풍경] 라오스 여행기 1 – 그곳도 누군가가 그리는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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