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영의 ‘위기관리 규칙’ 리뷰 2] 데미지 콘트롤을 위한 10계명 – 크리스토퍼 르헤인

책사진
9월3일 허핑턴포스트는 미국 의회에서 정부 관리와 개혁을 관장하는 위원회의장을 맡고 있는 다렐 이사(Darrell Issa, 공화당)의 오래된 보좌관 커트 바데야(Kurt Bardella)가 금요일을 마지막으로 그 일을 떠난다는 뉴스를 전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하는 일이 소개하고 있다.
“His new firm will specialize in public relations, public affairs, coalition-building and crisis communications.”
“그의 새 회사는 PR, 대외협력, 우호적 관계 구축, 그리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등에 집중할 예정이다.”
“Masters of Disaster: The Ten Commandments of Damage Control”를 함께 쓴 크리스토퍼 르헤인 역시 비슷하다. 정치컨설턴트, 위기관리 전문가라고 칭해지는 그는 1992년 클린턴 대선 캠페인에서 정무 보좌관을 지냈고 클린턴 정부 시절 백악관에서 변호사로서 르윈스키 사건 등 다양한 스캔들에 대응하는 업무를 했다. 그리고 2000년 대선에서는 고어 대선 캠프에서 공보 책임자로 일했다. 그는 2000년 이후 개인회사를 차려서 기업 및 유명인사들에 대한 위기관리 컨설팅을 해 주고 있다. 이렇듯 미국에서는 정부/정치캠페인과 기업의 위기관리가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영역으로 경계가 없는 범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공중의 여론 전략을 짜고, 공공의 관계를 해결하고, 이해관계자를 포함해 다양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위기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설계하고 실행한다.
포괄적 관계와 복합적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그들이 이해하는 위기관리 규칙을 살펴보려고 한다

1. Full disclosure 완전히 공개하라
2. Speak to your core audience 가장 중요한 핵심청중을 대상으로 말하라
3. Don’t feed the fire 불필요한 오해/상황을 더 어긋나게 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마라
4. Details matter 디테일이 생명이다
5. Hold your head high 당황하지 말고 당당하게 행동해라
6. Be straight about what you know, what you don’t know, and what you are going to do to fix the problem 뭘 알고 있으며 뭘 모르는지, 문제를 고치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명확히 해라
7. Respond with overwhelming force 외부상황에 압도되지 말고, 일관되게,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라
8. First in, first out 가장 먼저 등장해서 커뮤니케이션하고, 가장 먼저 무대에서 내려오는 사람이 되어라
9. No swiftboating 책임지는 자세를 견지하되, 다른 프레임/컨텍스트로 상황을 설명하려고 노력해라 – 적들이 공격하게 내버려두지 말고
10. They dissemble, you destroy 적들이 상황/정보를 숨기려고 하면, 깨부수고 돌파하라.

1. “Masters of Disaster: The Ten Commandments of Damage Control”는 한국에 아직 번역되어 있지 않다. 이 책의 가장 훌륭한 장점은 케이스 스터디에 있다. 최근 스캔들에 대해서 매우 디테일하게 사례연구를 했다. 도요타, 석유회사 BP, 스포츠 코치의 아동 성추행, 타이거우즈, 농구선수들의 스테로이드약물 사용, 정치인의 사례들이 등장한다. 사례연구는 위기전략과 위기관리 관련서들의 공통되고 일반적 특징인데 우리의 경우는 현재의 위기관리 사례가 거의 공개되지 않는 관례여서 아쉬움이 큰 지점이다.

2. 첫 번째 규칙 (완전히 공개하라) 부터가 논쟁의 핵심이다. 변호사나 법무법인, 법무팀 중심의 위기관리에 익숙한 우리 기업 문화에서는 ‘완전한 공개’란 마치 죽음을 의미하는 것처럼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얘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거짓말을 하면 다음 거짓말을 해야 하고, 공개하지 않으면 공개되었을 때 숨긴 것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근래 SK 최태원·최재원 형제의 재판이나 통합진보당과 이석기 의원의 사례에서도 명백해진다. 백퍼센트 모든 것을 공개할 수 없다 해도 ‘완전한 공개’의 기조에 설 때 다음 행보가 첫 걸음으로 인해 헝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간단하되 명쾌한 이유를 이해해야 첫 번째 지침을 이해할 수 있다.

3. 두번째 규칙 (가장 중요한 핵심청중을 대상으로 말하라) 은 금과옥조다. 근래 ‘청중이 나를 정의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소비자에게 권한을 이양하라는 주장도 나온다. 심지어 리더십의 형태를 ‘팔로어 리더십’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이것은 청중이 대부분을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중의 인식이 최종 판단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핵심 청중을 이해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당사자와 대중을 잇는 미드필더가 되는 익명 또는 실명의 핵심 청중을 잡아야 그 다음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장 강력한 개인의 등장과 더불어 청중의 힘에 대한 이해는 전략을 짜는 핵심 요소다. 덧붙이자면 결국 연결성의 문제인데, 위기가 발생한 상황에서 위기의 당사자 또는 위기관리자가 초기에 핵심 네트워크 (Core Network) 를 어떻게 구성하는 가의 제대로 인식하고 설계해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은 그 이전에 관계의 빌딩이 이미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4. 첫 규칙과 마찬가지로 여덟 번째 규칙 (가장 먼저 등장해서 커뮤니케이션하고, 가장 먼저 무대에서 내려오는 사람이 되어라) 도 한국에서는 미지의 영역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대응을 시작하고, 계속해서 대응하고, 종료 이후에도 대응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해의 부족은 위기관리의 전개 상황에서는 심각한 국면을 만든다. 복잡한 의사결정구조, 오너의 결정 구조, 커뮤니케이션 팀의 핵심 정보 배제라는 특징 속에서 진행되는 일반적 대처 상황에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갭(Commnication Gap)’은 버스 떠난 다음에 손 흔드는 상황을 만드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언론과 소셜미디어의 힘이 막강한 상황에서 어떤 당사자도 가장 먼저 무대에서 내려올 수는 없다.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자신의 프레임으로 대처하라는 뜻으로 읽으면 되겠다. 미국 대선 토론도 그렇고 한국 대선 토론도 마찬가지다. 청중의 입과 뇌 안으로 들어가 청중의 생각을 만드는 이른바 ‘스핀 맨’들의 역할은 비판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폄훼될 수는 없다. 커뮤니케이션의 최종 목표는 청중의 생각 안으로 들어가 청중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5. 전략에 의한 공격과 수비, 프레임의 설정이라는 강조 이면에는 역관계에 대한 이해가 핵심이다. 모든 위기는 일방의 것이 아니며, 과정의 전개는 더욱 일방의 것이 아니다. 상대가 있다는 것이다. 상대가 있는 게임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전략에 대한 최종 이해와 같은 것이다. 다섯 번째 (당황하지 말고 당당하게 행동하라), 일곱 번째에서부터 열 번째 규칙 (외부상황에 압도되지 말고, 일관되게,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라 / 가장 먼저 등장해서 커뮤니케이션하고, 가장 먼저 무대에서 내려오는 사람이 되어라 / 책임지는 자세를 견지하되, 다른 프레임/컨텍스트로 상황을 설명하려고 노력해라 – 적들이 공격하게 내버려두지 말고 / 적들이 상황/정보를 숨기려고 하면, 깨부수고 돌파하라.) 은 이런 배경에 기반해 내놓은 규칙이다. 위기전략은 역관계에 대한 인식이며, 그에 기초한 전략 설계이며, 진흙탕까지를 감수하는 총체적 전면전이라는 것을 그들은 주문하고 있다. 피하지 않아야 단순하고 명쾌한 전략을 짤 수 있고, 상대를 고려한 최악을 대비하고, 공격과 수비를 안배해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6. 위기관리는 투자전략과 달리 ‘기대치 게임(Expectation Games)’에서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열 번째 규칙’은 자신의 상처와 내상을 전제로 한 규칙이다. 그래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의 목표는 그런 점에서 최상의 반전이 아니라 지금 상황보다 상황을 더 나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다.

유민영

* ‘위기관리 규칙’ 리뷰 이전 글을 보시려면
– [유민영의 ‘위기관리 규칙’ 리뷰 1] 로버트 맥나마라 미국 전 국방부장관의 11가지 교훈 https://acase.co.kr/2013/09/04/crisisreview01/

2 Responses to [유민영의 ‘위기관리 규칙’ 리뷰 2] 데미지 콘트롤을 위한 10계명 – 크리스토퍼 르헤인

  1. Pingback: [유민영의 ‘위기관리 규칙’ 리뷰 3] 리델 하트 ‘억지력 혹은 방어’ | Acase

  2. Pingback: [유민영의 '위기관리 규칙' 리뷰 4] 미국 최고의 위기관리 컨설턴트 댄 맥긴이 제안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10계명 | Acase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