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케이스 풍경] 라오스 여행기 3 – 외부 자극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라오스 사람들의 방식

야시장
“동남아는 항상 더우니까 동남아 사람들은 웬만큼 더워서는 덥다고 느끼지도 않을 거야.”
“라오스는 최빈국이라는데, 살집이 있는 사람을 미인으로 치지 않을까?”
라오스를 여행하기 전에 동남아 사람들에 대해 가졌던 편견 중 두 가지다.

나의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나보다도 더운 날씨를 더 못 견뎌 하는 라오스 사람들이 많았다. 둘째 날 숙소를 잡을 때 프론트의 직원은 너무 더운 나머지 축 늘어져서는 돈도 받지 않고 열쇠를 줘버리기도 했다. (다음 날 그 직원은 내가 왔었던 사실도 기억하지 못했다.)
미디어의 영향인지 라오스에서도 마른 체구를 선호하고 있었다. 메콩강변에서 만난 한 라오스 친구는 키 크고 마른 사람이 좋다고 말했는데, 그 옆에는 50여 명 정도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열심히 에어로빅을 하고 있었다. 대중적인 다이어트 방식이라고 했다.

결론은 그들도 우리가 느끼는 것을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더위와 스콜, 그리고 외부 요소에 어떻게 적응하고 대응하는지 이제 조금씩 희미해져가는 기억을 붙잡고 생각해보았다.

1. 더위를 대하는 방식 – 낮 대신 밤을 품다.

“네가 무슨 얘기를 하든지 안 들려. 난 그냥 덥다는 생각뿐이야.”

라오스 여행 첫 날 만난 광장의 한 라오스 사진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 날은 구름이 끼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예상보다 훨씬 시원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래서 광장 벤치에 앉아 바람을 만끽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그는 ‘그저 덥다’고 반복했다. 그는 햇빛을 피하기 위해 짙은 색 우산을 들고 있었다.

그래서 라오스의 생활은 해가 저물 때에야 시작된다.
도시 곳곳의 분수는 더위를 식히는 데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 낮에 침묵한다. 어둑어둑해진 다음에야 물줄기를 뻗는다. 야시장이 특히 발달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해가 지고 나서야 시장은 본격적으로 활기를 찾는다. 낮에도 시장을 지키는 상인들 뿐 아니라 주민들도 팔 무언가를 들고 야시장에 자리 잡는다. 라오스의 광장도 저녁에서야 북적거린다. 낮에는 사람 한 명 찾아볼 수 없었던 비엔티엔의 광장은 저녁이 되자마자 앉아서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 하는 사람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청년들로 꽉 찬다.

2. 스콜을 대하는 방식 – 피할 수 없으니 맞다. 그리고 이용하다.

비엔티엔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갈 때 버스를 탔다. 산길을 굽이굽이 12시간을 갔다. 귀가 먹먹해지는 높은 곳에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나는 10시간 정도 산에 사는 라오스인들을 스쳤던 셈인데 이 때 스콜을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스콜 물줄기를 온 몸으로 맞는 사람들이었다. 곳곳에서 온몸에 거품을 내고 스콜에 몸을 씻고 옷을 빨았다. 스콜을 온몸으로 맞는 사람들과 직접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자세히 알 방도는 없었지만 적어도 산에 사는 라오스 사람들에게 스콜은 약간의 불편함인 동시에 고마운 선물이기도 한 것 같았다. 나는 산 속에 있는 작은 휴게소 화장실 안에서 스콜 물줄기가 퍼붓는 소리를 들을 기회를 가졌다. 양철지붕으로 덮인 화장실이라 꽹과리를 마구 치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렸다. 스콜의 멜로디를 즐기려고 이렇게 만들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3. 외부자극으로 인한 효과 – ‘하얀 사람’에 대한 남녀의 인식

“뷰티풀 코리안”

내가 라오스에 가서 라오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다. 라오스 사람들에게는 한국인이 예뻐 보이는 모양이었다. 라오스 청년들에게 저 말을 들을 때마다 이유를 물으면 같은 답이 돌아왔다. ‘피부가 하얘서 예쁘다’는 거였다. 라오스 사람들은 하얀 피부를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미의 요소로 인식하고 있었다.

“하얀 피부가 왜 예뻐?” 내가 예쁜 이유가 하얀 피부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다시 되물었다. 나와 대화를 나눈 라오스 청년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똑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깨끗해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대화를 할 때 나를 가장 씁쓸하게 했던 것은 그들의 표정이었다. 하나같이 자신 없는 듯하고 주눅 들어 보이며 얼굴을 가리고 싶은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 인기 있는 타입이 아니야. 피부색이 까맣잖아……..”

이 대화를 나눈 후 라오스에서 TV를 볼 때마다 나는 피부색을 살피게 됐다. ‘피부가 하얀’ 한국사람이 나오는 한국 드라마, ‘피부가 하얀’ 서구 사람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가끔 라오스방송프로그램도 엿볼 기회도 있었다. 라오스 사람들이라기엔 비정상적으로 피부가 하얀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대화를 나눈 유일한 라오스 여성인 Vilay도 하얀 피부를 가진 남자를 좋아한다고 했다. 단지 그 이유가 미묘하게 달랐다. “피부가 하얀 사람이 힘이 세 보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매니저처럼 지시하는 사람들은 거의 하얘. 그리고 돈을 더 잘 버는 사람도 피부색이 하얗지. 그래서 하얀 사람이 좋아.”

김정현

* [에이케이스 풍경] 라오스 여행기 이전 글을 보시려면
– [에이케이스 풍경] 라오스 여행기 1 – 그곳도 누군가가 그리는 고향이다. https://acase.co.kr/2013/09/03/laos1/
– [에이케이스 풍경] 라오스 여행기 2 – 만남, 생각, 그리고 기록 https://acase.co.kr/2013/09/04/laos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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