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단신] 수강신청 조정과 커뮤니케이션

필자는 오랜 휴학기간을 청산하고 복학했다. 여느 복학생이 그렇듯 수업을 들을 생각에 설렜다. 그런데 불타는 학업욕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통과해야 할 관문이 있다. 수강신청이다. 수강신청은 대개 같은 시간에 동시에 학생들이 학교 웹사이트에 접속해 듣고자 하는 과목을 클릭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선착순으로 수강학생을 등록받기 때문에 학생들은 말 그대로 초까지 계산해가며 ‘광클’한다. 수강신청에 실패하는 경우, 불탔던 학업욕구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채 다시 휴학을 하고 싶어지는 사태가 발생한다.

인기 있는 과목의 경우, 제 시간에 클릭한다고 해도 수강신청에 성공하기는 어렵다. 몇 초만에 마감되는 수업이 부지기수다. 학생들은 수강신청 경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성능 좋은 PC방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그럼에도 실패한 학생들은 강의 첫날에 무작정 찾아가서 수강할 수 있도록 ‘선처’를 호소한다.

수강신청 방식은 학생들에게 매우 민감한 주제이다. 어떤 방식을 적용해야 학생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합리적인 방법은 있을까? 있다면 그건 뭘까?

1. 한국의 어느 대학교, 정치외교학 수업을 듣는 법

1-1 수강 신청, 정의란 무엇인가

“일방적 기준을 정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라고 이 수업에서 가르치기 때문에, 오늘까지 사유서를 한 페이지로 정리해서 내십시오. 하나 하나 읽어보고 판단을 내리겠습니다.”

이번 학기 내가 목격한 수강신청 정원 외 학생을 받는 방법은 참 다양했다. 그 중 한 과목에서 수업 첫날 교수는 위와 같이 말했다. 수업을 듣고자 하는 학생에 따라 절박한 경우 구구절절 정성들여 문서를 작성했을 것이다. 그에 반해 해당 수업을 들어도 그만 듣지 않아도 그만인 경우에는 아마 문서를 제출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1-2 수강 신청, 추첨하다.

한 수업에서는 스크린에 수강 정원 외 신청에 대한 우선순위를 띄웠다. 수업에서 돕고자 하는 직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이거나 관련 학과 4학년 학생인 경우 우선적으로 수강의 고려대상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사람을 걸렀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은 2대 1정도에서 더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다음 날 아침 8시 30분에 교수실에서 추첨을 하기로 했다.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1.8배수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숫자가 적힌 탁구공이 담겨 있는 통에서 한 명씩 탁구공을 뽑았다.

수강신청

1-3 수강 신청, 모두 혹은 아무도

강의실 좌석을 초과하는 학생들이 몰리자 아예 강의실을 바꾸는 방법으로 모든 학생들에게 수업을 들을 기회를 준 경우도 있었다. 반면 어떤 학생에게도 추가 기회를 주지 않은 수업도 있었다. 많은 학생에게 기회를 주는 것보다 소규모 수업을 유지함으로써 얻는 이점이 더 많다고 판단한 경우였다.

2. 미국 하버드대학교, 학부과정의 수강신청

특정 수업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하버드대 신문 <더 하버드 크림슨>은 이번 학기 수강신청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아래 요약 번역했다.

이번 학기 하버드 대학의 ‘동화, 신화, 그리고 판타지문학’이라는 수업은 말 그대로 ‘박터졌다’. 440명이 수업을 듣겠다고 신청했지만 그 중 31명만이 수강할 수 있었다. 7% 정도다. 이는 특히 심했던 경우이긴 하지만 쉽게 수강신청을 하기 어려운 수업은 이 외에도 많다.

이 31명은 어떻게 선정됐을까? 하버드 학부과정에서는 추첨제도로 학생을 가린다. 위의 수업을 강의하는 Tatar교수는 이와 같은 과정이 “아프다”고 말했다. 자신의 수업을 듣겠다고 몰린 학생을 돌려보내는 심정이 편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하버드 교수들은 대개 추첨제도를 ‘필요악’으로 보고 있다. 수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적정 인원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소규모 수업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추첨제도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불편보다 클 때가 많아요.”

학부에서는 수업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기 위해 일 년에 두 번 학부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다. 다음 학기에 어떤 수업을 듣고 싶은지 묻는 것이다. 하지만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도 많다.

더 합리적인 수강신청을 위해 제안할 만한 지점도 있다. △수업 별로 학번, 학과 등의 수강 우선순위를 정해 공개하고, △학생들이 한 학기 앞서 할 수 있는 예비수강신청 제도를 마련하고, △그 결과 본인이 해당 수업을 수강할 수 있는지 여부를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출처: 하버드 크림슨

3. 하버드 케네디스쿨(정책/행정대학원)의 수강신청 방법

케네디스쿨의 수강신청은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

첫 이틀 동안 교수들은 한 학기동안의 강의 계획을 30분씩 설명한다. 학생들은 관심 있는 수업의 강의 계획을 꼼꼼히 듣고 수강과목을 결정한다. 이 과정은 7일 동안 진행된다. 수강신청의 첫 라운드라고 보면 된다. 선착순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기간 동안 아무 때나 신청하면 된다.

수강 정원을 초과하는 학생들이 신청한 과목이 생길 경우, 비딩(bidding)이 진행된다. 학생 본인이 속한 프로그램 및 소속 학년에 따라 1년 동안 쓸 수 있는 일종의 수강신청 ‘머니’인 비딩포인트가 지급된다. 학생은 그 비딩포인트를 가지고 듣고 싶은 수업에 적절히 배당한다. 예를 들어 A, B, C, D라는 수업을 듣고 싶다면 우선순위를 매겨 가장 듣고 싶은 과목에 가장 많은 비딩포인트를 분배하는 식이다. 다른 수업을 놓치더라도 A수업을 꼭 들어야겠다면 A수업에 모든 포인트를 비딩할 수도 있다.

비딩은 24시간동안 진행된다. 만약 100명 정원 강의에 200명이 신청했다면, 비딩포인트를 많이 건 순서대로 줄을 세운 후 100번째 사람까지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한다. 이 때 100번째 학생이 비딩한 포인트에서 1점을 차감한 것이 클리어링 포인트(clearing point)가 되는데, 수강신청에 성공한 모든 사람들은 클리어링포인트만큼만 비딩포인트가 차감된다. 클리어링포인트보다 더 많이 비딩했다면 차액만큼 환불받아 다음 학기에 사용할 수 있다.

비딩이 종료되면, 두 번째 라운드가 24시간 동안 진행된다. 이 때는 선착순으로 수강신청이 진행된다. 두 번째 라운드가 종료되면 ‘추가-철회 기간’이 이어진다. 이 때는 교수와 프로그램 디렉터에게 직접 승인을 받아야만 신청이 가능하다.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신청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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