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미래 29] 아마존의 워싱턴 포스트 매입 관전평

1. 좀 많이 어려운 상식 퀴즈
– 워싱턴 포스트와 아마존은 몇 살 차이일까?
–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자기 재산의 몇 %를 워싱턴 포스트 매입에 사용했을까?
* 정답은 끝 부분에 있습니다.

2. 요즘 잘 나가는 회사들의 공통점
이케아, 유니클로, 넷플릭스. 최근 잘 나가는 기업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소매유통과 상품화 기반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기업인 넷플릭스는 비디오 대여 및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넷플릭스는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통해 직접 제작에 뛰어들었고 넷플릭스의 데뷔작은 9월 22일 에미상 시상식에서 최고 감독상을 수상했다.) 제프 베조스의 워싱턴 포스트 인수에서 이케아와 유니클로와 넷플릭스의 냄새(=유통과 상품의 결합)를 맡는다면 억지일까?

소매 유통 기반과 상품화 기반을 동시에 확보한 기업들

소매 유통 기반과 상품화 기반을 동시에 확보한 기업들

3. 제프 베조스의 인수 동기 – 독점적 브랜드/상품의 확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워싱턴 포스트 인수 소식을 접하면서 든 첫번째 생각은 ‘역시 유통이 甲이구나’였다. 다소 건조하게 이번 인수를 정리하면 ‘세계 최고의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제프 베조스가 세계 최고의 컨텐츠 기업을 인수했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번 인수와 관련해 저널리즘의 위기를 얘기하는 것은 저널리즘 종사자의 시각이 깊게 반영된 이야기일 뿐 기업 인수/합병과 관련해 나올만한 일반적인 분석에서는 벗어난 내용이다.
저널리즘 종사자 관점이 아닌 마케터 관점에서 이번 인수건과 관련한 관전평을 적어볼까 한다. 먼저 생각해 볼 것은 유통 사업자의 생리다. 유통 사업자의 원초적 본능은 ‘싸게 팔기’다. 동일한 제품을 경쟁자보다 싸게 파는 일이야 말로 그들의 핵심 경쟁력이다. 이 원초적 본능이 어느 정도 충족되면 두번째 본능이 꿈틀대기 마련이다. 그들의 눈길이 향하는 곳은 자신들만이 판매할 수 있는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브랜드/상품이다. 다른 경쟁자는 취급할 수 없는, 품질이 우수하고, 희소성이 확보되면서, 가격 전쟁을 피해갈 수 있는 특별한 브랜드/상품.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 포스트를 사들인 유력한 동기는 우수한 품질력의 독점적인 브랜드/상품을 확보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자사의 매각 소식을 일면에 실은 2013년 8월 6일자 워싱턴 포스트

자사의 매각 소식을 일면에 실은 2013년 8월 6일자 워싱턴 포스트

4. 아마존의 일배(日配)유통 킬러 아이템 – 워싱턴 포스트 
아마존은 이미 수년간 독점적 상품의 유통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 온 상태이다. 아마존 전용 태블릿인 킨들의 누적 판매량은 3천만대를 넘어섰고 킨들 싱글즈라는 독자적인 전자책 플랫폼을 성공시킨 경험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킨들의 진짜 잠재력은 아직 발현되지 않았다. 킨들은 소비자와 아마존이 취급하는 상품/컨텐츠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유통의 IT적인 구현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킨들의 진짜 무서움은 일배(日配)유통의 IT적 구현에 있다고 생각한다.

Amazon Kindle fire Series

Amazon Kindle fire Series

일배(일베가 아니다)유통은 매일 집으로 상품을 배달하는 유통을 일컫는 용어다. 익히 알고있는 아침에 배달되는 우유나 신문을 떠올리면 된다. 3000만개가 넘게 보급된 킨들을 통해 매일 WIFI로 업데이트(매일 배달되는)되는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기회다. 물론 이미 아이패드의 뉴스 스탠드는 이를 먼저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사업의 성패는 누가 먼저 시작했는가 보다는 누가 먼저 사업성을 확보하는가에 달려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iOS 기반 뉴스 스탠드에서 가정 배달 신문요금과 동일하게 월 구독료로 14.99 달러를 청구하고 있다. 이 금액은 현재의 미디어 환경을 고려할 때 일반적인 소비자 입장에서 만만치 않은 금액임이 분명하다. 아마도 제프 베조스는 여기서 계산기를 두드렸을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구독자 수는 47만명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아마존 컨텐츠의 일배 유통이 가능한 킨들은 이미 3천만대가 넘게 보급이 되었고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제프 베조스는 현재의 14.99달러에 이르는 구독료를 혁명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자신감이 섰을 것이다. 그것도 싸구려 황색 언론이 아닌 정통의 저널리즘, 퓰리쳐상을 47번이나 수상하고 워터게이트를 폭로해 현직 대통령을 하야시킨 탐사보도의 제왕을 압도적으로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 야심가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을 것이다. 물론 킨들을 통해 워싱턴 포스트가 저가로 판매되기 시작한다면 종이 신문의 매출은 급감해서 상징적으로만 존재하게 될 것이고 킨들이 아닌 다른 플랫폼에서의 매출은 포기해야겠지만 이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브랜드/상품을 취급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의 결과일 뿐이다. 제프 베조스는 일배유통에 최적화된 킨들을 이미 깔아두었고 일배유통에 가장 최적화되어 있는 상품 카테고리의 넘버 원 브랜드를 손에 넣게 되었다. 이제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의 컨텐츠 판매 플랫폼 킨들의 독점적인 킬러 컨텐츠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과거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월스트릿저널을 인수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사업 모델이 열리고 있다. 루퍼트 머독의 인수가 양적 확대를 의미했다면 제프 베조스의 인수는 언론산업의 질적 전환을 의미한다.

5. 인류 역사상 최강의 상품 카탈록 – 워싱턴 포스트 
제프 베조스의 사업적 상상력이 여기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킨들을 통해 저가로 공급된 워싱턴 포스트는 아마존의 상품 카탈록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마존은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광고가 자연스럽게 독자의 구입으로 연결되게끔 시스템을 최적화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광고는 브랜드 인지나 이미지 차원의 투자뿐 아니라 직접적인 세일즈 프로모션을 포함하게 되는 존재로 변모하게 되고 워싱턴 포스트의 광고 단가가 뉴욕 타임즈 광고 단가의 수 배 이상을 받을 합리적인 근거로 작용하게 된다. 아마존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돈을 주고 사보는, 매일 매일 업데이트되는 엄청난 분량의 상품 카탈록을 수십만부 발행하는 기업으로 변모를 하게 되는 것이다.

6. 좀 많이 어려운 상식 퀴즈 정답

  •  118살 차이 (워싱턴 포스트는1877년생, 아마존은 1995년생. 1995-1877=118)
  •  1% (제프 베조스의 재산은 2013년 3월 현재 252억 달러로 추정, 워싱턴 포스트 매각 금액은 2.5억 달러) 136년의 역사를 지닌 정통 저널이 벤쳐 창업가 재산의 1% 가격으로 팔렸다.

김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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