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느리게, 빠르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최인호 작가

최인호 작가

최인호 선생을 보내고 최인호 수상록 ‘문장 1’를 다시 보았다.
글이 단순하고 결론이 명쾌하다.
중간에 과정이 없어서 어렵고 또 즐겁다.
주저없고 거침없는 통찰이 따르는 글들이다.

오묘하고 단순하고 복잡한 무엇, 그리고 설명되지 않는.
일이 그렇고 인생이 그러한 것 아닐까.

146쪽과 147쪽의 글을 옮겨본다.

느리게, 빠르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런던 필하모니가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을 연주할 무렵이었다. 그 유명한 비창의 제1악장을 연주하기 위해 오케스트라의 전 단원이 긴장하면서 젊은 지휘자의 지휘봉을 쳐다보고 있을 때, TV 화면에 다음과 같은 자막이 올라가고 있었다.

‘제1악장, 느리게, 빠르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차이코프스키는 ‘느리게’라고 주문하고 있으면서도 그 느리게의 정도를 분명히 기록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차이코프스키가 말하는 느리게의 정도가 어느 정도의 속도인지 정확하지 않은 것이다. 어떻게 차이코프스키는 이런 요구를 할 수 있을까. 느리고, 빠르게 연주하라니. 게다가 그것도 지나치치 않게라니 ….. .

유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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