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영의 위기전략 31] LG전자 사과문 분석 – 전형적 관계가 주는 심각한 불편함

LG전자의 사과문

LG전자의 사과문

“과거의 일은 바꿀 수 없지만, 미래의 일은 바꿀 수 있다.”
– 로버트 에커트, 마텔 CEO

위기관리의 핵심은 구체적 내러티브에 기초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관리다.
사과는 법적 요소를 고려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인간의 감성과 정서로 연결된 메신저-미디어-메시지이어야 한다.
그런데 LG전자는 사과 광고를 통해 모든 관계자와 상황을 추상과 익명으로 숨겨버렸다.
그들은 모든 관계와 매우 커다란 벽을 쌓아놓고, 커뮤니케이션을 했다고 생각하는 실수를 범했다.
최고 수준의 심각한 위기단계에서 ‘인간의 얼굴을 한 커뮤니케이션과 관계’는 절대적 요소다.

1. 지난 19일 삼성동 헬기사고가 발생했고 후속 논란이 진행 중인 가운데 오늘 신문 1면 하단 통 광고로 ‘LG전자 임직원 일동’의 사과문이 실렸다.

2. 사과문은 대단히 건조하다. 무미건조하다. 드러내야 할 최소한의 형식과 의례만을 드러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책임 소재 규명과 법적 다툼을 고려했다고 해도 너무하다. 눈에 들어오는 말이 한마디도 없었다.

3. 국민에 대한 죄송함,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애도, 아파트 주민에 대한 사과가 첫 단락이다. 사고 원인 파악 협조, 수습·피해 복구 최선, 신뢰 회복으로 두 번째 단락이 구성되었고, 세 번째 단락에서 애도와 사과를 반복한다. 명의는 기명 없이 ‘임직원 일동’ 으로 되어 있다. 매우 전형적이다.
완벽한 클리세(cli·ché 1. 진부한 상투어, 케케묵은 말; (문학·예술 등의) 평범한 수법; (일반적으로) 상투 수단[수법]) 의 총합이라고 해야겠다.

4. 무엇이 문제일까?
1) ‘진심’, ‘깊은’, ‘애도’, ‘사과’가 살아있는 상황과 정서와 만나지 못하니, 공식 문서의 느낌을 풍긴다.
2) 말을 건내는 사람이나 말을 받는 사람이 다 익명이거나 일반 명사다. 기사에 다 드러난 것처럼 최종 책임자인 구본준 부회장이 진심을 다해 등장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3) 신문 광고는 진심 보다는 형식의 구색 맞추기에 가까워 보인다. 진심어린 대화를 했다기보다 절차를 밟는 것으로 보인다.
4) 구체적 상황과 사람이 다 숨어버렸다. 보이지 않는다. 그럼 누가 누구와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 것인가? 수습 단계 매뉴얼에 적힌 해야 할 단계의 일을 그냥 한 것이다.
5) 토요일 아침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뉴스를 접한 모든 사람이 이번 이슈의 관계자이며 LG전자의 소비자라는 것, 그들이 1:1의 대화상대라는 것을 그들은 인식하지 못했다.

5. 어떻게 해야 했을까?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유효한 위기 극복 사례, 최고의 사과문으로 알려진 ‘마텔’사의 사과문과 비교해 보자. ‘인간의 얼굴을 한 커뮤니케이션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사건의 형태는 모든 대중이 경험한 일이며, LG전자는 전 국민을 고객으로 하고 있다.
마텔은 지난 2007년 인체에 해로운 납성분이 검출된 이후 장난감 수천만 개에 대한 강력한 리콜을 세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그리고 CEO가 직접 나서 상황을 지휘하며 3차 리콜 이후 9월11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성명을 게재했다.
강력한 행동과 함께 진심의 커뮤니케이션이 이어졌다. 3차 리콜 후 마텔의 주가는 급상승했다.

1) 아이들이 손을 잡고 뛰어놀고 있는 사진이 깔린 광고의 헤드라인은 ‘because your children are our children, too’로 되어있다. 모든 글자체는 특별히 소문자로 처리되어 있다. 독자의 감정 안으로 들어가 1:1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2) “아버지의 마음으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신뢰를 찾겠습니다.” 그들의 말과 글은 완벽하고 강력한 행동으로 구현되고 뒷받침되었다.
3) “아이를 네 명 가진 아빠로서 부모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건 바로 안전한 장난감”. 그들은 나아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이 일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6. LG전자의 사과문은 그냥 사과문이다. 이것이 LG전자의 대국민 커뮤니케이션 수준이라면 매우 심각하다.

다음은 LG전자의 사과문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삼성동 헬기사고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고인이 되신 기장님과 부기장님 그리고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갑작스러운 사고로 피해를 입은 주민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희 LG전자는 관련 기관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에 적극 협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파트 주민 여러분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한 사고 수습과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고인과 유가족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하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2013년 11월 20일
LG전자 임직원 일동 올림

이와 비교해 볼, 마텔사의 사과문도 소개한다.

‘마텔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지난 몇 주간 기준치 이상의 납 성분이 포함된 제품들의 리콜을 단행하면서 수 많은 사람들이 내게 한 질문입니다. 걱정스러운 표정의 제 부모님과 우리 회사의 직원들, 이웃들, 옛 동료들과 나의 아이들까지도 모두 궁금해 했습니다.
마치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리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이건 하자가 있는 우리 제품에 대해 소비자와 성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미디어는 소비자들에게 리콜에 대해 널리 알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기사나 악의적인 기사가 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우리의 전면 사과문이 실린 신문의 다른 면에 ‘마텔이 아무 사과도 하지 않는다’는 어처구니 없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또 다시 사과합니다.
저는 지금 저희 회사가 처한 상황이 어떤지 명확히 알고, 정부의 지시가 있기 이전에 자발적으로 행동하려 합니다. 저는 ‘미국 소비자 제품 안전 위원회(CPSC)’를 적극 지지하고 있으며 우리에게 어려운 이 시기를 CPSC와 협조함으로써 헤쳐나갈 것입니다. 더불어 저는 CPSC의 즉각적인 행동과 프로정신에 박수를 보냅니다.
아이를 네 명 가진 아빠로서 저는 부모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안전한 장난감입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확실한 안정성 검증이 되었는지 믿고 싶어하죠. 최근 납 성분이 함유된 페인트는 부모들의 최고 관심사일 것입니다. 저는 마텔이 지금 조치를 취하고 있음을 부모님들이 분명히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첫 번째 리콜 이후 납 성분이 페인트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단계를 통해 품질 관리를 강화했습니다. 첫 번째로, 우리는 모든 공급자로부터 공급받은 페인트를 일일이 검사했습니다. 한 차례의 예외도 없이 모든 공급자들은 이 검사를 통과해야만 했습니다. 둘째, 우리는 매 단계마다 수 많은 테스트와 조사를 수행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출시되기 전 완제품에 대해서 또 한번 검사를 했습니다.
마텔은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납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판단되는 모든 제품에 대한 리콜을 실시하는 바입니다. 제품에 얼마나 많은 납이 포함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도 높은 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크기가 3인치(약 7.5cm)인 장난감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부분에 납 성분이 들어간 페인트를 썼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이 자동차 모델에 대해 리콜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마치 짚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이 바늘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우리의 장난감은 절대적으로 안전합니다. 이번 납 페인트 사건과 관련된 제품은 우리 회사가 지난 12개월 동안 생산한 전체 제품의 0.5%도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0%이길 희망합니다.
우리가 조사를 계속 할수록 우리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제품들이 더 나올 수 있습니다. 물론 CEO로서 저는 더 이상의 불량 제품들이 발견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부모로서, 추가적인 문제가 발견된다면, 어떤 작은 문제라도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고객들에게 최대한 빨리 널리 이 사실을 알려서 그들이 적절한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지난 몇 주간의 장난감 테스트에 관해서 얘기가 많았습니다. 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마텔이 앞으로 사람들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과,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일로 우리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지만 우리에게 더 나아질 것을 요구하는 시험으로 알고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저는 시카고의 교외에서 자랐는데 우리 아버지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여줘야 했습니다.
오늘날 저 역시 우리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그리고 이것은 마텔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행보의 원칙입니다. 우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여러분들의 신뢰를 다시 찾아 오겠습니다.

유민영

마텔 사과문 출처: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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