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영의 위기전략 32] 사과를 하는 것은 좋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사과의 대상에게 정확히 인식되는 것이다 – 타겟과 목적이 불분명한 KB국민은행의 이상한 대국민 사과

KB국민은행의 사과문

KB국민은행의 사과문

29일자 전체 종합일간지 1면에 KB국민은행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며 대국민사과 광고를 냈다. 그런데 국민은 어안이 벙벙하다. 언론도 큰 사건으로 다루지 않았고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국민이 되묻는다. “무슨 사과지?”, “저 광고비용도 결국 우리 돈 아니야?”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1. 지난 27일 KB국민은행은 오후 3시30분에 출입기자들에게 한 시간 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할 것이라는 통지를 했다. 27일 오후 임영록 회장 주재 비상대책회의가 열렸고 바로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대국민 사과가 결정된 것이다. 사전 예고도 없는 대단히 급작스런 대국민사과였다.

2. 예상되는 경우의 수는 두 가지 정도이다.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이라는 새 라인이 전 회장인 어윤대 체제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이를 조직 혁신의 신호탄으로 사용했다는 분석이었다.
현재 진행되는 사건이긴 하지만 전임자 재직 때 발생한 악재를 활용해 대외 신뢰도를 제고하고, 현 체제의 내부 장악력 강화로 귀결시키려는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 유력한 것은 금융감독원의 특별 검사 등 거센 압박에 대한 KB국민은행의 불가피한 조응이었다는 분석이다. 예상보다 강한 조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다 주인 없는 그들이 내놓은 것이 대국민사과라는 것이다.

3. 그러면, 숨은 것이 있는 것일까
취재기자들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 걷잡을 수 없던 커다란 동양그룹사태는 사라지고 아주 작은 KB국민은행 사태가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도 확인된다.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고수위의 대처를 통한 여러 상황의 수습을 위해 엉겁결에 내놓은 것이 대국민사과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4. 국민을 향하지 않은 대국민 사과
국민이 사고를 모르는데 국민에게 사과하는 상황이다. 타겟이 틀렸다.
주요 분석 지점이 아니어서 여기서 자세히 사과문을 분석하지는 않지만 ‘KB국민은행장 및 임직원 일동’명의의 대단히 의례적인 사과문이다. KB국민은행 임원진과 국민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너무 커다란 강이 놓여있다. 이로써 누가하는 지도 불분명하고, 무엇을 사과하는 지도 불분명한 사과문이 완성되었다. 사건과 관련해서 ‘국민주택채권 지금’이 언급되었을 뿐, 참으로 건성이다. 톤은 강하지만 대책은 없다.
문제는 앞의 ‘경우의 수’에 따르면 내부를 향한 메시지이거나 외부를 향한 수습의지인데 전혀 그런 느낌이 없다는 것이다. 내부는 사과문이 아니어도 긴장감이 돌고 있을 것이며 새로운 시스템이 이미 작동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대국민사과라는 최고의 사과 수준을 통해 금감원이라는 타겟을 압박하거나 이해시키려면 더 분명한 자세와 태도, 그리고 정확한 메시지로 접근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5.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있는 금감원에 대한 사과라면?
모양이 볼썽사납다. (언론에 따르면)일단 금감원에 대국민사과가 보고된 시간이 발표 30분 전이란다. 금감원 입장에서 보면 물먹이는 것이다. 금감원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라면 최대한 내밀하고 분명하게, 그리고 대책중심으로 접근해야 맞다. 그래야 타협도 가능하고 설득도 가능하다. 막대한 예산을 들인 국민에 대한 사과로 금감원에 대한 수습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도 아는 사실이다. 급할수록 핵심요소를 통해 돌파해야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분명한 대책이 없다. 대국민사과에 준하는 사안이라면, 책임 소재를 포함한 특별대책이 동시에 제시됐어야 한다.

6. 특별감사 기간 중이라는 타이밍은 어떤가?
이건호 행장이 “최대한 명백하게 사고 원인을 밝히고 책임 있는 사람에게는 책임을 묻고 제도적 허점이 있다면 보완할 것”, “직원 의식에 문제가 있었다면 의식개혁을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했다면 구체적인 조치와 대안이 동시에 발표됐어야 한다. 그런데 특별검사 기간 중이다. 그러니 이 행장의 발언이나 대국민사과문에 내용이 들어가기가 어려운 것이다. 결과를 봐야하는 것이다. 아니면 선제적 해결을 했어야 하는 것이다.
위기에 닥친 기업에는 둘 중의 하나만 허용된다.

7. 그러면 광고를 낸 언론을 아군으로 얻었을까?
그렇지 않다. 급하게 정해서 찾아오는 사람들의 광고를 언론이 마다할 일은 없다. 그러나 급한 을이 되어 온 광고주를 위해 취재기자가 타협할 필요는 없다.

8. 오너 없는 기업의 위기전략과 관리
KB국민은행, KT, 대우건설의 공통점은 공공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지배를 받는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오너가 없다는 것이다. 고용된 전문경영인들은 법과 제도를 넘을 수 없다. 그런데 위기관리는 그 범주를 넘는다. 그러나 전문경영인은 위기관리 대책이 전면적일 수 없다. 거기서 현실의 벽과 갭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들은 사기업의 오너들처럼 자신이 보장받지 않은 무엇을 보장할 수 없다. 충성을 요구할 수도 없다. 그러니 조사만 받으면 당사자들은 하염없이 무너지는 것이다.
가혹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현실이다. 불가피한 것은 받아들이고 대처할 수밖에 없다.

9. KB국민은행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진퇴양난의 상황을 이해한다고 해도 대국민사과 전략을 사용할 때는 현명해야 한다. 다시 쓸 수 없는 전략이어서 그렇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어서 그렇고, 결정적으로 다른 전략으로 대체할 없어서도 그렇다.
금감원의 칼날과 언론의 펜끝은 차가운 날씨만큼이나 오늘도 매섭다.

유민영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