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커뮤니케이션] 꼴찌팀 초보감독 김세진의 커뮤니케이션 – 기대치를 높이지 마라, 선수의 눈높이에서 진심을 다하라

선수와 눈높이를 맞추는 김세진 감독

선수와 눈높이를 맞추는 김세진 감독

0. 당신은 처음 감독이 된 초보다. 갓 창단한 신생팀을 맡았다. 선수 대부분은 대학을 막 졸업한 신인들이고 그조차도 확보가 쉽지 않았다. 선수 5명과 감독, 코치가 훈련을 시작했다. 선수단 전체가 모여 훈련할 수 있었던 날은 고작 14일. 선수들끼리도 아직 서먹서먹하다. 전력의 80%라는 외국인 선수는 몸이 안 만들어져 좀만 뛰어도 피로를 호소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팀을 지도하고 커뮤니케이션 할 것인가? 이는 러시앤캐시 배구팀 초대감독이 된 김세진 감독 얘기다.

전무후무한 30대 감독(그렇다 그는 39세다)과 자타공인 최약체 러시앤캐시는 12월 5일 감격의 첫승을 맛봤다. 1승 이전 8연패가 있었지만 ‘전진이 있는 연패’였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약체팀 수장이 해야 할 커뮤니케이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1. 전권을 요구하고, 받아들다.

프로배구에서 감독이 팀의 전권을 행사하는 건 드문 일이다. 구단주와 프런트의 개입이 당연시된다. 그의 팀은 말 그대로 ‘백지’에서 시작해야 했다. 그는 자신의 플랜을 밝히며 ‘팀 운영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감독에게 달라’고 요구했고 배구광 최윤 구단주는 이를 약속했다. 팀을 자기색깔로 만들 전권을 얻고, 구단은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정해졌다. 여기에 ‘월드스타 출신’이란 그의 브랜드가 얹어졌다. 선수들은 감독을 전적으로 믿고 그의 언어는 ‘금과옥조’가 되었다.

2.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해 대내외에 공표하다.

Q. 신생팀은 성적을 내기 어려워 초대감독은 ′잘해야 본전′이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 클텐데.
A. (거침없이)없다. 올해 목표는 2승이다. 2승은 현실을 감안해 세운 목표다. 용병 선발도 늦었고 신생팀이라 선수들 모으는데 오래 걸려 연습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대학교 3학년 이상 ′젊은 피′로 구성돼 있지만 달리 보면 아직 프로가 뭔지도 모르는 ′대학생 팀′이다. 선수들에게 ‘실력부족’이란 말보단 ‘경험부족’이란 말을 한다. 아직까지는 테스트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Q. 구단주가 ′2승 달성′이라는 목표를 받아들이던가?
A. 구단주야 올해부터 우승하고 싶어하신다.(웃음) 그런데 우리팀의 현실을 솔직히 이야기하니 흔쾌히 인정하시더라.

김세진 감독은 ‘빠르고 끈적끈적한 팀이 목표’라고 말한다. 올 시즌은 이를 위한 경험 축적의 장으로 생각하며 ‘step by step’을 강조한다. 스타 출신 감독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자신에 대한 과신과 선수들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그는 예외다. ‘2승’이란 현실적인 목표 승수와 ‘첫 승의 시점은 3라운드’를 내외부에 공표했다. 조급함을 막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다. 첫 승은 2라운드에 얻었다. 진정한 기적은 부담 없는, 잃을 것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다. 패배에도 행복했던 팬들에게 승리는 덤이다.

3. 실수는 쿨하게 인정하다.

“우리 선수들이 생각보다 잘했다. 나 때문에 졌다. 분위기를 빼앗겼을 때 흐름을 가져오는 것이 조금 부족했다. 안 됐을 때 어떻게 풀어갈지를 조금 배운 것 같다.”
“사실 이겨야 할 경기였다. 나의 작전 미스다.”
“선수들의 의욕만 믿고 부상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내 마음만 앞섰다. 여유 있게 다 빼고 했어야 했는데…”
“4세트에서 4점 앞서가다 잡힌 것을 보면 다른 작전이 있을 거 같은데, 아직 찾지 못했다. 비디오를 돌려 보면서 연구를 많이 하고 선수들이랑 대화도 많이 해 보겠다”

무게를 잡지 않고, 실수를 인정한다. 감독이라기 보단 형에 가깝다. 그도 패배에서 배워가는 초보 감독이다. ‘감독이라고 무게 잡아봐야 요즘 선수들한테 먹히지도 않는다’는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모습이 선수들을 한 발 더 뛰게 한다. 거듭된 패배에도 의욕을 잃지 않았던 팀의 원동력이 그의 ‘자책 인터뷰’란 우스개 소리도 있다.

4. 꼼꼼하고도 정확히 지적하다.

“잔 발로 조금씩 움직여야지. 큰 발로 들어왔다가 공 밀리면 들어올린다고. 잔 발로 계속 움직여서, 거기에 타이밍을 맞추는 거지 공 흔들리며 온다고 확 들어가면 퍼올릴 수 밖에 없다고.” – 삼성화재戰 작전타임 –

러시앤캐시의 작전타임엔 특별한 것이 있다. 다른 감독들은 큰 그림을 그려주는 선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한때 명장 신치용 감독의 작전 지시는 “야 그냥 가빈한테 올려!”였다.) 하지만 김세진 감독의 지시는 ‘원포인트 레슨’과 유사하다. 조근조근 꼼꼼하게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어떻게 해야 블로킹을 피할 수 있는지, 어떤 코스로 서브를 넣었어야 하는지, 리시브 자세는 어때야 하는지 설명한다. 갓 프로에 입문해 기본기가 부족한 선수들에 대한 맞춤식 교육이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선수의 플레이가 어떤 부분이 잘 되었고, 개선이 필요한지 세밀하게 지적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해설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했던 경험이 도움이 된다. 선수들은 본인이 부족한 점이 무언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확실히 이해한다.

5. 혼낼 때조차도 격려하며 끝낸다.

“(이날 경기가) 선수들에게 큰 자산이 되어야 하는데, 아쉬움으로만 남을 것 같다. 이겨봐야 경험으로 남을 텐데. 경기 결과는 세트스코어 3-0일 뿐이지 않나. 그래도 잘했다. 선수들이 포기 안 해줘서 고마웠다”
“간절함은 누구에게 기대거나 요행을 바랄 수 있다. 절실함은 다르다. 다른 생각하지 않고, 오직 그 한 목표만 바라본다. 아직 우리 선수들은 승리에 대한 절실함은 부족한 것 같다. 다행히 경기를 치르면서 조금씩 느끼는 것 같다”

그의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은 꾸중을 하면서도 끝은 칭찬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지적을 하면서도 “너희는 할 수 있다. 나아지고 있다”란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연패 탈출을 위해 그가 제안한 번지점프 워크샵에서도 이런 그의 커뮤니케이션은 계속된다.

“연패 중인데, 지금 머리 삭발하고 화내고 이런거 해봐야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분위기 쇄신도 할겸 긴장하자는 의미로 번지점프를 택했다. 경기때나 이런 모습들도 나를 믿고 따라주는 선수들 너무 고맙다.”

이현동

사진출처: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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