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통령과 함께한 전략적 글쓰기 20] 먼저 ‘핵심메시지’를 생각하라

“야마가 뭡니까?”
– 핵심메시지 뽑기

무엇을 쓸 것인가?
이것으로부터 글쓰기는 시작된다.
바로 이 ‘무엇’에 해당하는 것은 한 단어일 수도 있고 한 문장이 될 수도 있다.

글을 쓰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주제가 뭐야?”
“핵심 요지가 뭐야?”
그것이 떠오르지 않으면 아직 글 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그 상태에서는 종이나 자판 앞에 앉아 있어봐야 소용없다.
일단 접고 더 생각해봐야 한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강행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십중팔구 이렇다.
“도대체 뭐라는 거야?”
또는 “그래서 어쩌라고?”

핵심메시지는 글을 쓰는 목적이나 이유와 관련이 있다.
내가 왜 이 글을 쓰는지 잘 생각해보면 핵심메시지를 무엇으로 할지 나온다.
“먼저, 연설을 들은 청중에게 당신이 바라는 행동이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써보라. 이것을 알지 못하면 시간 낭비일 뿐이다.”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의 말이다.

내가 쓴 글이 신문에 나갔을 때, 어떤 제목이 뽑힐 것인지, 또는 방송에서는 어느 부분을 인용할 것인지 생각해보면 그것이 바로 핵심메시지가 된다.
특히 연설문은 찬찬히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듣는 사람은 한 단어나 말 한 마디를 기억한다.
이 한 문장이 기자들에게는 소위 ‘야마'(제목거리)가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핵심명제라 했고, 연설문 작업을 할 때는 이것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썼다.
연설을 다 듣고 나서 청중의 머릿속에 남는 한 마디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 찾았다.
때로는 그 한 마디를 남기기 위해 좀 자극적인 어휘를 선택하기도 했다.
대못질, 패가망신, 세금폭탄 등이 거기에 해당한다.
청와대 안에 ‘메시지 기획회의’라는 것을 운영하기도 했다.
연설비서관이 주재하고 의전비서실을 비롯해 몇 개의 비서실이 참여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임을 갖고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 각 계기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가를 논의했다.
바로 핵심메시지를 찾는 회의였던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이 한 마디를 찾는 데 탁월했다고 한다.
언론에 무슨 제목이 뽑힐 것인지 아는, 그런 감이 뛰어났던 것이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민주주의)
“부동산 가진 것을 고통이 되도록 하겠다.” (세제개혁)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 (일본 역사왜곡)
칩 히스와 댄 히스의 책 <스틱>에서 강조한 핵심메시지의 6가지 성공 조건, 즉 단순성, 의외성, 구체성, 신뢰성, 감성, 스토리에 딱 들어맞는다.

핵심메시지는 가급적 셋 중의 하나로 정하는 게 좋다.
첫째, 자신이 잘 알고 열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것
다시 말해 자기 콘텐츠여야 한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분야, 자신 있는 곳에서 붙어야 승산이 높다.
홈그라운드에 끌어들여야 하는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적진’에 뛰어들어 주제를 잡을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개똥철학’이어서는 곤란하다.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증명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공자말씀’도 좋지 않다.
누구나 다 아는 얘기, 뻔한 얘기는 재미없지 않은가.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는 얘기일수록 좋다.

둘째, 듣는 사람이 바라고 기대하는 것
어차피 글이나 말은 읽고 듣는 상대가 중요하다.
그들이 관심 없고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내용은 얘기해봤자 전달이 어렵다.

셋째, 그 계기에 반드시 해야만 하는 내용
예를 들어 한글날에는 한글의 뛰어남과 소중함을, 제헌절에는 법 존중을, 3.1절에는 독립투사에 대한 존경 표시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범위가 큰 벙벙한 얘기는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대통령 연설문의 경우도 계기마다 해야 할 핵심메시지가 있다.
김대중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모두 광복절에는 남북관계가 핵심메시지였다.
북한을 향한 제안 또는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 표명이 그것이었다.
현충일, 제헌절, 국군의 날 같은 경우도 핵심메시지가 분명하다.
그 계기에 꼭 해야만 하고, 또 기대하는 메시지가 있다.

연설비서실에서는 핵심메시지 제안을 복수로 한다.
대통령이 그 가운데 선택하거나, 거기서 영감을 얻어 전혀 새로운 주제를 역으로 제안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주로 토론을 통해 핵심메시지를 뽑아냈다.
애기를 하고 들으면서 본인의 생각을 정리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특정 계기에 하는 얘기가 늘 정해져 있다.
다른 주제로 얘기해볼 것을 건의해도 반드시 그 계기에 해왔던 주제를 반복해서 얘기한다.
그래서 대통령이 어느 행사에 가서 연설을 하는 것으로 정해지면, 과거 그 행사나 그와 유사한 행사에 가서 어떤 주제로 말했는지 찾아보는 게 필수다.

핵심메시지가 정해지면 모든 내용은 자동적으로 이를 향해 수렴한다.
따지고 보면 글이나 말은 핵심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 사례, 비유 등을 나열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제재와 소재를 충분히 찾아야 한다.
소재가 핵심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모든 재료라면
제재는 여러 소재 가운데 핵심메시지와 좀 더 밀접한 재료이다.
예를 들어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에 관한 글을 쓴다고 하자.
소재는 김대중, 전두환, 신군부, 전남대, 광주시민, 주먹밥, 금남로…
제재는 민주주의, 시민의식, 공동체 등이다.

핵심메시지가 독자나 청중에게 제대로 전달될지 걱정이라면 ‘제목’으로 대처해야 한다.
나는 A를 전달하고 싶은데 듣는 사람은 B로 알아들으면 낭패이다.
제목은 핵심메시지를 담으면서도 눈이 확 뜨이게, 최대한 섹시하게 다는 게 좋다.
제목에서 흥미를 느끼게 하지 못하면 본문으로까지 눈이 가지 않는다.
바로 쓰레기통 행이다.
그런 점에서 제목 달기는 글쓰기의 첫 번째 순서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글쓰기를 마무리하는 화룡점정과도 같다.
자기가 쓴 글의 제목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으면 그 글은 잘못된 것이다.
만약 언론에서 자신이 달아놓은 제목을 그대로 갖다 썼다면 100점이다.

글이나 연설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주변 모든 것에는 핵심메시지가 있다.
종교에도 있고, 광고에도 있고, 심지어 사람에게도 있다.
어떤 사람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그 무엇, 그것이 그 사람의 핵심메시지이다.
핵심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에는 ‘반복’을,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에는 ‘자극’을, 또 어떤 대통령은 ‘유익’을 강조하는 것으로 핵심메시지를 전달한다.

누군가 주제나 핵심메시지를 잡는 데 막막함을 느끼는 분이 있다면 이런 방법을 제안해 본다.

국가기록원 사이트에 가보라.
대통령의 과거 연설문이 모아져 있다.
또한 청와대나 총리실 홈페이지에도 현직 대통령이나 국무총리의 연설문이 올라와 있다.
대통령 연설문에는 거의 모든 종류의 행사가 망라되어 있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유사한 계기에 대통령은 어떤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 내보냈는지 참고해보라.
분명히 단초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강원국 (라이팅 컨설턴트, 객원 필진)

One Response to [두 대통령과 함께한 전략적 글쓰기 20] 먼저 ‘핵심메시지’를 생각하라

  1. Pingback: 강원국의 ‘두 대통령과 함께 한 전략적 글쓰기’를 마치며 | Acase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