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미래 44] ‘여기 좀 봐, 재미있는 게 있어”- 포인팅 저널리즘(pointing journalism)의 등장, 진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는 온라인 미디어들

추수감사절이었던 지난 달 28일 오전 11시, 프로필에 미국 ABC방송국 PD라고 밝힌 엘란 게일이란 한 남성이 트위터에 자신이 탑승한 비행기가 지연되고 있으며 여성 승객 한 명이 심하게 항의를 하고 있다는 포스트를 올렸다. 이어 엘란 게일은 그 여성과의 점점 격해지는 언쟁이 담긴 메모를 비행기 내부를 찍은 사진과 함께 차례로 올렸다. 이 이야기는 웹에서 급속히 퍼져나갔고 트윗에서 지목된 ‘7A 좌석에 앉은 다이앤이란 이름의 여인’이 공분을 사는 등 이슈화되자 버즈피드의 첫 보도를 시작으로 수많은 온라인 매체들이 엘란 게일의 트위터를 인용한 기사를 쏟아냈다. 그 결과 ‘비행기 메모 다툼’은 추수감사절 날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가 되었다. 뉴욕타임즈의 여행섹션 블로그에도 링크되었을 정도다. 하지만 엘란 게일이 트위터에 올렸던 이야기는 전혀 일어난 적이 없는 허구로 밝혀졌다.

버즈피드를 비롯한 수많은 온라인 미디어들은 엘란 게일이 트위터에 올린 가상의 이야기를 사실 확인 없이 보도했다.

버즈피드를 비롯한 수많은 온라인 미디어들은 자신을 방송국 PD라고 밝힌 엘란 게일이 트위터에 올린 가상의 이야기를 사실 확인 없이 보도했다.

0. 인터넷에 바이럴되는(바이러스처럼 급속히 퍼져나가는) 콘텐츠가 대부분 의도적으로 기획된 창작물이라는 사실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생존 경쟁 속에서 많은 온라인 미디어들은 엄청난 조회수를 보장하는 바이럴 콘텐츠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언론은 ‘정확한 사실만을 보도해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가 과거엔 상상할 수 없었던 방대한 양의 정보를 분초를 다투며 다뤄야 하는 온라인 저널리즘의 세계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일까. 최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유명한 바이럴 콘텐츠들을 보도했던 허핑턴 포스트와 버즈피드, 거커 등 유명 온라인 매체들과 바이럴 콘텐츠를 만든 사람들, 그리고 저널리즘 전문가의 목소리를 담은 뉴욕타임즈 12월 9일자 기사를 소개한다.

1. 최근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며 웹을 강타한 몇몇 이야기들은 대부분 사기이거나 꾸며낸 것으로 드러났다. 추수감사절을 달군 비행기 소동은 작가가 트위터에 올린 한 편의 단편 소설이었다. 한 어린이가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로 아마존닷컴의 상품 페이지 링크를 적은 것으로 널리 알려졌던 크레용 글씨는 사실 2년 전에 한 코미디언이 쓴 것이었다. 사실이 아니라 전반적인 인상을 그린 빈곤에 대한 에세이는 해당 작가가 폭로하기 전까지 6만 달러의 기부를 이끌어 냈다.

2. 만드는 사람들은 바이럴 콘텐츠가 근본적으로 온라인 퍼포먼스 아트이며 처음부터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전혀 의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를 보도하는 미디어들에게 바이럴 콘텐츠는 독자의 감성을 끓어오르게 하고 조회수를 높여 광고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다. 이야기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을 때 조차 그것을 보도하는 기사의 조회수는 계속 올라간다.

3. 최근 바이럴 콘텐츠를 보도한 온라인 매체들 중 거커(Gawker), 버즈피드(BuzzFeed), 허핑턴 포스트(The Huffington Post), 매셔블(Mashable) 같은 뉴스 조직들은 바이럴 콘텐츠를 다룬 기사를 진지한 뉴스 콘텐츠들 옆에 배치해서 전혀 이상한 것으로 보이게 하지 않았다. 허핑턴 포스트는 지난 2012년에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거커는 토론토의 포드 시장 코카인 흡입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언론사 중 하나였으며, 버즈피드는 자체 탐사보도팀과 해외특파원을 두고 있다. 물론, 이런 웹사이트들이 진실 이라기엔 너무 훌륭한 이야기의 유혹에 빠진 유일한 뉴스 조직들은 아니다. 바로 지난달, CBS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60분(60 Minutes)’은 2012년 리비아 벵가지 미 외교 사절단 공격 사건 당시 최초의 목격자 인터뷰가 오보였다고 밝히고, 보안 요원의 주장을 너무 믿은 것에 대해서 사과해야만 했다.

최근 영국의 메트로를 비롯한 많은 온라인 매체들이 한 어린이가 산타에게 쓴 편지라고 보도한 바이럴 콘텐츠. 하지만 2년 전 미국의 코미디언이 쓴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영국의 메트로를 비롯한 많은 온라인 매체들이 한 어린이가 산타에게 쓴 편지라고 보도한 바이럴 콘텐츠. 하지만 2년 전 미국의 코미디언이 쓴 것으로 밝혀졌다.

4. 대신 온라인 미디어들의 에디터들은 초연결시대에 진실성과 빠른 행동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한 트레이드 오프(맞교환)를 솔직하게 인정한다. 린다 티라도라는 여성이 부풀려서 쓴 빈곤에 대한 에세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거커의 존 쿡 편집장은 “우리는 다른 기관들처럼 정확성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갖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정보를 다룬다”고 말했다. 그는 “독자들은 어떤 콘텐츠가 진지한 것이고 어떤 것이 웹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있다. 우리는 독자들이 확실한 수준의 교양과 의심을 지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5. 가상의 비행기 트윗, 산타에게 쓴 편지, 그리고 빈곤 에세이를 보도했던 허핑턴 포스트의 워싱턴 지국장인 라이언 그림은 “사실 확인은 빠른 반응에 불리하다. 만약 당신이 사실 확인 없이 무엇을 던진다면, 당신은 가장 먼저 던진 사람이 되고 수백만의 조회수를 얻는다. 그리고 나중에 거짓으로 밝혀져도 여전히 조회수가 올라간다. 그것이 문제다. 인센티브는 모두 잘못되었다”고 말했다.

6. 방송국 PD이자 추수감사절 비행기 트윗의 작가인 엘란 게일은 “누구도 내게 이야기가 사실인지 입증하라고 한 적이 없다”면서 “후속 보도에서 내 포스트가 ‘불쾌한 거짓말(hoax)’이었다고 언급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는 내 팔로워들에게 방송을 한 것이었다. 진짜 독자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은 그것을 보도한 미디어들”라고 말했다. 2년 전에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던 브루클린의 코미디언인 잭 포이트라스도 “나와 친구들은 온라인 보도를 보자마자 전화를 하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먼저 나를 찾지 않았다”면서 “진짜 거짓말쟁이는 온라인 매체들의 게으름이다. 사실이 그들을 찾아와 고쳐줄 때까지 기다리기만 했다.”고 말했다.

7. 미디어가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시시각각 중계하는 온라인 저널리즘 트렌드와 관련, 전 타임즈 에디터였던 버즈피드의 뉴스 디렉터 리사 토지는 “웹사이트는 우리의 독자들이 살아가는 곳”이라며 “우리는 독자들이 웹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보고 있고, 미디어가 그들이 영위하는 문화를 보도해주기 기대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버드 니먼 저널리즘 연구소의 디렉터인 죠슈아 벤튼은 다르게 말한다. “이것은 가리키는 행위로서의 저널리즘이다. ‘여기 좀 봐, 재미있는 게 있어!’” 그는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이야기의 진실성이 불확실하다고 해서 에디터가 그것을 포스팅하지 못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김재은

출처: nytimes.com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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