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통령과 함께한 전략적 글쓰기 23] 단단한 뼈대에서 좋은 글이 나온다

글쓰기란 결국 얼개 짜기
– 글의 구조 만들기

‘골조를 세운다.’
‘구조를 짠다.’
‘스킴(scheme)을 잡는다.’
‘아웃라인(outline)을 그린다.’

다르게 표현해도 의미하는 바는 한 가지다.
글의 구성 혹은 배열, 전체 구도를 짜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순서와 논리로 글을 엮을 것인지 틀을 짜고 뼈대를 세우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다섯 가지다.
첫째, 글을 쓸 때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둘째, 하고자 하는 이야기 간의 분량 안배를 위해서다.
셋째,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누락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넷째, 앞에 나온 얘기가 뒤에 또 나오는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다.
다섯째, 전체적인 통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노무현 대통령은 글의 체계를 세운다고 얘기했다.
또는 얼개를 짠다고도 했다.
글쓰기 로드맵을 그리는 이 과정을 매우 중시했다.

일반적으로 글쓰기 책에서는 ‘개요 작성’이라고 하며, 크게 전개적 구성과 종합적 구성의 두 가지로 분류한다.
전개적 구성은 시간적 구성과 공간적 구성의 두 가지 방식이 있으며, 종합적 구성에는 단계적 구성(기-승-전-결 등), 포괄적 구성(두괄식, 미괄식, 양괄식), 열거식 구성, 점층식 구성이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얼개 짜기는 두 가지 중의 하나다.
중요한 얘기를 앞에 두느냐, 뒤에 두느냐.
신문 기사는 전자의 대표적인 경우다.
반대로 발단-전개-절정-결말 식으로 고조시켜 중요한 얘기를 뒤에 두는 수도 있다.
이 경우는 발단과 전개에서 충분히 배경설명과 예열을 한 후, 절정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지르는 방식이다.

노 대통령이 쓰던 가장 일반적인 얼개 짜기는 이런 것이다.
먼저, 하고 싶은 얘기를 세 개면 세 개, 네 개면 네 개 정한다.
이것이 큰 제목이 된다.
이러한 큰 제목 안에 들어갈 내용을 중간 제목으로 열거한다.
또 중간 제목 안에 들어갈 내용을 그 아래 적는다.
소제목들이다.
이렇게 하여 큰 제목, 중간 제목, 소제목이 나오면 얼개가 짜진 것이다.
소제목은 하나의 완성된 문장으로 표현된다.
대통령은 이것을 명제 혹은 카피라고 했다.
이러한 명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고, 거기에 쓰일 수치, 사례를 찾는다.

‘복지는 지출이 아니고 투자다.’라는 명제가 있다고 하자.
복지는 사람에 대한 투자이고, 사람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야 지속적인 경제 발전과 양극화 해소가 가능하고 사회통합도 이룰 수 있다는 논리를 세우는 게 먼저다.
여기에다, 우리 복지예산 비율이 북유럽 복지국가의 1/3, 미국, 일본의 1/2, OECD에서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수치를 제시함으로써 복지를 확충하자는 대통령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뒷받침한다.
이런 식으로 소제목(명제)에 내용을 채워 넣어 가다보면 한 편의 글, 한 권의 책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 작업을 할 때는 우선 얘기하고자 하는 내용을 경제, 정치, 사회 등으로 잘 분류해야 한다.
같은 분야의 내용끼리 묶는 범주화 과정이다.
그런 이후에 하나의 범주 안에서 큰 주제와 작은 주제로 줄을 세우는 서열화 작업을 하여 큰 제목, 중간 제목, 소제목을 만들어낸다.

또 하나, 노 대통령이 자주 썼던 이런 방식도 있다.
총론이 있고, 그 아래 각론이 있다.
총론에서 전체를 요약해준다.
그러고 나서 각론에서 하나씩 다시 얘기하는데, 그 하나씩의 각론 안에도 총론과 각론이 있다.
예를 들어, 전체 총론이 ‘서민생활의 안정’이라고 하자.
‘서민생활의 안정’이란 총론에는 ‘부동산 가격 안정’, ‘사교육비 부담 축소’ 등의 각론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부동산 가격 안정’이란 각론에도 총론과 각론이 나올 수 있다.
총론은 부동산 가격이 우리 서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서술한 후 부동산 가격은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각론으로 ‘부동산 투기 억제 방안’, ‘부동산 공급 확대 방안’ 등이 각론으로 나올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총론과 각론, 각론의 총론과 각론이 짜여지면 해당 부처 등으로부터 각론의 각론에 해당하는 ‘부동산 투기 억제 방안’, ‘부동산 공급 확대 방안’을 받게 된다.

노 대통령은 얼개 안에서 총론과 각론, 각론과 각론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입체적 구조의 글을 쓰고자 했다.
그래서 자기주장을 나열식으로 열거하는 방식은 선호하지 않았다.
열거된 사안과 사안 간의 유기적 관계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평면적 서술은 논리적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글을 밋밋하게 한다고 보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주로 기-승-전-결 혹은 서론(도입)-본론(전개)-결론(정리) 구조에 맞춰 짰다.
기 : 일반론을 주로 얘기한다. 예를 들어 본론에서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으면 세계정세와 동북아 안보 환경, 한미, 한중일 관계 등에 대해 언급한다.
승 : 하고자 하는 얘기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그 배경도 설명한다.
전 : 이유와 근거, 사례 등을 서술한다.
결 : 주장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와, 그에 따른 미래상 등을 제시하고, 당부의 말을 담는다.

서론 : 얘기하고자 하는 내용과 배경 등을 설명하고 문제를 제기한다.
본론 : 예시, 인용, 수치, 기대효과 등 모든 것을 총동원하여 자기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결론 : 전체의 요점을 정리하거나 본론의 주장을 다시 강조한다.

어느 구조로 글을 쓰건 분량 안배는 중요하다.
서론-본론-결론으로 틀을 짠 경우, 각각의 비율을 미리 정해놓고 글쓰기에 들어가야 한다.
통상 10%-70%-20% 정도가 적절한 수준이 아닌가 싶다.
또한, 내용의 우선순위와 중요도를 따져 분량을 배정해둘 필요가 있다.
경제 부문에 50%, 정치, 사회 부문 30%, 외교안보 부문 20% 이런 식으로 비중을 두어놓고 시작해야 한다.

이밖에도 두 대통령은 글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구조를 활용했다.
□ 나타난 현상에 관해 언급 → 그 원인을 얘기 → 해결책 제시
□ 본인의 주장 제기(正) → 이에 대해 반대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의 의견(反) → 종합적인 결론과 반박, 해법(合) 제시
□ 지금까지의 성과 → 남은 과제 → 협력 당부 → 각오 피력
□ 현황 → 미래 제시 → 과제 → 해법
□ 행사 참석 : 축하 → 행사의 의의 언급 → 당부 (핵심 메시지) → 기대 표명
□ 단체 대상 : 단체의 노고 치하 → 단체가 이룬 성과와 변화 노력에 관해 언급 →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됨 → 당부(핵심 메시지) – 이렇게 지원하겠음

얼개 짜는 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얼개를 짜놓으면 그 틀에 갇혀 생각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원고지에 글을 써야 하던 시절에는 효율적인 접근이었지만, 지금의 컴퓨터 환경에서는 얼마든지 수정과 추가, 삭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생각의 제약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글을 쓰면서 수시로 얼개를 바꿔나가는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사실 글쓰기를 하다 보면 애초에 계획한 대로 최종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일단 첫줄부터 써놓고 시작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얼개를 짜고 글을 쓸지, 글을 쓰면서 얼개를 짜나갈지는 글 쓰는 사람이 선택하기에 달렸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글을 쓰면 될 것이다.

강원국 (라이팅 컨설턴트, 객원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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