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단신] 죽음 후에 남는 것들 – SNS

Bob Welch의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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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A는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했다. 도로에 쓰러진 그는 의식이 조금씩 희미해져갔다. A는 직감했다. 그는 죽어가는 중이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근데 오늘 내가 팬티를 갈아입었나?”
이는 과거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던 죽음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
예상대로 삶을 사는 것은 어렵다. 죽음의 순간을 생각한 대로 맞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위의 A가 현재를 산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 이럴 것 같다. “내가 SNS에 올린 비공개 글을 지웠었나?

1. 2013년의 주요 인물 중 한 명이 에드워드 스노든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스노든은 미국 NSA가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에 적힌 개인적인 문서를 수집한다는 것을 밝혔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람들은 SNS를 믿지 않게 되었다. SNS에 글을 올릴 때에도 자기검열에 더욱 신경쓰게 되었다. 이 연장선 상에서 ‘스냅챗’이 인기를 끌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내가 보낸 메시지가 사라져버리고, 내가 보낸 메시지를 남이 보기 전에 다시 회수할 수도 있게 한 메신저앱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스냅챗 역시 회사 서버 안에 그 메시지들을 보관하고 있다. 이제 SNS에 프라이버시 사각지대는 거의 사라진 셈이다.

2. SNS의 글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디에까지 퍼졌을지, 어디에 보관되고 있는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한 번 게재한 포스팅을 없애는 것은 매우 어렵다. 내가 죽어도 나의 글은 죽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섬뜩하다.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SNS는 그 역사가 아직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사자(死者)의 SNS관련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기에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관련 논의는 있어왔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구글은 올해 초 ‘디지털 유언’ 서비스를 내놨다. 일정기간 동안 아무런 동요가 없는 계정을 자동적으로 삭제하거나 데이터를 유족에게 양도하는 식의 설정을 미리 할 수 있다.

3. 현재 죽은 자의 SNS는 실제로 어떻게 되고 있을까?

3-1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적어도 유명인의 경우,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옛말은 말 그대로 옛말이 된 경우가 많다. 2013년 타계한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입을 연다. 그의 트위터(@ebertchicago)는 영화와 관련된 이벤트라든가 로저에버트에 대한 토론회 등에 대한 트윗을 날린다.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RogerEbert/)은 로저 에버트 공식사이트의 소식을 주기적으로 알려준다.
얼마 전 타계한 넬슨 만델라(@NelsonMandela)나 2011년 사망한 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amywinehouse)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2년 세상을 떠난 휘트니 휴스턴(https://www.facebook.com/WhitneyHouston) 역시 그렇다. 휘트니 휴스턴 같은 경우 여전히 살아 있는 것처럼, 사진이 주기적으로 올라온다. 넬슨 만델라가 타계했을 때는 그와 함께 찍었던 사진이 올라오기도 할 정도로 잘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점점 잊혀지고 있는 중이다. 공식사이트(http://www.whitneyhouston.com/us/official-photos/33272)에 반응을 남기는 팬의 숫자가 현저히 줄었다. 휘트니 휴스턴의 사진에 세 자리 수의 댓글이 달리던 예전과 달리 현재는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불과 1년여만의 일이다.
당사자는 본인의 죽음 후에도 본인의 이름을 내건 활동이 유지되는 것에 불쾌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위의 경우는 그나마 관리가 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나은 사례다. 애초에 본인의 이름을 내건 재단 혹은 단체가 있는 경우에 속한다.

3-2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본인에 관련된 단체가 없고, 본인이 SNS를 즐겨 사용했으며,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은 경우 SNS는 대개 방치된다. 미드 <글리>의 남우주연 코리 몬테이트(@CoryMonteith)는 죽기 하루 전에도 SNS에 글을 남겼다. “oh. IT’S A SHARK TORNADO.” (와 토네이도 엄청난데.)가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정책상 개인의 계정 비밀번호는 타인에 알려줄 수 없기 때문에 그의 말들은 인터넷 상을 계속 떠돌 것이다.

3-3 죽은 자 옆에 남은 자는 말한다.
2012년 사망한 뮤지션 밥 웰치(Bob Welch)는 공식 사이트(http://www.bobwelch.com/)를 운영하고 있다. 음반판매와 기부독려가 이뤄지고 있다. 아내 웬디 웰치가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페이스북도 얼마간 운영했던 것 같으나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3-4 그보다 완벽한 죽음.
완벽하게 영면에 들어간 사람들도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저자 J.D. 샐린저나 유명 뮤지션 루리드 등은 애초에 SNS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죽음으로써 온전히 이승에서 모습을 감출 수 있었다.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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