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통령과 함께한 전략적 글쓰기 24] 어떤 글의 형식을 택할 것인가?

맞는 그릇에 담아야 음식 맛 좋아
– 내용만큼 형식도 중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맞지 않는 그릇에 담기면 맛이 떨어진다.
훌륭한 요리사는 음식을 잘 만들뿐 아니라 그릇도 잘 고를 줄 알아야 한다.

글쓰기도 그렇다.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도 고민해야 한다.

문학에도 장르가 있다.
시, 소설, 수필, 논설문…
작가들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장르를 찾아 글을 쓴다.
같은 장르 안에서도 문체란 게 있으니 자신이 쓰고자 하는 내용에 맞는 것을 골라 써야 한다.
한 마디로 번지수를 잘 찾아야 글의 느낌이 살아나고 전달이 잘 된다.

신문 기사도 마찬가지다.
팩트(사실관계)가 주가 되는 기사를 박스로 처리한다든지,
분석이나 해설, 전망과 관련된 내용을 스트레이트로 다루는 일은 없다.

우리 일상에서도 부지불식간에 이런 형식에 대해 고민한다.
직장 상사에게 보고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정식 보고서를 작성해야 할지, 이메일로 보고할지, 구두보고를 할지 생각한다.

특히 요즘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이를 표출할 수 있는 여러 통로가 있다.
굳이 신문이나 방송이 아니더라도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등 참으로 다양하다.
이 가운데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전달하기에 가장 적합한 매체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대통령이 말을 하고 글을 쓰는 것도 이와 같다.
대통령은 연설이나 기고 요청이 오면 우선 그것을 해야 할지부터 판단한다.
그리고 한다면 어떤 형식으로 할 것인지 생각한다.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하는 말과 글은 여러 형식이다.

첫째는 연설문이다.
가장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될 때 직접 참석해서 연설을 한다.

두 번째는 영상메시지다.
중요한 자리이기는 하지만 바빠서 갈 수가 없을 때이다.
청와대 안의 녹화하는 장소에서 영상을 녹화해 보낸다.

세 번째는 서면메시지이다.
영상메시지보다는 중요도가 떨어지는 자리에 보낸다.
주로 청와대 수석이나 장관이 가서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독한다.

네 번째는 축전이나 조전이다.
서면메시지보다 내용도 짧고 중요도도 떨어진다.

그밖에 담화문, 기고, 서신이 있다.
‘제왕적 대통령’ 시절에는 담화문이라 하면 위압적인 내용의 글에 쓰였지만 두 대통령의 민주 정부에서는 ‘국민에게 드리는 글’이라 하여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밝히는데 쓰였다.
기고문은 무게감 있는 주제를 얘기할 때 쓰이고, 서신은 친근감을 보이는 글에 적합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라는 형식으로 방송을 자주 활용했다.
‘국민과의 대화’가 있을 때는 공보수석실 안에 TF팀을 구성해 철저히 준비했다.
그렇다고 권위주의 정권 때처럼 질문을 미리 받거나 그리하지 않았다.
속된 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건 싫어했다.
대통령 스스로가 순발력이 있고 어떤 질문에 대한 답도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모의연습까지 할 정도로 신경을 많이 썼다.
복장과 넥타이까지 직접 챙겼다.
출연해서도 조크를 던지고, 어떤 질문에는 길게 어떤 질문에는 짧게 답하면서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게 했다.
방송의 특성을 알고 그것에 맞춘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때 ‘라디오 주례연설’을 검토한 적이 있다.
라디오 연설은 ‘노변담화’라 하여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1930년 대 초반 뉴딜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 시도하여 좋은 반응을 얻은 후 널리 쓰이는 방식이다.
‘노변담화(爐邊談話)’라는 명칭은 경직된 형식이 아니라 난롯가에서 친구와 정담을 나누듯이 친근하게 다가간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결과적으로 시행하지 않았다.
야당에서 공중파의 편파적 사용이라고 문제 삼을 게 뻔했다.
대통령도 일방통행식 라디오 연설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강원국 (라이팅 컨설턴트, 객원 필진)

One Response to [두 대통령과 함께한 전략적 글쓰기 24] 어떤 글의 형식을 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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