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통령과 함께한 전략적 글쓰기 30] 조어와 카피의 천재, 대통령의 수사법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전진한다.”
– 수사법

미국 레이건 행정부 출범에 관여한 정치학자 월러 R. 뉴웰은 그의 책 <대통령의 조건>에서 대통령에게 필요한 10가지 자질 중의 하나로 ‘감동적인 수사법’을 들었다.
단, 조건이 붙었다.
적당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은 감동이 있다.
‘주옥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왜 그럴까.
그의 말은 행동하는 삶에서 우려낸 것이다.
말의 성찬이 아니다.
그래서 같은 말도 감동이 있다.

“우리는 전진해야 할 때 주저하지 말며, 인내해야 할 때 초조해하지 말며, 후회해야 할 때 낙심하지 말아야 한다.”

“논리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경험은 잡담이며, 경험의 검증을 거치지 않는 논리는 공론이다.”

또한 김 대통령의 수사는 조리가 있다.
논리정연하다.
듣고 있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두렵지 않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 아닙니다. 두렵지만,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서는 것입니다. 그것이 참된 용기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아무리 약해도 강합니다.”

“국민이 언제나 현명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민심은 마지막에 가장 현명하다. 국민이 언제나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지막 승리자는 국민이다.”

“역사는 우리에게 진실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역사는 시간 앞에 무릎을 꿇는다. 시간이 지나면 역사의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눈에 보이듯이 그려지고, 연상이 됐다.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서울을 거치고 평양을 지나 시베리아를 횡단해 파리와 런던까지 가는 날이 하루속히 와야 합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며 통일에의 희망이 무지개처럼 피어오르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의 언어는 유쾌하다.
들으면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혀는 짧은데 침은 길게 내뱉고 싶다.”
“초소에서 자는 놈들은 걸리는데, 아예 빠진 놈들은 걸리지도 않는다.”

누군가 그랬다.
노 대통령의 말은 갓 잡아 올린 생선 같다고.

“사진 찍으러 미국 가지 않겠다.”
“그럼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
“편지 100통을 써도 배달부가 전달을 안 한다.” (* 배달부는 언론 지칭)

그는 화려한 수사를 좋아하지 않았다.
담백한 것을 좋아했다.

“수사는 간결하고 공감대가 분명한 경우에만 효과가 있습니다. 알맹이 없는 의례적인 수사는 오히려 연설의 품위를 깎을 수 있습니다.”
<2006년 5월 몽골 대통령 만찬사에 대한 코멘트>

“좀 더 차분, 소박하게 다듬어 주시기 바랍니다.”
<2006년 6월 6.25전쟁 참전용사 위로연 연설문에 대한 코멘트>

반전이 있는 돌려 치는 수사도 자주 썼다.

2006년 5월 아랍에미리트 순방 시 경제인 오찬간담회
“비행기에서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보며 이 땅이 ‘신이 버린 땅’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순간 경직되었던 좌중이 대통령의 다음 말로 환하게 미소 짓는다.
“하지만 내려와서 몇 시간이 안 돼 제 짐작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신은 이 나라에 석유를 주고, 이를 활용할 지도자를 주고, 지도자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었습니다.”

“세계질서가 어디로 가게 될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할지는 분명합니다.”

“선거를 의식해서 정책을 급조하지도 않겠지만, 선거 때문에 해야 할 일을 미루지도 않겠다.”

두 대통령이 공통적으로 주문한 것이 있다.
이해하기 쉽게 쓰라는 것.
비유법 같은 수사법도 이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가는 망원경처럼 사물을 멀리 넓게 봐야 하고, 동시에 현미경처럼 세밀하고 깊이 보기도 해야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

“정책이 상품이면 정치는 생산설비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두 대통령은 조어와 카피의 천재이기도 했다.

‘행동하는 양심’
‘철의 실크로드’
‘햇볕정책’
‘북방경제’
‘한반도시대’
<김대중 대통령>

‘사람 사는 세상, 깨어 있는 시민’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에토스(ethos, 인간적 신뢰), 파토스(pathos, 감성적 호소력), 로고스(logos, 논리적 적합성)가 필요하다고 했다.
두 대통령이 남긴 말에서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본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전진한다.”
<김대중 대통령>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노무현 대통령>

강원국 (라이팅 컨설턴트, 객원 필진)

5 Responses to [두 대통령과 함께한 전략적 글쓰기 30] 조어와 카피의 천재, 대통령의 수사법

  1. Pingback: 강원국의 ‘두 대통령과 함께 한 전략적 글쓰기’를 마치며 | Acase

  2. 정말 이렇게 좋은 내용을 이제서야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많은 공부가 되네요

  3. Hi, just wanted to mention, I enjoyed this blog post. It was
    inspiring. Keep on po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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