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의 기업 커뮤니케이션] 도미노, 고정관념에 도전하다 – 도미노의 수제 피자 이야기

dominos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중 성공 확률이 가장 낮은 유형의 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일까? 아마도 소비자들의 고정관념과 상식에 도전하는 커뮤니케이션일 것이다. ROI 관점과 효과 측면에서 성공 가능성이 가장 낮은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선택하기 힘들다. 도미노 피자가 이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1. 도미노 피자가 도전해야 할 고정관념
‘피자’와 관련한 고정관념으로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피자=정크푸드’라는 공식이다. 칼로리가 높고 위생상태가 우려되는 음식. 도미노를 포함한 대형 피자 프렌차이즈가 직면하게 되는 소비자 인식상의 넘기 힘든 장벽이다.
도미노는 한층 더 심각한 상태다. 도미노는 일부 직원의 일탈 행동으로 인해 엄청나게 큰 타격을 받은 적이 있다. (2009년 4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한 도미노 피자 매장에서 근무하는 남녀 직원이 고객에게 배달할 피자를 만들면서 치즈를 코에 넣는 등의 장면을 유튜브에 올린 사건이 발생했다. 이 동영상은 삭제되기 전까지 무려 20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www.youtube.com/watch?v=OhBmWxQpedI)

2. Hand made?
도미노는 ‘수제’라는 컨셉을 선택했다. 피자에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는 대형 프렌차이즈의 결과물이다. 물량 베이스의 식자재 구매, 기계화된 식자재 손질, 공업화된 반(半)조리 가공, 비숙련자의 조리를 가능케 하는 매뉴얼, 파트 타이머 중심의 고용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빠른 음식’과 저렴한 가격을 얻었지만 그외의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피자 프렌차이즈인 도미노는 과감하게 ‘수제’라는 컨셉을 던졌다. 기계가 찍어내고 매장에서 데워질 것이라는 소비자의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컨셉이다.

3. 전체가 아닌 부분으로 접근하다
도미노의 수제피자 마이크로 사이트에 해당하는 ‘handmadebydominos.com’의 표현은 제한적이다.

“도미노에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피자 장인(pizza makers)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는 저희가 아무 생각없이 피자를 대충 찍어낸다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는 손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진짜 열망이 있습니다. 몇몇 재능있는 피자 장인을 소개하게 되어 자랑스럽습니다. ”

거대 프렌차이즈로서 ‘모든 제품을 수제로 만든다’고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지 않다. 경쟁우위를 송두리째 포기하지 않고서는 시도할 수도 없는 도박이기도 하거니와 소비자의 신뢰 확보 측면에서도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너무 큰 주장이다. 겸손하지만 단호하게, 전체가 아닌 부분으로 한정했다. 상대적인 비교(당신의 생각보다는)를 하고 있고 ‘많은’ 또는 ‘모두’가 아닌 ‘몇몇’으로 한정하면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4. 선언이 아닌 ‘구체적 개인’으로 접근하다
3에서 언급했듯이 도미노의 커뮤니케이션에는 몇몇의 재능있는 피자 장인이 등장한다. 미술 교사를 꿈꾸면서 틈틈히 그래피티 아트를 하고 있는 디에고, 수채화를 그리면서 자신의 피자 가게를 열고 싶어하는 크리스탈, 피자를 굽는 시간 외에는 틈틈히 유리공예를 하고 있는 크리스다. 세 명의 공통점은 ‘예술’이다. 공업적 방식으로 매뉴얼에 의해 표준화되는 프렌차이즈 피자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설정한 공통분모는 ‘손으로 구현되는 예술’이다. 현 CEO, 패트릭 도일이 등장해 “우리는 수제로도 피자를 만듭니다”라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다면 공허한 ‘선언’으로 끝났을 메시지가 피자 장인 삼인방의 말과 그들의 예술작품을 통해 보다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전달된다. 도미노의 피자 장인 삼인방은 ‘정크푸드’라는 피자의 보편적 포지셔닝을 부분적으로나마 ‘예술작품’으로 바꾸어 놓으려 하고 있다.

5. 보완과 치유의 커뮤니케이션
실제 도미노의 매출에 수제 피자가 기여할 부분은 매우 미미할 것이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는 기여하는 정도가 다르다. 대형 프렌차이즈로서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하더라도 브랜드 인식/연상/이미지를 보완하고 균형을 잡는 역할로서는 유의미하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 이번 커뮤니케이션은 2009년의 동영상으로 인해 끝없이 추락했을 직원들의 자존감이 치유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당시 사건으로 인해 도미노 직원들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는 매우 컷을 것이다. “알고 보면 도미노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멋진 사람들이야” 도미노 직원들이 이번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람들에게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부 커뮤니케이션과 외부 커뮤니케이션의 교집합,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통일성 관점에서 흔치 않은 귀중한 사례로 기억될 것 같다.

김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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