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뷰] 겨울왕국이 라푼젤보다 10배 더 재밌다고 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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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의 흥행가도가 심상치 않다. <겨울왕국>을 본 관객이 900만에 육박한다. 애니메이션으로 이렇게 관객을 끌어 모은 것은 유례가 없다.

‘디즈니’라는 브랜드는 누구나의 어린 시절에 큰 부분을 차지했을 만큼 익숙한 것이어서 <겨울왕국>의 흥행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디즈니의 입장에서 <겨울왕국>의 성공은 눈물겨울 만큼 반가운 일이다. 만드는 족족 고전을 면치 못 했던 디즈니 암흑기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특히 디즈니의 아이덴티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디즈니 프린세스물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았었다. 지난 2006년 픽사를 인수한 후 디즈니는 세 번의 공주님을 만들어냈다. <공주와 개구리>의 티아나, <라푼젤>의 라푼젤, 그리고 <겨울왕국>의 엘사다(메리다는 픽사 팀에서 만든 것이니 논외로 하겠다). 한국에서 흥행성적은 각각 10만, 100만, 900만으로, ‘쪽박’, ‘안타’, ‘대박’이다.

흥행 성적으로만 본다면 <겨울왕국>은 <라푼젤>보다 9배, <공주와 개구리>보다는 100배 재밌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1. 뻔한 스토리, 쉽지 않은 감정이입

<겨울왕국>이 스토리만으로 9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사실 내용 자체만 본다면, 전작인 라푼젤을 능가한다고 보기 힘들다. 일단 극적인 전개가 미흡하다. 엘사가 자신의 능력을 들킨 후 멀리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동생 안나와 행복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이 가능하다. 애니메이션 특성상 일면 당연한 전개이기에 이 부분은 넘어가더라도, ‘뻔한’ 부분은 차고 넘친다. 예를 들어 안나와 첫 눈에 사랑에 빠진 듯했던 한스가 알고 보니 ‘나쁜 놈’이더라는 설정이 그렇다. 안나가 언니 엘사에게 한스를 소개했을 때 엘사가 이미 우려한 바 있다. 안나가 크리스토프와 사랑에 빠지리라는 것 역시 그렇다. 티격태격하던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는 전형적이다. 트롤들이 크리스토프와 안나의 사랑을 기원하는 세레나데를 불렀을 때 둘의 사랑은 확실해졌다.

주인공 안나 캐릭터에 감정이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십여 년을 ‘저리 가(Go away)’로 일관하는 언니 엘사를 변함없는 사랑으로 쫓아다니는 점은 이따금 이해하기 어렵다. 처음 마주친 이웃나라 왕자 한스와 사랑에 빠져버리는 것도 이상하다. 언제 봤다고, 한스에게 나라를 맡겨버리는 것도 의아하다. 디즈니의 전작은 이 점에서 <겨울왕국>보다 낫다. <라푼젤>의 라푼젤이 바깥세상을 여행하는 도구로 남자 주인공 플린을 이용하다가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설정이나 <공주와 개구리>에서 개구리로 변해버린 티아나가 ‘동병상련’ 개구리왕자 나빈과 함께 하게 되고 그 여정에서 서서히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설정은 관객들이 주인공의 감정의 변화를 따라갈 수 있게 한다. (안나 역시 크리스토프와 서서히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점에서 라푼젤이나 티아나와 비슷한 과정을 밟긴 하지만, 때때로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인 것은 변함없는 것 같다)

2. 영화 관람의 계기: 겨울왕국은 SNS를 타고

필자가 <겨울왕국>을 꼭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페이스북에 있었다. <겨울왕국>에 대한 포스팅은 영화 개봉 전부터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인공 엘사가 ‘렛잇고(Let it go)’를 부르는 하이라이트 장면이 개봉 전에 공개됐던 것이다. 영화를 본 900만 명이라면 알 수 있듯이 이 장면은 영화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렛잇고 장면을 먼저 생각하고 그 후에 영화를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영화 전체를 통틀어서 특히) 잘 만들어진 부분이기 때문에 바이럴 효과가 꽤 컸다.

그러나 필자를 영화관으로 이끌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겨울왕국>에 대한 각종 패러디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던 것에 있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의 특징은 ‘스트리밍’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포스팅이 올라오고 시간이 흐르면 더 새로운 포스팅에 떠밀려 흘러가버린다. 즉 스트리밍은 ‘동시성’의 다른 이름이다. 따라서 재미있을 만한 포스팅이 올라왔다면 페이스북 이용자가 할 일은 즉각 그 포스팅을 향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포스팅이 패러디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패러디물은 1차 콘텐츠에 기반한 2차 콘텐츠기 때문에 패러디물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자유는 1차 콘텐츠를 먼저 접한 사람에 있다. <겨울왕국> 패러디를 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면 해야 할 일은 <겨울왕국>을 보는 것이다.

3. 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패러디

겨울왕국 패러디물은 크게 두 개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렛잇고’를 활용한 패러디물, 둘째, 안나가 엘사를 불러내는 장면(안나의 노크 -> 엘사曰 “저리가Go away” -> 안나曰 “그래, 안녕.. Okay, Bye”)을 활용한 패러디물이다. 영어라면 진저리치는 사람이라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문구다. ‘렛잇고’의 경우 따라 부르기도 쉬울 뿐 아니라 일종의 율동(오므린 손을 활짝 펴며 손등을 위로 올리는 동작)도 있다. ‘중독성’이 생길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Go away” – “Okay Bye” 부분 역시 바이럴 되기 쉬운 재료다. 해당 문구를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을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가장 재밌게 봤던 패러디는 ‘룸메이트가 화장실에만 들어가면 문을 두드리고 룸메이트가 화를 내면 “Okay Bye”라고 말하는 친구’ 영상이었다.

의도된 것인지 우연인지는 알기 어려우나, <겨울왕국>이 재생산되기 쉬운 소스를 가졌다는 점과 그로 인해 파생된 많은 패러디물은 영화에 대한 관객의 궁금증을 자극하기에 좋았을 것이다.

4. 엘사의 미모

비교적 부수적인 측면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은 엘사의 미모다. 엘사는 디즈니 공주들 중 가장 처음으로 섹시한 매력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깨를 시원하게 드러냈고, 다리도 훤히 드러난다. 겨울이 묻은 것 같은 의상은 엘사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관객들이 잘생긴 하울에 반했던 것처럼(정말 캐릭터 자체보다 하울의 미모를 ‘찬양’한 사람들이 많았다) 엘사의 팬들 중 상당수는 엘사의 미모에 반했을 것이다. 이는 감히 ‘망작’이라고 할 만한 <공주와 개구리>의 ‘티아나’에 비견해볼 수 있겠다. 티아나는 극 중 대부분의 장면에서 개구리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디테일한 부분도 없이 밋밋하다. 과감히 말해, 눈이 가지 않는다. <공주와 개구리>가 디즈니가 기대한 역작이었음에도 10만 관객밖에 모으지 못 했던 데에는 주인공의 외모도 한 몫 했으리라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P.S. 필자가 <겨울왕국>을 비판적으로 봤지만 한 가지는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눈사람 올라프는 참으로 귀엽다!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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