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커뮤니케이션] 여기 마지막까지 뜨거웠던 한 사람이 있다 – 영국의 정치인 토니 벤이 남기고 간 것들

한 노신사가 있다.

그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Sicko)’에서 민주주의와 현대사회의 모순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를 한다.

“인류의 상위 1%가 세계의 80%의 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기가 막힐 노릇은 사람들이 그것을 참는다는 겁니다. 그들은 가난하고 어지럽고 겁을 먹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최선이란, 시키는 대로 일하며 소박한 꿈이나 꾸고 사는 것이라고 믿고 살아갑니다.”

영국의 원로 정치가 토니 벤(Tony Benn)이 사망했다. 가족들은 그가 3월 14일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88세의 일기로 숨을 거두었다고 발표했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인물이지만 그는 영국 정치사의 기념비적인 존재이자 드라마틱한 인생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귀족 명문가 출신으로 자작의 신분을 물려받아 상원의원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귀족지위 승계를 거부하고 평생을 평민의회인 하원에서 보낸 것으로 유명하다. 귀족지위 개혁운동을 펼쳐 법적으로 귀족 신분을 상실한 첫 번째 사례가 되어 권위와 구체제 세습 타파를 온몸으로 실천한 것이다. 이후 산업부 장관과 노동당 당수 등을 지내며 영국 좌파의 상징, 서민들의 대변자, 위대한 작가, 연설가로 불리게 되었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영국의 주요 언론은 추모와 애도의 글을 쏟아내며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특히 영국판 허핑톤포스트의 Mehdi Hasan, Nigel Costley을 비롯하여 수많은 기고가들이 그를 가리켜 영감을 주는 사람(“He inspired me”)이라는 표현을 빠트리지 않는다. 80대의 원로 정치인이 어떻게 젊은 세대에게 영감의 원천으로 칭송 받을 수 있었던 것일까? 그 비결은 세상을 다르게 보는 자유로운 그의 관점에 찾을 수 있다. 그는 ‘자유시장이 강요하는 대로 세상을 보지 않는 것이야 말로 개인적 자유의 기초’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의 삶은 기득권으로부터의 자유 그 자체였다. 보수적 신분제를 거부하고, 자본주의의 폐해와 권력자들의 이기심을 고발하는데 주저하지 않았으며, 전쟁과 파괴를 중단하고 평화로 나아갈 것을 주장한 그의 외침은 수많은 어록으로 남겨져 기존 질서에 익숙한 우리들의 등짝을 후려친다. 이념을 떠나 자신의 신념을 걸고 평생을 살아간 한 사람의 삶이 그렇다.

가디언 지는 토니 벤을 추모하여 독자들이 뽑은 그의 명언 베스트 10을 소개했다. 대중들에게 깊이 각인된 구절들을 통해 그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정신적 유산을 느껴보자.

1. “우리에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돈이 있다면, 그 사람을 도울 돈도 있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1945년에는 “독일인을 죽여서 완전고용에 달성할 수 있다면, 병원을 짓고, 학교를 지어서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도 했다.)
– ‘식코(Sicko)’인터뷰

2. 권력자들에 대한 5가지 질문:
“나는 일생 동안 민주주의에 관한 5개의 질문을 연구해 왔다. 권력자(예를 들면, 히틀러, 스탈린, 빌 게이츠)를 만나게 된다면 다음의 5개의 질문을 해야 한다.
① 당신에게 어떤 권력이 있는가?
② 그 권력은 어디에서 얻게된 것인가?
③ 당신은 누구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가?
④ 당신은 누구에게 책임을 져야 하는가?
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당신을 제거할 수 있는가? 당신이 당신의 지배자를 제거할 수 없다면 당신은 민주적 체제에서 사는 것이 아니다.”
-하원에서의 마지막 연설

3. “나는 가능한 모든 실수를 저질렀다. 그러나 실수를 하는 과정이란 우리가 배우는 과정이다.”
– 최근의 라디오 인터뷰

4. “나는 정치와 자유를 위해 더 많이 헌신하길 원한다.”
-하원의원 은퇴 선언 후 귀족의회인 상원에서 자리를 맡을 생각이 없는지 묻자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대답하면서

5. “영국 상원의회는 은퇴한 정치인들을 위한 영국판 외몽골 지방이다”
– 1962년 뉴욕타임즈

6. “사람들을 조종하는 두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는 사람들을 겁주는 것이고, 둘째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빚에 찌든 사람들은 희망을 잃게 되고, 희망을 잃은 사람들은 투표하지 않게 된다. 교육받고, 건강하고 자신감 있는 국민들은 통치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 ‘식코(Sicko)’인터뷰

7. “희망은 진보를 위한 연료가 되고, 공포는 당신을 스스로를 가두어 놓는 감옥이 된다.”

8. “우리는 자본주의를 운영하기 위해서만 여기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를 변화시키고 더 건강한 가치를 정의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1980년대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노동당 노선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졌을 때 토니 벤이 노동당의 지나친 우향우를 경계하며

9. “이라크에서 이루어졌던 일들은 분명 전쟁범죄이다. 스텔스기 폭격과 자살특공대의 테러 사이에는 아무런 도덕적 차이가 없다. 둘 다 정치적 이유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다.”
– 은퇴 후 ‘전쟁 중단을 위한 연합’(the Stop the War coalition)의 대표로 BBC 시사프로에서 미 공화당의 존 볼튼과 토론하면서.

10. “신념(faith)이란 당신이 그것을 위해 죽을 수 있는 것이고, 정책(doctrine)이란 그것 때문에 당신이 사람을 죽이게 되는 것이다. 둘은 큰 차이가 있다.”

 

김성은

 

출처: The Guardian, 2014/03/15, ’10 of the best Tony Benn’, James Walsh, http://www.theguardian.com/politics/2014/mar/15/10-of-the-best-tony-benn-quotes-as-picked-by-our-rea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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