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1]

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닙니다. 탁월한 솜씨는 없습니다. 전문적인 글쓰기 수업이나 훈련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항상 부족함을 느낍니다. 글을 세상에 내놓을 때마다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손가락질 받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습니다. 잘 쓴다는 분들의 글을 볼 때마다 부러움을 느낍니다. 나도 저만큼 했으면 하는 욕심이 생깁니다.

그러나 글을 쓰는 일로 거의 30년을 먹고살아왔습니다. 글쓰기가 사실상 생계수단이었고 본업이었습니다. 청년 시절에는 영어나 일어 관련 서적을 번역했습니다. 정치권에 몸을 담은 후에는 연설문은 물론 각종 성명서와 기자회견문, 홍보물 카피를 작성하는 일을 전담했습니다. 잠시 출판사에 몸을 담고 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결국 제가 하는 일은 ‘글쓰기’였습니다. 빼어나진 못했지만 기본은 했던 셈입니다.

글을 쓰고 있는 분들 앞에서 전문가처럼 조언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분들, 새롭게 글쓰기에 도전하는 분들에게는 보탬이 될 이야기들은 조금 있을 듯싶습니다. 그래서 30년 동안 글쓰기와 관련된 일을 해오면서 느꼈던 단상과 팁들을 짤막하게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대단한 지침은 아닙니다. 글쓰기가 더 이상 어려운 세계가 아니라는 자신감을 드리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1. 한 번 쓰는 게 열 권 읽는 것보다 백배 낫다.

잘 쓰는 사람의 글을 읽을 때마다 감탄한다.
명대사를 접할 때면 다짐을 새롭게 한다.
“나도 한 자 한 자 깊이 생각하고 혼을 담아서 쓰자.”

자신감이 충만하여 멋있게 첫 문장을 쓴다.
그리고는 곧바로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다.
이어서 쓸 말이 떠오르지 않아 방안을 맴돈다.
어렵게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지만,우선 줄거리를 연결하기에 급급하다.
깊은 생각도 없고 담겨지는 혼도 없다.
어느 사이엔가 누군가의 문장을 흉내 내고 있다.
상투적 표현이 등장하고 유행가 가사 같기도 하다.
빼어난 독창성도 차별화된 비유도 없다.

“나는 결국 이것밖에 안 돼. 이게 내 현실이야.”
물밀 듯 자괴감이 밀려온다.
경제적 보상도 없는 글을 쓸 때면 더욱 심하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걸까?”
“도대체 누가 이 글을 읽는단 말인가?”

그래도 써야 한다.
중단 없는 글쓰기로 극복해야 할 첫 번째 고비이다.
유치한 모방도 좋고 진부한 표현도 좋다.
한 번 쓰는 게 열 권 읽는 것보다 백배 낫기 때문이다.

윤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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