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8]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이 있다. 그 말을 찾아라.

2009529일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식을 앞두고
한명숙 총리의 조사(弔辭) 원고를 작성하는 일이 나에게 주어졌다.
경황이 없던 터라 막막하기만 했다.
어깨도 무거웠다.
하룻밤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지만
원고는 한 쪽도 채울 수 없었다.
영결식이 다가오자 더욱 초조해졌다.
많은 상념과 고민 끝에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을 떨쳐냈다.
명문을 쓰겠다는 욕심부터 버렸다.
무언가 길이 남을 문구를 담겠다는 생각도 포기했다.
철저하게 한명숙 총리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한 총리라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딱딱하고 절제된 언어보다는
부드러우면서도 정서적인 용어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조사를 들을 사람들을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의 서거에 비통해 하고 있었다.
영결식을 통해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순간인 만큼
사람들은 슬픔에 가득 차 있었다.
말하자면 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생각을 정리했다.
사람들이 마음껏 울 수 있도록 원고를 쓰는 것이었다.
결국 대통령의 생전 말씀 가운데에서 키워드를 찾았다.
정치하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이 키워드와 바보 노무현을 엮어서 한 문단을 만들었다.

이제 우리는 대통령님을 떠나보냅니다.
대통령님이 언젠가 말씀하셨듯이,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대통령 하지 마십시오.
정치하지 마십시오.
또 다시 바보 노무현으로 살지 마십시오.
그래서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더는 혼자 힘들어 하시는 일이 없기를,
더는 혼자 그 무거운 짐 안고 가시는 길이 없기를
빌고 또 빕니다.“

청중이 듣고 싶은 말이 정답인 경우가 있다.

윤태영

2 Responses to [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8]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이 있다. 그 말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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